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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수교와 4차 산업혁명, '혁명은 동시에' 일부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결국 북한과 미국은 수교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냉전 이데올로기의 상흔이 조금씩 사라지면 분단 후 지금까지 우리의 가슴을 옭아매던 사슬도 약해지면서 점차 바른 호흡이 가능해진다. 자생적 근대화를 겪지 못한 상태에서 해방 이후 외부로부터의 분단이 지난 70년간 한반도 주민들을 어떻게 억압했는지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개인적, 집단적, 역사적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분단의 아픔이 치유되기 시작하면, 치유된 그곳에 어떤 새로운 일이 일어날지 적어도 한반도 주민이라면 가슴 벅찬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사실 혁명은 이런 것이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미래, 단지 그 미래로 가는 길이 조금 불투명해서 무언가를 배워야만 하는 과정이 남아있는 것은 혁명이 아니다. 분단의 아픔, 구체적으로 반공 이데올로기에 의해 정상적 사고가 불가능했던 남한 주민들 대부분에게 통일 또는 남북 교류는 공상의 영역이었다. 남북 정치 지도자들이 오랜 기간 강권적으로 통치를 해오는 동안 남북 주민을 아우르는 표현은 민족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치환돼 상상의 공동체 속에서 존재해 왔을 뿐이다. 혁명은 그 상상의 공동체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과정이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무수한 혼란이 존재하겠지만 결국 가야 할 길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이 정상화된다. 북미 수교와 그에 따른 국제 정세 변화는 세계사적 의미가 큰 역사적 사건으로, 그 무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다. 그리고 이 한반도에는 또 다른 혁명이 진행 중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만들어 내고 있는 사회경제적 변화가 우리 사회를 급격하게 재구성하고 있다. 북미 수교를 포함한 일련의 사건이 정치적, 역사적, 급진적 혁명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사회적, 경제적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지속적인 혁명이다. 서로 다른 두 개의 혁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곳은 이 한반도가 유일하다. 기회이기도 하고 도전이기도 한 두 개의 혁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우리의 고민과 응전도 그만큼 중요해졌다. 역사적 관점에서 봤을 때 불안전한 혁명은 후유증을 심각하게 남긴다. 특히 정치적 혁명의 경우 처음에는 일반 대중의 열광이 지배적이지만, 이내 대중은 억압과 수탈의 대상으로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주의 혁명 대부분이 처음 의도와는 달리 대부분 실패로 끝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북 교류 및 그 이후에 이어지는 평화 공존 체제, 경제 공동체 등은 분명 이전 폭력적 혁명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이지만 그 결과가 아름답게 끝날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비용 대비 결과가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한국사회 안에 만연해 있는 극심한 빈부 격차가 지역적으로 확대되어 나타나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치 사회적 변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회경제적 안정장치다. 무엇보다 먹고사는 것이 편해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경제적으로도 변혁적 상황 앞에 직면해 있다. 기존 제조업 가동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취업자 증가폭 역시 계속 하락하고 있다. 3개월 연속 10만명대에 그쳤던 취업자 수 증가폭이 지난 5월에는 1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넉 달 연속 20만명에 미치지 못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이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부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경제 상황이 쉽게 호전된다고 보지는 않지만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은 너무 안이하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고서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조직되고 이런저런 일들을 한다고 홍보활동을 하는 것은 몇 차례 본 적 있지만 서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구체적 결과물들에 대해서는 들어 본 바가 별로 없다. '혁명위원회'란 이름을 걸고 활동을 시작했다면 그에 걸맞은 플랜과 시나리오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실제 서민 삶에 있어서 더 중요한 경제 분야에서는 '혁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 사회적 혁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먹고사는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어야 한다. 만약 정치 사회적 변혁이 이뤄진 상태에서 경제 문제가 지체되거나 퇴행되면 혁명은 이내 반동으로 퇴화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끔찍할 정도로 참혹하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역사를 통해 배워왔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서있다. 북한이 개방되고 남북 경제 공동체가 만들어지면 그 결과물은 한반도의 주민이 공유해야 된다. 그런 세상이 오기 위해서라도 지금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만들어져야 한다. 말로만 혁명이 아닌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되어서 모처럼 맞은 대전환의 시기를 주체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김홍열 성공회대 정보사회학 겸임교수


채용비리 CEO 무혐의, 안도할 때 아니다은행권 채용비리가 장장 8개월 만에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이날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 임직원 수십명을 기소했다. 최고경영자(CEO)급에선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불구속 기소됐으나,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무혐의로 결론, 사정당국의 칼날을 피했다.  금융지주 회장이 검찰 수사선상에서 비껴가면서 은행권은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검찰 수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은행들의 방어 논리가 통했다. CEO는 단순히 합격 여부를 확인했을 뿐, 인사담당자들이 '알아서' 부정합격을 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CEO가 '혐의 없음' 결론을 받았더라도 은행권 전반에 뿌리내린 채용비리 전반에 대해 '면죄부'를 받았다고 착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백태는 성차별, 학력차별에 이어 각종 청탁·로비까지 '가관'이다. 가장 많은 비리 유형이 내외부를 따지지 않는 추천 또는 청탁이고, 인사부에서는 청탁이 있는 경우 별도로 '청탁 대상자 명부'를 만들어 채용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관리했다. 특정 지원자를 위해 자격 조건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점수를 조작한 은행도 있었고 내부적으로 남녀 채용비율을 4대 1로 설정한 은행도 있었다. 부행장의 자녀와 동명이인인 지원자를 합격시켰다가 최종 불합격시킨 웃지 못할 사례도 있었다. 이들 사례 모두 내로라하는 은행들 사례 일부분만 정리한 것이다. 이처럼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법리적으론 무혐의를 받았겠지만, CEO로서 내부통제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주기적으로 종합감사를 벌이면서도 채용비리의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한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가 전환점을 맡은 가운데 최근 은행연합회는 '임직원추천제폐지', '필기시험 도입', '역량과 관계없는 요소로 인한 차별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임직원 추천이나 차별 금지를 내세운 것은 추천과 청탁 사이가 애매한 만큼 아예 진원지를 없애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 같은 모범규준이 모든 은행에 일괄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채용시스템의 전향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채용절차 모범규준은 강제가 아니라 권고 사항이다. 모범적인 규준을 만들었으니 참고해도 되고,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당장은 금융당국이 눈에 불을 켜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모범규준을 따르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강제성은 옅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과거 금융사고 사례를 더듬어 봤을 때, 기소된 은행권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올 때쯤에는 채용비리에 대한 관심이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서도 재판부의 1심 결과까지 지켜보겠다며 한발 물러서 있다. 민간 금융사의 채용 규정을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더욱 옥좨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근본적인 채용 문화 전환은 금융사의 자율적 정화 기능에 달렸다는 얘기다. 금융권은 섣불리 안도할 때가 아니다. 불공정한 채용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를 기억하고,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라는 시대상을 채용시스템에 반영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종용 금융부 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