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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독립 위해 탁월한 전략과 조직 먼저 만들어야2019년 8월은 우리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일제로부터 해방이 된지 74년이 지난 지금 다시 기술 독립과 종속을 둘러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8월2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가)' 국가에서 제외하고 반도체 부품, 소재 품목 들이 포함된 수출 규제를 실시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무역전쟁을 개시한 것이다. 바로 이어서 5일 우리나라 정부는 '탈(脫)일본'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일본의 전략물자 1194개와 소재·부품·장비 전체 품목 4708개를 분석해 일본 의존도가 높은 100개 품목에 대한 전략적 기술개발로 기술 독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예산, 세제, 금융 등 전방위적인 지원을 통해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 내 독자적인 공급망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대기업인 수용기업과 중소기업인 공급기업간 협력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자금, 입지, 세제, 규제특례 등을 아우르는 패키지 지원도 약속했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여러 사항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조속한 생산을 위해 화학물질 안전관리 완화, 노동시간 연장 등 산업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애로는 범부처 차원에서 신속하게 해소하도록 했다. 연이어 기업계에서는 상속법 개정 등 여러 민원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이러 저런 이유로 끼워 넣기를 하는 기회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정말 기술독립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이전보다 더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조치들이어서 어느 정도 성과가 예상되지만, 과거에도 이런 정도의 부품소재 개발 계획이 20여년 넘게 반복되었다는 것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당수의 부품소재들은 이미 정부 R&D를 통해 과거에 개발되었던 것들이다. 왜 당시 개발에 성공했는데 사업화나 기술이전이 안됐는지에 대한 분석이 먼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R&D 성공률이 98%가 넘는 이면에 대한 성찰이 먼저 필요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보이지 않고 투자 금액만 늘리는 것으로는 해결이 될 수 없다. 수십조가 투자되었는데 산업계, 학계, 연구계 따로 연구비만 받아 특허, 논문을 내는 기술개발에 성공했지만,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한 원인을 먼저 규명해야 한다. 특히 칸막이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먼저다.  구조는 건드리지 않고, 부차적인 조치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방안의 검은 코끼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누구든 뚜렷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커다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모른 척하는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이다. 칸막이 속에 쪼개진 과제 단위의 연구개발이 현재의 상황을 불러왔다는 성찰이 먼저다. 단적으로 일본의 신에너지개발사업단 NEDO는 민간과 정부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단일 조직으로 일관성 있게 전략수립-기획-관리-평가-사후확산 R&D 추진체계 구축 등을 통해 신산업을 창출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2018년에 NEDO는 82개의 프로젝트에 1597억엔을 투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비슷한 내역의 314개 사업에 소관과와 기술분야별 칸막이로 나눠져 3조 1580억원이 투자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밸류체인을 포괄하는 사업단을 구성해 투자를 집중하고 민간과 시장에 운영을 위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부처별로 자기 밥그릇, 자기 새끼들 챙기는 모양새다. 연구계와 기업계만의 문제가 아닌 정부 부처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것이 먼저다.  일본이 규제한 부품소재의 문제로 이슈를 좁히면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일본보다 더 뛰어난 지속적 혁신이 가능한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우월성을 마련해야만 한다. 전략적 사유, 제도적 우위가 결국 국력의 승리로 이어진다. 과학기술-연구생태계의 혁신을 이끌 탁월한 조직, 산업계의 혁신,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혁신할 수 있는 탁월한 조직, 부처간 칸막이를 혁파할 정부혁신 조직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과감한 발상과 불굴의 도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관료가 아닌 혁신적인 전문가들이 있어야 한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디자이너  


정치가 덮친 경제 공멸 우려된다최근 글로벌 시장에 등장하고 있는 대형 악재들의 특징은 그 시발점이 '숫자'가 아닌 '정치 논리'에 있다는 점이다. 한때 자유무역의 질서 속에서 국가 간 신의와 경제 논리가 나름대로 균형을 이뤘던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불과 몇 년 새 크게 달라졌다. 절대 흔들릴 것 같지 않던 글로벌 가치사슬에 때아닌 정치 논리가 개입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져가는 모습이다.  벌써 1년 넘게 지속된 미중 갈등은 단순한 숫자 싸움을 넘어선 힘대결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두 나라의 갈등을 시작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경제질서가 무너질 것이라던 몇몇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가 서서히 현실화되는 듯한 모습이다. 얼마 전 일본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시작한 수출규제도 정치 논리가 경제를 뒤덮은 대표적 사례다.  홍콩 사태도 구체적인 양상은 다르지만 정치 이슈가 국제 금융시장을 위협할 악재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한다. 사태가 심화되면 지금까지의 통상갈등을 넘어서는 글로벌 경제 혼란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유로존의 혼란스런 내부 정세도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다. 영국은 노 딜 브렉시트, 이탈리아는 예산규정 문제로 유럽연합(EU)와 대립각을 만들며 글로벌 경기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역사 속에서도 정치 논리가 뒤얽힌 경제 갈등이 어떤 파국을 맞았는지는 이미 증명된 바다. 1929년 미국이 추진한 스무트·홀리법이 대표적 사례다. 스무트·홀리법은 자국보호주의 차원에서 관세 장벽을 높이기 위한 법안으로, 당시 공화당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농부, 제조업 노동자들의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시작됐다. 이 결정은 주변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번졌고 이는 1930년대 대공황 시기 국제 무역량이 3분의 1까지 줄어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더 이상 경제지표를 보고 시장을 분석하는 게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한다. 세계 시장을 무법자처럼 뒤흔드는 정치 논리 탓이다. 분명한 것은 이런 방식으로 경제가 뒤틀려버리면 장기적으로는 전세계가 공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주요국 간 힘겨루기는 결국 자국민에게도 큰 내상을 입힐 경제적 자해에 가깝다. 90년 전 대공황 시기가 증명해주듯 말이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