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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서귀포 공유수면의 비극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관광객들에게 명성이 높은 외돌개 쪽에서 바라보는 서귀포 바다는 눈이 부시다. 뭍에서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가운데 문섬을 두고 왼쪽에 솔섬과 오른쪽에 범섬이 자리잡은 앞 바다는 경관과 생태가치가 뛰어나 자연공원(군립공원), 해양보호구역, 문화재보호구역 등 각종 보호구역들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 특히 각종 산호들이 서식하는 문섬과 거기 딸린 새끼섬은 수중 생태계가 훌륭하고 경관이 아름다워 한번 들어가 본 사람은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몽골시대 고려군이 피신해 최후까지 항전했다는 범섬은 물 위에 드러난 기암괴석들과 해식동굴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이런 서귀포 앞바다가 언제부턴가 신음하기 시작했다. 바닷물이 갈수록 탁해지는 한편 수중에 각종 쓰레기가 쌓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해안선 보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자연환경국민신탁이 수중세계, 생명회의, 문섬 47회 관계자들과 함께 먼저 탐사한 정방폭포 앞 자구리 수면은 눈뜨고 보기 어려웠다. 원래 뻘이 아니라 모래바닥이었던 수중이 오니와 쓰레기투성이로 변했다. 페트병과 비닐 등 각종 쓰레기들이 줄줄이 포탄 껍질처럼 널려있다. 죽처럼 걸쭉한 바닥을 탐침봉으로 찔러보니 깊이가 1m를 넘는다. 넝마조각들이 걸려 올라온다. 플라스틱들은 잘게 분해되는 중이다. 해조류와 물고기들이 보이지 않는다. 배터리로 추정되는 고체들도 짚인다. 바다에 쓰레기들이 가라앉은 것이 아니라 쓰레기장에 바닷물이 들어왔다고 보는 편이 더 적확하다. 물안경을 착용하고 호흡기를 물었음에도, 솟아오르는 오니 속에 갇히자 숨이 막혔다. 뭍에서 유입된 쓰레기들과 축양장 등에서 버려진 폐수 그리고 해상에서 버려진 오물들이 해저를 점령하고 미세플라스틱을 양산하고 있었다. 한낮의 정조기에 맞춰 잠수한 범섬 수중의 기차바위는 낚싯줄, 주낙, 폐어망 등 각종 선형 폐기물들이 바위와 산호 등 수중생물들을 둘둘 감아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었다. 서귀포시나 해양환경공단 등이 가끔씩 치우지만, 낚싯줄과 주낙은 무게가 나가지 않아 수거업체들로부터 외면당한다. 수중오니와 선형 폐기물은 성상이 다르다. 플라스틱이나 어구들은 자연정화가 불가능하다. 선형 폐기물들은 다이버들의 섬세한 손길이 아니고서는 기계식으로 치울 방법이 없다. 서귀포 앞바다에는 보호구역들이 5~6개나 중첩적으로 설정되어 있음에도 수중 경관이나 생태계가 보호를 받지 못한다. 관할 행정기관이나 전문기관 등이 수중에서 나름대로 정화작업을 실시한다지만, 문제의 정방폭포 앞 자구리 수면은 방파제 공사로 어업권이 보상·소멸돼 현재는 보호구역, 청항구역, 마을어장, 수중경관구역, 수중레저구역 그 어느 곳에도 해당되지 않고 완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곳에 봉이 김선달이 등장했다. 동방파제 앞에서 체험 다이빙하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초보 다이버들이 훈련장으로 이용하자 무적의 해녀들이 "돈을 내라"고 요구했다. 어업권이 소멸된 수면이기 때문에 어촌계나 해녀들이 다이빙을 금지시킬 수 없음에도 사실상의 힘이 발휘됐다. 급기야 서귀포시가 재정을 투입해 방파제 초입에 탈의장을 만들고 다이버들에게 돈을 받아 지역 어촌계에 지급하기에 이르렀다. 어업권이 없는 공유수면의 입장료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서귀포시는 '탈의장 사용료'라는 명분으로 돈을 받는다. 여기에도 차등화가 있다. 특정 수중레저단체 회원들에게는 1인당 5000원씩을 그리고 일반 관광객이나 다이버들에게는 3만원씩을 받는다. 탈의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돈을 받으니 입장료인 셈이다. 광범위하게 오염된 수면(수중)에 들어가는 댓가(입장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육상에 있는 탈의실 이용료를 받으니 괜찮은 것일까? 지방자치단체가 어촌계의 전속 어업권이 없는 공유수면에 입장료를 받아 어촌계에 전달하는 것도 법률상 문제이지만, 수중오염이 극심한 곳에서 근거 없는 입장료는 도덕적으로도 문제된다. 해양수산부가 수중레저활성화법 시행령과 동 시행규칙 안을 입안할 때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어촌계·수중레저단체 등이 참여할 수 있는 다수 당사자 간 '수면보전협약' 조항을 넣자"는 연구안이 있었지만, 이해당사자들 사이의 뿌리 깊은 의구심과 불신으로 인해 입법화되지 못했다. 육상과 해상의 여러 요인들이 누적된 결과, 오늘날과 같은 비극이 일어났다. 다이버들이 1년에 몇 차례 특정 장소(point)를 정화한다고 해서 총체적 난국이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오염을 방치하면서 수억원의 돈을 들여 수중 레저지구나 경관지구를 조성함도 모순이다. 제도적·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영점 조정' 끝낸 산은, 이제 시작이다고재인 금융부장"30년이란 시간이 주어졌었는데, 이 상황에서 또 3년을 달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판단해야 한다."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자구안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면서 작심하고 발언한 내용이었다. 최 위원장의 이 발언은 박삼구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게 만든 기폭제가 됐다. 시간을 주고 지원을 해줬는데도 개선이 안됐다는 것을 이례적으로 금융당국 수장이 날선 비판을 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던 것이 박삼구 전 회장의 매각 결정을 이끌어냈던 것이다.하지만 반대로 30년 동안 그렇게 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등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위기 때마다 산은이 백기사로 지탱을 해주면서 지금까지 끌고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금호아시아나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대우건설을 인수 3년 만인 2009년 되팔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유동성 위기는 그룹 재무구조까지 뒤흔들면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구조조정의 일종인 자율협약을 체결했다.박 전 회장은 2009년 대우건설을 팔면서 퇴진을 했지만 1년만인 2010년에 다시 복귀하면서 총수의 건재함을 보이려 했다. 그것이 2015년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금호산업 재인수였다. 이 과정도 산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상황인데도 산은은 일단 박 전 회장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일부에서는 당시 이 과정이 STX조선해양과 대조된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2013년 STX조선해양 유동성 위기 때 강덕수 전 회장이 산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산은은 강 전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분식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하게 됐다.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에게는 달랐다. 유동성 위기를 맞은 금호아시아나 경영권을 박삼구 전 회장에게 다시 맡기고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까지 행사해 그룹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의혹도 나왔다.당시 박 전 회장과 관련, 정관계 거미줄 인맥으로 전 정부와 여권의 비호로 산은에서 안정적인 지원을 받아 생존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권이 바뀌면서 눈덩이처럼 커져버린 부실을 명확히 들여다보게 됐고 당국과 산은의 강력한 압박 등으로 더 이상의 지원을 바랄 수 없게 된 것이다.더욱이 재벌가의 갑질문화와 특혜를 더 이상 용인해주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산은의 이같은 강경하고 투명한 조치를 시장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더 나아가 더 괜찮은 기업이 국적항공사로 나서서 국민들의 자랑스러운 날개가 돼 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한껏 고조되고 있다.산은이 제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산업이 살고 공정한 시장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또 산은의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셈이기도 하다.산은 내부에서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금호타이어, 한국GM,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아시아나까지 굵직한 구조조정 현안을 처리하면서 고무적인 분위기가 전해진다.그러나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 금융위원장의 '30년 발언'을 산은에 들이댄다면 산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시간 동안 정권에 따라 급격하게 달라진 산업금융지원, 정권을 잡기 위한 표밭 공략용 지원의 중심에는 산은이 있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운하게 들리겠지만 최근 몇번의 구조조정 성공 사례로 그간의 오명을 씻기는 무리다. 이제야 산은이 제 역할을 위한 '영점 조정을 했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고재인 금융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