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01.24 (화요일)

논문 쓰는 대통령지난해 말 영국의 온라인 학술활동 분석기관인 알트메트릭(Altmetric)에서 '2016년 100대 인기 과학 논문'을 발표했다.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발표된 과학 논문 가운데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논문을 점수별로 순위를 매긴 것이다. 1위는 전미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미국의 보건의료 개혁:진척 현황과 다음 단계'라는 제목의 논문이 차지했다. 이 논문은 무려 8063점으로 중력파 검출(4660점), 거대 제9행성 존재 가설(4,319점) 등과 같은 쟁쟁한 논문을 큰 점수 차이로 누르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논문의 저자는? 얼마 전 퇴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  지난 5일 '하버드 로 리뷰(Havard Law Review)'에는 '사법 정의의 진보적인 개혁에 있어서 대통령의 철학'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또 6일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는 '오바마 케어의 폐기가 미국 보건의료에 미치는 위험'이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이어 9일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는 '거스를 수 없는 청정에너지의 추세'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특히 이 논문은 지나친 환경 규제가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하는 데이터가 제시됐다. 논문에 따르면 2008~2015년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산업 분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5%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미국 경제는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 세 편의 논문을 쓴 주인공은? 역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  이런 논문이 얼마나 학술 가치가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퇴임을 앞두고 있긴 하지만,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논문 게재의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수도 있다. 우리의 풍토라면 대필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논문의 학술 가치가 낮고, 학술지가 문턱을 낮췄고, 대필이 의심된다고 하자. 그렇더라도 대통령의 퇴임 준비물이 사저나 재단이 아니라 논문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논문, 특히 과학 논문까지 발표하는 대통령이라니.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자꾸 비교하게 된다. 글만이 아니다. 지난 10일 미국 시카고의 대형 컨벤션센터에는 2만여 명의 청중이 모였다. 연설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자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고별연설 자리였다. 그의 연설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그리고 화합과 통합,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을 강조한 그의 연설은 국적이나 인종과 관계없이 깊은 울림을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인의 도전 정신으로 고별연설의 대미를 장식했다.       "우리의 제헌 헌법에 쓰인 그 신념을 지키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노예들과 노예제 폐지론자들이 속삭였던 그 생각, 이민자들과 정착민들, 정의를 위해 행진했던 사람들이 노래 불렀던 그 정신, 외국의 전장에서 달의 표면에까지 깃발을 심은 이들이 재확인했던 그 신조, 그들의 이야기가 아직 쓰이지 않은 모든 미국인의 가슴 깊은 곳에 있는 신념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고, 해냈고, 또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 Yes we did. Yes we can)". 우리 사회가 감동적인 말과 글에 굶주렸기 때문일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의 수상 소감에도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5분 30초 동안 진행된 연설에서 메릴 스트립은 트럼프 신임 대통령의 차별과 편견, 독설을 그야말로 '독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최악의 연기는 트럼프가 장애인 기자를 흉내내던 순간이라고 지적하면서 "그 연기는 제 가슴을 무너지게 했고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영화가 아니라 실제였으니까"라고 울먹였다. 메릴 스트립은 또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약자를 괴롭히는 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다면 우리는 모두 패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료 배우인 로버트 드 니로가 메릴 스트립에 보낸 지지 편지도 화제가 됐다. "당신의 연설은 멋있었다. 그것은 말할 필요가 있었고, 당신은 아름답게 말했다. 나는 당신의 감정을 공유한다. 계속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메릴 스트립이나 로버트 드 니로가 한국 배우였다면 당장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것이다.  지도자의 빈약한 말과 글에 이미 많은 국민이 실망했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도 최근 말의 '빈곤함'을 드러내며 공분을 사기도 했다. 말과 글은 곧 그 사람의 생각과 철학이다. 말이 신뢰를 받지 못하니 행동도 약점만 보인다. 우리가 바라는 지도자는 과학 논문까지 쓸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상식을 바탕으로 한 정상적인 말과 글로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기만 바랄 뿐이다. 이런 소망이 무리한 욕심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김형석 <과학 칼럼니스트·SCOOP 대표>


트럼프, 하드 브렉시트 그리고 어닝 시즌지난 19일 코스피가 2090선을 넘기며 장기 박스권 상단 탈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2012년 이후 코스피의 박스권 상단은 2050~2100포인트에서 지루한 정체 흐름을 보였다. 이후 지수는 2060선에서 소폭 조정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최근의 주식시장은 미국과 영국발 불확실성 환경에서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이라고 얘기한다.  지난주 시장에는 새로운 위기감이 조성됐다. 17일(현지시간)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을 깔끔히 떠나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Hard Brexit)'를 천명하면서다. 이어 20일(현지시간)엔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며 트럼프 시대를 본격화했다. 다행히 하드 브렉시트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또 트럼프 취임식 당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0.48%) 등 뉴욕증시가 일제히 올라 이번주 국내증시에 미칠 악영향도 제한될 걸로 보인다.  이렇듯 국내증시가 굵직한 대외변수에 맞서 예상보다 선방하는 분위기지만, 추가 상승을 위해선 역시 외국인의 매수세가 필요하다. 최근 지수 상승을 이끌었던 주체였던 외국인의 매수 패턴이 둔화되면서 코스피의 상승 탄력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수급뿐 아니라 최근 증시 상승에는 경기 모멘텀도 큰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의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가 고점 영역에 도달한 상황이어서 이 역시 단기적으로 지수 상승 탄력을 둔화시키는 요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단기적으로 투자자의 시선이 실적을 뒷받침한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로 옮겨가야 할 이유다. 특히 이번주(1월23~27일)는 삼성SDI, 삼성전기, LG디스플레이, NAVER 등 주요 기업들이 잠정실적을 내 놓는 등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가 본격화된다. 지난 6일 영업이익 9조2000억원이라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시즌 포문을 연 삼성전자도 이달 말 부문별 실적 확정치를 발표한다.  국내증시는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크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단기 과열 국면을 맞았고 미국과 영국 등 유럽발 변수로 수급, 환율 등 불확실성에 대한 눈치보기 장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본격적인 어닝 시즌을 맞아 차별화된 모멘텀과 안정적인 실적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압축 대응이 더욱 요구되는 시기다.  김보선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