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 2017.04.28 (금요일)

대법원, 헌법재판소도 폐기한 북한 주적론어김없이 다시 등장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고비마다 등장하는 색깔론이 그것이다. 이번 201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결정 과정 공방으로 나타났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NLL 회의록이라는 색깔론이 선거를 지배했다. 포장은 다르지만 상대방 세력, 특히 민주세력을 빨갱이라고 부르는 점에서는 같다. 색깔론이 매번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색깔론이 일반 시민의 공포를 자극하여 선거의 방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포를 자극하려고 해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북한 주적론은 대한민국의 공식입장이 아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공무원들이 이를 따라서는 안된다. 대통령 후보들도 토론과정에서 이를 주장해서는 안되고 나아가 다른 후보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북한 주적론을 이용하면 표를 모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의 공식입장이 아니므로 이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북한 주적론은 35년 전부터 공식적으로 폐기되었다. 북한은 남한에게 까다로운 존재다. 그리고 남한 역시 북한에게 까다로운 존재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하여 평화와 협력을 해야 하는 존재이면서도 또 서로 위협이 되는 적대세력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치에서 대화와 안보라는 딜레마로 나타난다. 정치를 규범으로 정의하는 법률의 세계에서도 북한은 까다로운 존재다.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강조하면서 평화통일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에게는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지우고 있다. 평화통일을 하려면 대화를 해야 한다. 대화없는 평화는 없다. 대화를 하려면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 상대를 인정하는 것은 상대를 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완전히 신뢰하는 존재는 아니지만 적이라고 단언해서도 안되는 존재인 것이다. 헌법만이 아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은 남북관계를 “국가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보고 있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간의 거래는 국가간의 거래가 아닌 민족내부의 거래”로 본다. 그리고 정부에게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통하여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하도록 노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법률 중에는 남북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도 있다. 어디를 보아도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헌법과 법률을 해석하는 대한민국 최고법원도 북한을 까다로운 존재로 본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국가보안법'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1992년에 북한을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대남적화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자유민주체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함께 갖고 있다”고 보았다. 소위 북한의 이중적 지위론이다. 대법원도 “북한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이나 동시에 남·북한 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적화통일노선을 고수하면서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반국가단체라는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이중적 지위론도 문제는 있다.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라는 지위와 반국가단체라는 성격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무엇이 더 우선적인가 하는 점이 불분명하다. 법이론적으로는 헌법에서 평화통일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라는 지위가 더 우선한다. 현실에서도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이 잘되면 반국가단체라는 성격은 약화되기 마련이다. 북한의 이중적 지위론은 논리적으로 치밀한 이론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 아니라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반헌법적인 북한 주적론이 계속 주장되는 현실적인 근거는 남북관계가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이중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 규정하는 것을 두고 이상이고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은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미래를 현재로 만들고 규범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는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라고 부른다. 미래를 결정하는 대통령 선거에서 북한 주적론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대통령이 보수적인 헌법재판소나 대법원보다 더 보수적이라면 한반도의 미래는 없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자를 위한 정부의 과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정치권과 재계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놓고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도 일제히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을 내놓고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증기기관의 발명(1차 산업혁명), 대량생산과 자동화(2차 산업혁명),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3차 산업혁명)에 이은 4차 산업혁명에서는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로봇공학 등 첨단 과학기술들이 생산 과정에 융합하게 된다. 완전한 자동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과정을 최적화함에 따라 생산성은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간은 그 전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웨어러블 기기와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 가전, 개인용 로봇 등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제품들이 일상생활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전례 없이 풍요로운 삶이 기대된다. 하지만 노동자나 자영업자에게 4차 산업혁명은 생존의 터전을 송두리째 흔드는 악몽이 될 수 있다. 스마트 공장의 현실을 보자. 작업의 대부분이 컴퓨터와 자동화 기계에 의해 수행될 뿐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는 아디다스의 독일 안스바흐 ‘스피드 팩토리’에서는 불과 10명의 직원이 자동화 로봇을 통해 연간 50만켤레의 운동화를 생산한다. 예전에는 600명이 작업하던 분량이다. 로봇 기자가 쓰는 신문기사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며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의료와 금융, 유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향후 10년에서 20년 사이에 미국 내 모든 직업의 47%가 자동화로 인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텔레마케터, 세무대리인, 보험조정인, 비서, 식당 종업원, 부동산 중개업자 등이 자동화에 따른 고위협 직업군으로 꼽혔다. 특히 청년 실업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후폭풍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999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9.8%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실업률을 34.2%로 추정하기도 했다. 취업 시장에 진출하지 못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청년들에게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이제 두 주가 지나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잘못된 관행을 근절하고 좀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새 정부가 직면할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한 대비 또한 큰 도전과제다. 장미빛 전망만 제시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대량 실업’이라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전통적 고용관계가 유효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 혹은 프리랜서가 일상화될지도 모른다. 정부와 정치권은 새로운 고용관계에서 노동자가 권리의 사각지대로 밀려나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산업혁명이 정착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시행착오와 고통이 있었다. 새로운 산업사회가 도래하기까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준비와 각오가 필요하다. 손정협 프라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