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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시험 연구비 편취' 서울대 교수 집유 확정
2021-04-29 15:39:17 2021-04-29 15:39:17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가습기 살균제 시험결과에서 제조사에 불리한 내용을 빼고 연구비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 교수가 실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는 29일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맺은 연구 계약 책임자인 서울대 수의학과 A 교수에 대해 수뢰후부정처사와 증거위조 혐의는 무죄, 사기 혐의는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인 서울대 산학협력단을 기망해 연구비를 지급받아 편취했다고 보아 사기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다"고 상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다만 옥시로부터 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 안전성 평가에서 회사에 불리한 내용을 제외했다는 혐의(수뢰후부정처사·증거위조)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연구를 수행하고 최종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직무를 위배한 부정한 행위를 했다거나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위조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받은 자문료가 자문료로서의 성질을 넘어 이 사건 연구와 관련된 직무행위의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공소사실 중 수뢰후부정처사 및 증거위조의 점을 무죄 판단한 원심판단을 수긍한다"고 말했다.
 
법원에 따르면 옥시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1년 8월 폐손상 피해 원인을 가습기살균제로 지목하자, 그해 10월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1년간 연구계약을 맺고 가습기 살균제 흡입 독성 시험을 진행했다.
 
연구책임자인 A 교수는 랫드(큰 쥐)로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시험을 진행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농도별로 분무하는 반복흡입독성시험, 임신과 출산 개채를 이용한 생식독성시험도 이어갔다.
 
같은해 10월 A 교수는 옥시와 3개월 자문 계약을 맺고 자문료 1200만원을 받았다.
 
그는 2012년 3월~4월 동물 시험 결과 암수 동물 모두 유의성 있는 병변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결론 냈다. A 교수는 4월 산학협력단에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옥시에 최종 결과 보고서를 냈다. 태자 사망과 기형아 산자가 확인된 생식 독성시험 결과는 작성하지 않았다. 보고서에서는 간질성 폐렴 항목이 삭제됐고, 탈이온수 대조군 시험 결과 등이 제외됐다.
 
옥시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형사사건에서 해당 보고서를 자사 제품과 폐손상 관련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사용했다.
 
A 교수는 옥시 가습기살균제 연구와 무관한 시험 재료를 구입하고도 해당 연구에 필요한 재료처럼 연구비 카드로 결제하는 등 총 5668만여원을 편취한 혐의도 있다.
 
쟁점은 A 교수가 옥시로부터 받은 자문료 1200만원이 뇌물인지 여부였다. 그가 최종 보고서에서 일부 시험 결과를 제외한 점, 산학협력단을 통하지 않고 옥시에 직접 보고서를 제출한 행위가 수뢰후 부정처사죄에서 '부정한 행위'와 '증거 위조'에 해당하는지도 쟁점이었다. 해당 연구와 무관한 시험에 연구비를 쓴 점이 사기죄인지도 판단 대상이었다.
 
1심은 A 교수에게 징역 2년에 벌금 2500만원, 추징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 교수가 옥시로부터 받은 자문료 1200만원에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 성질이 포함됐다고 봤다. 생식독성시험 등이 보고서에서 빠진 점도 부정한 행위로 판단했다. 연구비 부분도 사기죄를 인정했다. 다만 최종 보고서에 전신 독성유발 가능성 등 옥시에 불리한 결론이 포함된 점, 이밖에 불리한 생식독성시험 내용을 제외해 달라는 옥시 측 요청이 없었던 점 등을 고려했다.
 
반면 2심은 수뢰후 부정처사와 증거위조를 무죄로 봤다. 사기 혐의는 1심과 같이 유죄 판단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학문의 자유에 따라 시험 결과를 해석·판단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서 옥시에 불리한 간질성 폐렴 증상을 언급한 점, 연구비 총액 2억5200만원에 A 교수 인건비가 3600만원인데 1200만원을 뇌물로 주고 연구 관련 부탁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도 판단 근거였다.
 
대법원 청사. 사진/대법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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