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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용진이형 도발이 유쾌한 이유
2021-05-02 12:30:24 2021-05-02 16:18:19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거침없는 도발이 연일 화제다.  SSG프로야구단 구단주이기도 한 정 부회장은 유통업과 야구를 연계한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음성 기반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같은 유통 라이벌이자 롯데 프로야구단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동빈이형'이라고 부르면서 "동빈이형이 내 도발 때문에 야구장에 왔다"며 1시간 가량 클럽하우스에서 팬들과 소통했다. 이날은 신동빈 회장이 롯데를 응원하기 위해 LG와의 방문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구장을 찾은 날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15년 9월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전 이후 약 6년 만에 야구장을 방문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에서 개막 관련 행사를 한 적이 있었나. 내가 하니까 다 따라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정용진 부회장은 업계를 깜작 놀라게 하며 인천 SK와이번스 프로야구단을 인수했을 때도 클럽하우스에 "롯데가 본업과 야구단을 잘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 같다"고 롯데를 자극했으며 동시에 "야구와 유통을 연결해 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또 프로야구 개막전에는 "계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도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야구단과 유통 먹거리, 놀거리 등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했는데 이는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SSG랜더스의 홈구장인 된 랜더스필드가 신세계가 운영 중인 브랜드들로 채워지고 있다. 입장권 판매와 상품 판매, 식음료 매장 운영을 대행사에 맡기는 기존 구단과 달리 신세계는 자체 시스템을 활용해 사업에 나섰다.  
 
실제로 스타벅스가 세계 최초로 야구장에 입점했다. 또 신세계푸드는 오는 7일 노브랜드 버거 100호 매장으로 SSG랜더스필드점을 오픈한다. 이미 이마트24 편의점이 새롭게 오픈했고  앞으로 더 많은 신세계 브랜드들이 야구장 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용진 부회장의 도발로 라이벌 유통 공룡인 롯데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마트가 프로야구 개막에 맞춰 이달 초 500여 종의 제품을 할인판매하는 '랜더스데이' 행사를 열자 롯데마트도 역시 야구단 이름인 '자이언츠'를 내건 할인전으로 응수했다. 이에 롯데온은 이달 초 개막전 응원 이벤트를 하며 '원정가서 쓰윽 이기고 온(ON)'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고 신세계의 SSG 랜더스를 직접 저격하기도 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클럽하우스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MZ세대와 직접 소통하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용진이형'이란 별명을 얻었다. 정 부회장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는 60만명을 육박한다. 또한 정 부회장은 '인플루언서' 영향력도 입증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SNS에서 소개한 제품들은 연일 완판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다소 강도 높은 발언에 일부 팬들이 자제를 요청하자 정 부회장은 “롯데랑 사이가 안 좋거나 그런 건 아니다”라면서 “이런 라이벌 구도를 통해 야구판이 더 커지길 원한다. 동빈이 형이 지금이라도 연락해서 그만하라고 하면 그만하겠다”고 했다.
   
물론 정 부회장의 연이은 발언들을 도가 지나쳤다거나 품위가 없다거나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조용한 롯데를 움직이게 했다는 것에 지켜보는 기자는 불편하기 보다 오히려 유쾌하다. 정용진 부회장의 이같은 마케팅은 상당히 치밀하고 다분히 계산된 전략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이미 마케팅 전쟁은 시작됐고 롯데가 어찌 응수할지 기다려 볼 일이다. 판은 벌어졌고 커질수록 좋다. 여튼 용진이 형의 유쾌한 도발이 유통업계와 프로야구의 판을 흔들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박상효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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