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해병 특검팀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압수수색을 위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로비에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초기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됐던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원래 직책인 수사단장에 복귀합니다. 2023년 8월 수사단장에서 보직 해임된 지 1년 11개월 만입니다.
해병대는 10일 "순직 해병 특검의 항소 취하로 무죄가 확정된 박 대령을 11일부로 해병대 수사단장에 재보직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치는 9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가 항명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박 대령 재판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면서 무죄가 확정된 데 따른 것입니다.
박 대령은 항명 사건 재판과 별개로 보직해임 무효소송도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번 조치로 이 소송도 종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박 대령의 변호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날 오전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형식적 절차만 남았다"며 "우리 청구가 인용되거나 아니면 각하될 텐데 형사 재판이 무죄로 확정된 이제 와서 그게 큰 의미를 갖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박 대령은 줄기차게 수사단장 복직을 원했다"며 "(평소) '그래야 이 잘못 꼬인 매듭이 풀리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왔고, 수사단장 복직을 원하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박 대령은 지난 2023년 7월 채 상병 순직 사건 초기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집단항명수괴' 등의 혐의로 입건되면서 보직 해임됐습니다.
이후 군 검찰은 박 대령을 항명, 상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첩 중단 명령이 정당하지 않았다고 판단, 무죄 판결했습니다.
이에 불복한 군 검찰이 항소해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 9일 이 사건을 넘겨받은 순직 해병 특검이 항소 취소 결정을 하면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박 대령 변호인단은 "무죄 확정을 환영한다"며 "그동안 박 대령이 뜻을 지키는 데 외롭지 않게 언제 어디서든 함께해준 모든 분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박 대령이 현직 군인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고, 특별검사가 밝혀야 할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 과제 역시 진행 중"이라며 "박 대령과 변호인단 역시 남은 과제의 해결에 앞으로도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검 'VIP 격노설' 정조준…안보실·국방부 등 압수수색
한편 순직 해병 특검팀은 이날 국방부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주거지 등에 대한 첫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인 이른바 'VIP 격노설'을 규명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특검법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및 대통령실, 국방부의 은폐, 무마, 회유 등 불법행위를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피의자들이 사용했던 국방부와 국가안보실 등 10여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전 장관과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도 압수수색 대상으로, 수사관들은 이들의 자택에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 집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임 전 비서관은 2023년 7월31일 오전 윤 전 대통령이 회의에서 관련 보고를 받은 후 국방부 장관을 연결하라고 해서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지적했다는 이야기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전한 인물로 지목돼왔습니다.
정 특검보는 "국방부나 안보실에 남아 있는 자료를 확인하고, 당사자들이 휴대전화 등으로 어떤 연락을 취했는지 알아볼 것"이라며 "특검은 국민적 관심 대상인 'VIP 격노설'의 진상을 규명하고 채 상병 사건 은폐 의혹을 밝히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특검팀은 VIP 격노설이 제기된 2023년 7월31일 전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에 대한 대통령실 지시 내용과 경로, 이후 군 수뇌부의 움직임 등 관련 내용을 망라해 자료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팀은 11일에는 VIP 격노설이 불거진 당시 대통령실 회의에 참석한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입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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