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자본 조달 금리에서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형사는 시장에서 신뢰도와 지위가 점점 높아지는 반면, 중소형사는 점차 입지가 좁아지며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보험사 규모에 따라 차별화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신용등급에 따라 자본 조달 금리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는데, 이때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습니다. 이 등급에 따라 적용되는 조달 금리가 달라지면서 보험사 간 비용 부담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채권 신용등급은 D부터 AAA까지 총 10단계로 나뉘며, 보험사들이 발행하는 자본성 증권은 주로 BBB부터 AA 단계에 분포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형 보험사는 신용도가 높아 AA~AA+ 등급을 받는 반면, 중소형 보험사는 BBB~A 등급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급에 따라 조달 금리도 차이를 보이는데, AA 등급은 보통 연 2% 후반에서 3% 초반인 반면, A 등급은 4%대, BBB 등급은 7%대까지 오릅니다. 보험사들이 자본성 증권을 수천억원 규모로 발행하는 점을 고려하면 등급에 따른 1%p 차이만으로도 조달 비용에 상당한 격차가 발생합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088350)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은 AA+, 신종자본증권 등급은 AA 수준으로, 시장에서 비교적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대해상(001450)과
DB손해보험(005830)도 후순위채에서 AA+ 등급을 받고 있어 우량 보험사로 평가됩니다. 반면 푸본현대생명과 KDB생명은 후순위채 신용등급이 A 등급에 그쳐 조달금리가 높은 편입니다.
롯데손해보험(000400)은 후순위채가 A-, 신종자본증권은 BBB 등급으로 평가돼 조달 비용 부담이 더 큰 상황입니다. 하나손해보험 역시 신종자본증권 등급이 BBB에 머물러, 대형 보험사와 자본 조달 환경의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높은 자본 조달 비용으로 실적에 부담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1분기 기준 금융부채 이자비용이 165억원에 달해, 당기순손실 725억원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이자 부담이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기간 △KDB생명 이자비용 69억원에 당기순이익 27억원 △롯데손보 이자비용 790억원에 당기순이익 112억원이고, △하나손보 이자비용 48억원에 당기순손실이 72억원 등으로 각각 집계됐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다른 신용등급을 받아 서로 조달 비용에 큰 차이를 보인다"며 "특히 중소형 보험사는 지급여력비율 관리로 자본성 증권을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더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대형사는 규모의 경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앞으로도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며 "일괄 규제를 받으면 중소형사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어 규모별 차등 규제 검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보험사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신용등급이 높아진 사례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동양생명(082640)은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지주(316140)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현재 동양생명의 후순위채 신용등급은 AA로, 이는 메리츠화재나 농협생명과 같은 대형 보험사와 동일한 수준입니다. 동양생명은 이들보다 10~20조원 가량 자산 규모가 작지만, 지배구조 안정성, 그룹 계열사 시너지 기대감, 재무 건전성 등이 반영되면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인지라 중소형 보험사는 회사만의 능력으로 신용등급이 올라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동양·ABL생명처럼 우량한 기업이 인수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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