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가 '물가 잡기' 총력전에 나서고 있지만 여름철 물가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예년보다 빠르게 찾아온 폭염에 '히트플레이션'(이상 고온으로 농작물 수확량이 줄어 식료품 물가가 오르는 현상)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데요.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농산물 생육 부진과 가축 폐사 피해가 증가하면서 농축수산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이미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먹거리 물가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식재료 가격까지 들썩이자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지적입니다. 여름철 기상 여건에 물가 흐름이 심상치 않자 정부는 농축산물 등 가격 안정에 비상이 걸린 모습입니다.
불타는 한반도에 장바구니 물가 '들썩'…수박 1통 '3만원'
1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수박 1개 소매가격은 2만8165원으로 1년 전(2만603원)보다 36.7%나 뛰었습니다. 지난달(2만1877원)과 비교하면 33.08% 상승했습니다. 생육이 부진한 상추 등 채소류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시금치 100g의 가격은 1328원으로 1년 전(1193원)보다 11.32상승으며, 지난달(809원)보다 75.9%나 급등했습니다. 오이의 경우 10개 기준 소매가격이 1만2003원으로 1년 전(9380원)보다 27.96% 올랐습니다.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가축 폐사도 급증해 축산물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행정안전부 국민안전관리 일일 상황보고에 따르면 8일 기준 가축 폐사는 16만123마리로 돼지 2117마리, 가금류 15만8006마리가 폐사했습니다. 올해 5월20일부터 8일까지 폐사한 총 가축 수는 37만9457마리로 전년 동기 대비 7.6배 급증했습니다. 때문에 휴가철 수요가 많아지는 돼지고기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현재 국내산 돼지고기 도매가는 지난해 대비 5%가량 오른 상태입니다. 초복을 앞두고 가금류 폐사율도 높으면서 닭 가격 역시 비상에 걸렸습니다.
수산물 역시 폭염의 타격을 받으며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가뜩이나 공급이 줄어 가격이 오르던 상태에서 폭염까지 겹치자 시세가 많이 올랐습니다. 실제 고등어 1마리 소매가격은 4665원으로 1년 전(3708원)보다 25.81% 상승했습니다. 이상 기후로 수온이 올라가면서 수산물 가격도 급등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폭염' 물가 관리 복병…정부, 체감 물가 안정에 '총력'
폭염 탓에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자 정부는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부처 업무보고에서 한 첫 지시가 물가 관리인데, 폭염이 국정 운영 기조마저 뒤흔들 기세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올해는 폭염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름철 물가 불안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미 오를대로 오른 체감 물가가 민생경제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 조바심이 나는 모습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작황 부진과 폭염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대부분의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세는 피할 수 없다는 진단입니다. 한국은행의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 등 일시적으로 기온이 1℃ 상승할 경우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07%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가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여름철 농축산물의 수급을 선제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입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주요 농축산물 수급을 관리하고 할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총리는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해 범부처가 총력 대응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며 "폭염과 관련한 농산물 부분에 대해 사전수매계약 등을 통해서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우선 기후 영향으로 수급이 불안한 배추, 수박, 계란 등에 대해 출하 물량 조절과 공급 확대에 착수했습니다. 날씨에 따라 생산량 변동 폭이 큰 여름 배추는 정부가 생산량의 약 15% 수준인 3만5500톤을 미리 확보해 출하량을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또 한우는 평시보다 30% 늘려 공급하고, 닭고기와 달걀 생산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한우, 한돈, 계란 생산자단체(자조금)에서 개별 품목에 최대 50% 할인 행사를 열고 식품기업과 유통업체가 연계해 김치, 라면, 과자 등 자체 할인 행사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역대급 폭염에 여름 배추와 상추 등 채소류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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