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석유화학회사 여천NCC가 부도 위기에 몰린 가운데, 공동 대주주인 한화그룹은 회생을 위해 추가 자금 지원 의사를 밝힌 반면, 합작법인의 한 당사자인 DL그룹이 자금 투입 없는 ‘워크아웃(구조개선 작업)’을 요구하면서 ‘책임 경영’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현재 여천NCC는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적자가 누적돼 이달 말까지 약 31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인데, 지난 25년 동안 여천NCC로부터 누적 배당금 2조2000억원을 받아온 DL그룹은 1500억원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전남 여수에 위치한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 공장. (사진=뉴시스)
여천NCC는 1999년 4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합작 계약에 따라 증자나 자금 대여는 어느 한쪽 주주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반드시 여천NCC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합니다. 현재 이사회는 한화 측과 DL 측이 각각 3명씩 추천한 총 6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따라서 DL그룹이 끝까지 자금 지원 등에 반대할 경우, 오는 21일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불가피합니다.
이 상황에서 한화솔루션 측은 여천NCC 회생을 적극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화 측은 주주사들이 각각 1500억원씩 자금을 지원하고, 산업은행 외화 보증 재개 및 자산 유동화 담보대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8월 디폴트를 피하고 연말까지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남정운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대표는 “디폴트는 절대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자구책을 적기에 실행한다면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며, 추후 적자를 탈피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한화솔루션 측은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여천NCC에 대한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했습니다.
반면, DL그룹 측은 여천NCC의 회생 가능성이 없어 추가 자금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지난달 말 여천NCC 주주사 관계자들이 모여 여천NCC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해욱 DL그룹 회장은 “디폴트에 빠져도 답이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 넣을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개월 만에 추가 지원을 요청한 만큼 자금 투입이 아니라 여천NCC의 유동성 위기 원인이 무엇인지 경영 상황부터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지난 3월 한화와 DL 측은 각각 1000억원씩 출자해 여천NCC에 자금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여천NCC의 부도는 양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수산단과 지역사회, 나아가 국내 석화업계 전반에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DL그룹과 이 회장의 태도를 두고 ‘무책임 경영’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합작 이후 25년간 누적 배당금 4조4000억원 중 절반인 2조2000억원을 가져간 DL그룹이 정작 1500억원의 자금 지원은 거부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여천NCC가 부도로 가면 산단 내 협력 업체들도 연쇄 부도에 직면해 전 산업단지가 파국으로 번질 수 있다”며 “정상 운영을 위해서 DL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수산단과 관련한 지역 업체 관계자도 “여천NCC 사태는 여수산단뿐 아니라 국내 석화업계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므로 조속하고 원만한 해결을 바란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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