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텔 지분 10% 취득에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는 “비슷한 거래를 더 이어나갈 것”이라고도 해 투자 대상이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텍사스주 커빌의 비상운영센터에서 부인 멜라니아 여사,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함께 홍수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 추첨 일정 발표 행사에서 “인텔이 지분 10%를 미국 정부에 넘기는 데 동의했다”며 “우리는 그와 같은 거래를 많이 하고 있고, 나는 (그와 같은 거래를) 더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는 또 최근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와의 만남을 회상하며 “그는 자기 자리를 지키길 원했고, 그는 100억달러(약 14조원·인텔 지분 10%의 대략적 가치)를 미국을 위해 포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텔 지분 취득 합의는 반도체법에 입각해 인텔에 보조금을 지급한 데 따른 반대급부 성격입니다. 전임 정부 조 바이든 행정부 때인 지난해 11월 미 상무부는 인텔에 최대 78억6500만달러(약 10조9000억원)의 직접 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인텔은 이를 포함해 총 109억 달러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아직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지분 취득 전이지만, 향후 취득을 완료하면 미 정부는 이 회사의 최대 주주로 오르게 됩니다. 현재 인텔의 대주주는 지분 8.92%를 보유한 미국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입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유사 거래를 이어가겠다”고 공언하면서, 삼성전자 등 대미 반도체 설비투자에 따른 보조금을 수령하는 우리 기업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지분 인수 시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지급 기업의 지분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미국 투자를 늘리는 대형 업체에 대해서는 지분 인수를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실도 지난 21일 “현재 미국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없고, 미 정부의 지분 인수 추진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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