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이진하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대선 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내용의 이른바 '조희대 대선 개입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해당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여당에서 탄핵안 추진에 이어 특검(특별검사) 수사 필요성까지 제기하면서 연일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입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청래 "직무 수행 부적절"…자진 사퇴 거듭 촉구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7일 제주 4·3 평화공원 교육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부승찬 민주당 의원의 충격적인 의혹 제기가 있었다"며 "내란 특검은 제기된 충격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법부 수장을 향해 이렇게 정치적 편향성과 알 수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사퇴 요구가 있는 만큼, 대법원장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며 "본인의 명예를 그나마 유지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현명하게 판단하라"고 조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앞서 부승찬 의원은 전날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대법원장이 윤석열씨 파면 직후인 지난 4월7일 한덕수 전 총리와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의 측근 김충식씨 등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는 내용의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어 이 자리에서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법원은 2025년 5월1일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지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는데, 여당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후보 판결 전에 한 전 총리를 만나 정치에 개입한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이에 부 의원은 "제보가 사실이면 사법부가 대선판에 뛰어든 희대의 사건"이라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답변자로 나온 김민석 국무총리도 "충격적인 내용"이라며 "진위가 정확히 밝혀지면 좋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지난 5월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이 최초로 제기했습니다. 서 의원은 당시 <MBC> '뉴스투데이' 인터뷰에서 "조 대법원장은 벌써 1년 전 윤석열에게 '이재명은 대선까지 갈 일이 없다, 이재명 건이 대법에 올라오면 대선에 못 나가게 해결하겠다'는 제보를 당시 여권의 고위직으로부터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파기환송을 5월1일 조 대법원장이 시켰는데, 하루 전인 4월30일에 한 전 총리가 출마를 시사하고 파기환송 시킨 그날 출마를 선언한다"며 "제보를 받아서 5월2일에 조 대법원장에게 질의를 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내란 특검, 수사에 신중…한덕수·정상명 의혹 부인
제보 내용이 공개되자 민주당에선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이라면 사법부 국정농단이자 사법부 쿠데타를 암시하는 것"이라며 "내란 쿠데타에 이은 사법부 쿠데타의 연계성을 반드시 특검이 파헤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전날 밤 페이스북에 "사실이라면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과 정치 개입은 즉각 규명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조국혁신당도 화력을 보탰습니다.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끝까지 간다'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선후보를 제거하려 한 조희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한 특검이 필요하다"며 "그 전이라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고발된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법원이 내란에 협조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결정적 증거가 이 판결 뒤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서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당장 수사가 진행되기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박지영 내란 특검팀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 단계에서는 수사를 착수할 만큼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수사 대상인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한덕수 전 총리 측과 정상명 전 검찰총장 측은 윤석열씨가 파면된 직후 조 대법원장과 만났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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