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대통령과 관련된 ‘대장동 사건’ 형사재판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정국이 혼란하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며 서울중앙지검장은 사임했다. 수사팀·공판팀, 서울중앙지검은 원래 만장일치로 항소 의견이었다. 이들은 법무부와 대검이 항소 포기로 결과를 뒤집게 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전국의 평검사들도 항소 포기 사태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전국의 검사장들이 항소 포기를 비판하는 집단 입장문까지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 여당은 항소 포기에 반발하는 검사장들을 징계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검찰 개혁이 아니다. 삼권분립 파괴 행위에 불과하다. 삼권분립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지금 우리는 입법부가 사법부와 행정부에 군림하여 통합 지배하려는 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봉건주의와 인치(人治)주의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두려움과 우려가 크다.
정부 여당은 이번 항소 포기에 대해 검찰 내부 기준인, 구형량의 ‘3분의 1’ 이상의 선고에 대해 항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으로 문제없다고 했지만, 정부가 내세운 그 규정에는 3분의 1이 아니라 2분의 1로 되어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정부 여당이 국민을 노골적으로 속이고 있는 것이 맞다. 즉 ‘검사 구형 및 상소 등에 관한 업무 처리 지침’ 제14조 제1항 제2호에는 구형의 2분의 1 미만일 경우 원칙적으로 항소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항소 포기하도록 되어 있다. 심지어 위 규정 제14조의 2 제1항에는 항소기준을 ‘상향’하는 사건으로, ‘기타 사회적 파장이 크거나 다수 피해자를 양산하는 등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을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에는 이러한 경우 선고 형량이 구형량의 ‘3분의 2’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항소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대장동 사건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피해 회복도 되지 않았고, 다수 피해자가 양산된 범죄였다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커도 보통 큰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1심 선고에는 일부 무죄, 면소 판결된 부분까지 있다. 결국 위 규정 제17조, 제20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따라 무죄 등 판결이 선고된 중요 사건에 해당하고 규정에 따라 구형량의 2분의 1이 아니라 심지어 3분의 2 미만만 되어도 항소해야 하는 특수한 사건이라 보아야 맞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 이후 정부 여당과 검찰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검찰 로고. (사진=뉴시스)
이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징역형 외 벌금형, 부가형인 추징금을 보자면, 구형량의 절반에 턱없이 못 미친다. 유동규의 벌금 구형은 17억400만원이었는데 선고 결과는 고작 4억원이다. 구형량의 4분의 1도 안 된다. 차액은 무려 13억400만원이다. 정민용은 구형의 절반을 겨우 넘겼지만 항소 상향 기준인 3분의 2에는 못 미치고 구형과의 차액은 3억6400만원이다. 추징금의 경우 김만배는 구형과 선고의 차액이 무려 5394억9835만원이다. 심지어 남욱과 정영학에게는 추징금 선고가 아예 되지도 않았다. 인정되지 못한 금액만큼이나 항소의 필요성은 천문학적인 크기로 높은 사건이었다. 이처럼 벌금액을 보더라도, 피해에 대한 상당한 추징의 필요성에 있어서도, 사회적 파장 부분에서도 그 어떤 사건보다 반드시 항소를 해야만 하는 사건이었다. 대체 이견이 있을 수가 있을까.
피고인들은 이마저 억울하다며 항소를 했다. 검사는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항소하는 경우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따라 1심보다 무거운 선고는 불가능하다. 어차피 이런 항소심이 진행되어 검사가 피고인들과 계속 법리 및 사실관계를 다투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검찰이 항소를 자제할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검찰 내부 평검사들의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지금 자제해야 할 것은 대통령 관련 사건 항소가 아니라 정부 여당의 계속되는 수사, 사법 파괴 행태다. 적어도 이번 항소 포기 사건을 보자면 정부 여당이 가고 있는 길은 수사권 ‘개혁’, 사법 ‘개혁’이 결코 아니다. 삼권분립의 토대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불법 계엄 범죄자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다시 세운 정부 여당에 보내는 국민의 눈빛이 기대에서 의심으로 바뀌고 있는 시점이다.
류하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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