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사각지대 쿠팡)②냉난방 없는 환경서…밥 먹는 시간 외는 '노동'
5년간 현장 사망 27명…지난달 연이은 사망사고
'냉난방·휴게시간'…기본 챙기는지 정부 현장 조사
일용·계약직 대부분인 현장…사망 사고에도 '무심'
피로에 의한 '급성 과로사' 사회적 논의망에 올려야
2025-12-02 15:54:13 2025-12-02 17:32:38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지난 11월 동안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분만 두 분입니다. 그런데 물류센터 직원들은 사망자가 발생하면 장례식장 위치가 어디인지부터 찾아야 합니다. 비정규직과 일용직으로만 구성돼 있기 때문에 공지가 되지도 않고, 본사에서도 개인정보를 이유로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사이에 본사는 유족을 설득해 사망에 대한 산재 처리를 막는 겁니다. 이러니 쿠팡 물류센터 환경이 아무리 열악해도, 개선되지 않고 노동자들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대우도 못 받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
 
2일 만난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지난달 쿠팡 물류센터에서 연이어 발생한 두 건의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개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앞서 쿠팡 동탄1센터에서 야간 근무 중 사망한 고(故) 김모씨와 27일 경기광주5센터에 또 발생한 사망사고에 우리 사회가 적잖은 충격에 빠진 모습입니다.
 
노동계는 이번 사망 사건이 배송 '속도'만을 위해 노동자를 연료처럼 소모하는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쿠팡 노동자 사망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물류센터의 고강도 노동, 휴게시간 미보장, 야간 노동자 보호 대책 부재와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동시에 물류센터 사망사고에 대한 산재를 인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냉난방과 휴게시간"…왜 최소한에 분노해야 하나
 
쿠팡 물류센터 업무가 왜 그렇게 고됐던 걸까요. 문제는 '기본'에 있었습니다. 사실 이는 하루이틀 지적된 문제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쿠팡 물류센터에는 냉난방시설 자체가 없었습니다. 폭염이 덮친 여름에는 30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쉴 새 없이 택배 박스를 컨베이어에 올려야 합니다. 올해 7월 광주쿠팡물류센터 노동 인권 실현을 위한 시민단체에서는 물류센터 직원 112명 중 30도 이상의 환경에서 근무한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63%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한여름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A(36)씨는 "하도 땀을 흘리니까 화장실을 안 가도 되는 수준이었다"며 "환경이 이런데도 냉방시설은 대형 선풍기를 군데군데 작동시켜둔 게 전부였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쿠팡 물류센터에서 더 일할 수도 있었지만, 이런 대접까지 받아가면서 해야 하나 생각이 들어 며칠 만에 그만뒀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인 근무 환경으로 보기 힘들었다는 의미입니다. 
 
서울 송파구 복합 물류센터 전경. (사진=이지유 기자)
 
고강도 노동에도 별도의 휴게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야간 근무를 했던 B(47)씨는 "당시 쿠팡 물류센터에서 허락 받은 휴게시간은 단 10분 남짓"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외에는 음료를 먹으러 갈 시간도 없었다는 게 B씨의 전언입니다. 
 
사실 쿠팡 물류센터 환경 자체는 불법이 아닙니다. 물류센터는 법적으로 창고로 분류되기 때문에 냉난방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됩니다. 휴게시간 역시 2시간마다 15분씩, 8시간에 1시간을 주면되는데 식사 시간으로 이를 대체하면 사실상 법적 테두리를 지킨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동환경이 현재의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공공운수노조는 "냉난방이나 휴게시간 보장과 같은 기초적인 권리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장에는 계약직이 50%, 일용직이 50% 정도 있는데 이런 형태로 일하다 보니 당장 생계가 급한 분들은 일용직 출근을 또 확정받기 위해 관리자의 말에 저항하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습니다.
 
쿠팡은 지난 10월 국회 청문회에서 물류센터 내 냉난방 시설 개선, 야간 노동 및 근로 강도 완화, 휴게시간 확충을 약속했습니다. 이런 약속이 있은 지 한 달 만에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고용노동부는 오는 10일부터 실태 점검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특히 그간 계속 지적됐던 야간 노동 시장과 휴게시간 등을 집중적으로 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서울 송파구 복합 물류센터에서 출고 작업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이지유 기자)
 
일용직·계약직 뿐인 현장…사망 사고에도 '잘도 도는 컨베이어'
 
"다들 일용직, 계약직인데 뭐 옆에서 누가 죽어도 모릅니다. 그냥 '오늘은 안 나오는구나' 합니다." (물류센터 장기 근무자)
 
일용직으로 물류센터에 들어가면 장기 계약직 직원들의 안내를 받습니다. 하지만 그뿐, 바쁜 현장에서 하루 정도 일하러 온 일명 '알바'가 큰 관심을 받기는 어렵습니다. 물류센터 일용직으로 장기간 근무했다는 C(57)씨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서도 방송을 통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C씨는 사망 소식을 전해들은 뒤 내부 분위기가 어땠냐는 물음에 "일용직 일하러 오는 사람들 사정이야 뻔하지 않겠냐"며 "그냥 뉴스로 전해 듣고 안타깝지만 그런가 보다 했다"고 말했습니다. 서로 일면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조직력이 있는 단체도 아니다 보니 사실상 무관심하게 된다는 겁니다.
 
5년 내 쿠팡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27명입니다. 하지만 쿠팡은 단 한 번도 중대재해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나면 장례식장이 어딘지 찾아다니는 것부터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본사에서 먼저 유족을 만난다면 결국 산재는 또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가운데 사회에서는 급성 과로사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란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급성 과로사는 평소 건강과 무관하게 삼야·장시간 노동으로 피로가 누적될 경우 언제라도 벌어질 수 있다"며 "과로사에 대한 정확한 감정이 어려운 만큼 질병 사망으로 사건을 축소하는 것은 손쉬운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피로 누적을 막기 위해 유럽 등지에서는 노동과 노동 사이에 11시간 휴식 시간을 반드시 보장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며 "지금 우리나라는 이 같은 제도가 IT 업계에 한해 시행되고 있는데, 이제 우리 사회도 노동과 휴게에 대한 건강한 인식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