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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코오롱생명과학(102940)이 과거에 발행했던 전환사채(CB)의 전환 물꼬가 터지며 오버행(잠재적 매도 대기 물량) 리스크를 맞닥뜨렸다. 이번에 전환청구된 물량은 전체 발행주식총수의 5% 이내여서 당장의 오버행을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동일한 전환가액으로 전환청구를 기다리는 물량이 약 13%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사측은 CB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이어가고 있어 오버행 리스크의 장기화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진=코오롱생명과학)
전환가액 세 배 달하는 주가에 CB 전환 물꼬…오버행 리스크 부상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오는 17일 보통주 37만2529주를 추가 상장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채무상환자금 조달 명목으로 발행한 6회차 CB에 대한 전환청구권 행사에 따른 것이다.
이번 전환청구 금액은 67억원, 발행 주식 수로는 9월30일 기준 코오롱생명과학의 발행주식총수 1242만3387주의 3%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발행 당시 사채의 권면총액은 120억원, 본건 전환청구 행사내역 반영 후 미전환사채 잔액은 53억원, 전환가능 주식수는 29만4690주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발행 당시 책정된 1만7985원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회사의 주가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5만7600원에 거래되며 전환가액을 220.27% 웃도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잔여 물량에 대한 추가적인 전환청구 가능성도 높다. 사채 발행 대상은
유진투자증권(001200),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다.
통상 CB의 주식 전환이 이뤄지면 발행사의 입장에선 사채 상환 부담을 덜어냄과 동시에 그간 부채로 계상돼 있던 사채가 자본으로 편입되며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다만 이번 전환청구는 오버행 리스크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기존 주주들의 우려를 동반한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21년 발행한 3회차 CB도 미상환 상태로 보유 중인데, 해당 CB의 전환가액 역시 1만7985원인 상태다. 3회차 CB의 경우 만기가 2051년으로 영구전환사채로 분류되지만, 전환권 자체는 정해진 기간 내 행사가 가능하다. 전환청구기간의 시작일은 2022년 12월10일이었다.
3회차 CB의 권면총액은 250억원, 전환가능주식수는 139만47주다. 6CB 잔여 물량과 3CB 전환가능주식수를 합하면 168만4737주로 현재 발행주식총수의 13.5%에 달한다.
기존 주주의 입장에선 사채권자가 전환사채의 주식전환을 선택할 시 신주 발행으로 인한 주식 가치가 희석되는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또한 사채권자가 이익실현을 위해 대규모 물량을 매도할 수 있다는 우려는 매수세를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영구 CB 발행으로 300억 추가 조달…오버행 장기화 가능성도
그런데 코오롱생명과학은 10%가 넘는 오버행 리스크에도 영구 CB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11일에도 운영자금 조달 명목 300억원 규모의 9회차 CB 추가 발행을 결정했고, 같은 달 26일 납입이 완료됐다. 발행 대상은 그린이에스지성장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 우리기업재무안정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 등이다.
만기는 2055년 11월에 도래하지만 전환청구는 내년 11월부터 가능해진다. 전환가액은 3만2820원으로, 당장 전환청구가 가능한 기발행 CB의 전환가액보다 높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현 주가의 56.98%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해 3분기 보고서 기준 코오롱생명과학의 유동자산은 1019억원, 유동부채 1831억원으로 유동비율이 55.65%에 그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6억원인데 반해 유동부채 항목 중 단기차입금및사채가 1057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장의 상환 부담이 적은 영구 CB 발행을 통해 운영자금을 조달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1년 후 추가적인 오버행 부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9회차 CB의 발행주식의 수는 91만4067주로 9월30일 기준 주식총수 대비 6.85%에 해당한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투자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신뢰 구축을 통해 CB 잔여 물량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케미컬 사업의 실적 호조, TG-C 미국 3상 추적관찰 종료 등 내년 예정된 다양한 긍정적 요소들을 통해 오버행 리스크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유상증자 등 추가 자금조달을 계획하고 있지 않으며, 금번에 조달한 전환사채로 자금을 운용할 계획이다. 영구채로 발행할 경우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귀속되기 때문에 재무구조 개선 및 부채비율 최소화를 위해 해당 발행 방식을 택했다"며 "단기차입금은 시설투자 성격의 자금으로 단기간 내 상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올해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고, 내년에도 양호한 영업이익이 기대되는만큼 차입금 상환 능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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