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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산유국, 감산 대신 동결…국제 유가 어디로
"이란 빠지고 감산도 없는 반쪽 합의"
2016-02-17 14:50:57 2016-02-17 14:51:49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4개 원유 수출 국가가 회의 끝에 산유량 동결을 결정했다. 시장이 기대했던 감산 결정은 아니었으나, 최근 유가 하락이 심각해지면서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번 동결 결정이 국제유가의 상승 동력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동결이 아닌 감산 조치가 있어야 하고, 또한 가파르게 생산량을 높이고 있는 이란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산유국 4개국 동결 결정에 시장 '실망'
 
사진/로이터
알리 누아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카타르와 회동을 갖고 산유량 동결을 발표했다.
 
모하메드 빈 살레 알 사다 카타르 에너지 장관 역시 "1월11일 수준으로 산유량을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과 비회원국간의 생산량 합의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베네수엘라와 나이지리아와 같은 저유가로 인해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산유국들은 꾸준히 OPEC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감산을 요구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는 유가 하락으로 타격을 받아 현재 채무가 1300억달러에 달할 뿐 아니라 바클레이즈는 베네수엘라가 앞으로 1년 안에 디폴트를 낼 가능성을 85%로 제시했다. 
 
따라서 다급한 율로지어 델 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이 OPEC 회원국과 비OPEC 회원국들을 직접 방문하며 설득에 나선 끝에 감산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동결이라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이번 결과에 대해 알 사다 카타르 장관은 “시장 안정화를 도울 것”이라고 평가했고, 알 나이미 사우디 원유 장관 역시 “시장을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과 관련해 감산을 기대하던 시장은 실망감을 내비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잠시 30달러를 넘나 싶더니 결국 1.2% 내린 29.08달러로 마감했고 브렌트유 역시 3.4% 급락한 32달러25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타임즈(NYT)는 이에 대해서 “이번 합의가 감산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도 이와 관련해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의문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합의문에서 네 국가는 “다른 국가들이 참여한다면 산유량을 동결할 것”이라는 애매한 발언을 썼기 때문이다.
 
마이클 린치 스트래티직에너지앤이코노믹리서치 회장은 “현재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동결이 아닌 감산이다”라며 “현재 이들은 문제점을 인식하는 매우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감산에 근접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동안 OPEC 국가들이 합의를 한 후에도 지키지 않았던 적이 많았던 만큼, 과연 동결 약속이 잘 지켜질지 여부도 믿을 수 없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란과 이라크 참여가 향후 유가 향방 결정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장이 실망한 이유는 바로 이번 협상에 이란과 이라크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델 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에 합의된 사항을 이란과 이라크와 논의하기 위해 16일 테헤란에서 회동할 예정”이라고 전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로 이란과 이라크가 동결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슬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은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앙숙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 이 두나라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란의 경제 제재가 풀린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란이 쉽게 동결 또는 감산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한 이란의 한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이제 막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과는 상황이 다르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란의 현지 언론 샤나통신과 인터뷰한 비잔 잔가네 이란의 석유 장관 역시 시장 점유율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국제유가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UBS 이코노미스트들은 산유량 동결 발표 이후에도 올해 국제유가가 20~40달러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웨인 고든 UBS 전략가는 “여전히 하루에 100~200만배럴의 원유가 과잉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바꿀 요인이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낙관적인 전문가들은 동결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냐며 감산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결국 산유국들의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만큼, 17~18일(현지시간) 쯤 예상을 깨고 깜짝 감산 발표가 나올 수도 있다고 이들은 전망하고 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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