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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반격-응수 어우러지는 것이 정치다
2016-07-26 06:00:00 2016-07-26 06:00:00
요즘 박근혜 정부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 세상에 이런 뒤죽박죽 정부가 또 어디있나 싶을 정도다. 정부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과 4·13 총선 당시 녹음된 음성을 통해 터져 나온 공작정치의 정황,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각종 의혹과 권력 남용까지. 임기 말로 치닫는 정부가 무엇 하나 뚜렷한 성과도 내지 못한 채 정통성마저 잃어가고 있는 판국이다. 국민들이 정부의 권위가 존재한다고 믿을 경우, 그리고 그 권위가 적절히 활용될 경우에만 정부는 정통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 정부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형편없는 여당을 향해 야당은 제대로 비판하고 공격해야 한다. 하지만 고작 취하는 액션이 우 수석 해임과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하는 정도니 이 또한 무능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야당 앞에 여당은 제대로 해명하거나 반격하려 들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고 시간만 질질 끌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여당의 정치력은 야당의 공격을 맞받아칠 때 돋보이는 법이다. 따라서 야당의 비판이 있으면 즉각 그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이 권위 있는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러나 한국정치에서는 이러한 민주주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니 정부나 정치인이나 할 것 없이 권위가 잘 서지 않는다.
 
200년의 민주주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는 여당과 야당이 리얼한 상호 비판과 견제를 통해 진정한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지난 14일 프랑스의 남부 해안도시 니스에서 테러가 발생해 무고한 시민 84명이 목숨을 잃자 올랑드 대통령은 희생자를 위해 3일간을 추모의 날로 정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사회당 정부 출범 이래 세번째 대형 테러가 발생하자 야당의 공격이 시작됐다. 공화당 대표이자 전 대통령인 사르코지는 발스 총리가 이끄는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민영TV <TF1>에 출연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고, 총력전이다. 테러리즘에 대해 정부가 18개월 전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부터 모든 것을 다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현 정부의 책임을 추궁했다. 차기 대선 유력 주자인 같은 당의 알랭 쥐페 보르도시장도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다면 니스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야당 지도자들의 이러한 비판에 발스 총리와 카즈뇌브 내무부 장관은 현 정부의 과감한 액션이 성과를 가져왔다고 반격에 나섰다. 이들은 “사회당 정부는 2013년부터 16개의 테러 계획을 무산시켰다”며 “반면 정부는 연초부터 테러와 관련된 인물 160명을 체포했다. 그 어떤 정부도 테러와의 투쟁에서 지금만큼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발스 총리와 카즈뇌브 장관은 “우리는 9000명의 경찰과 헌병을 보강했다. 이중 1900명은 국내 정보의 강화를 위해서였다”며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7~2012년에는 반대로 1만2500명이 해고되었다”는 말로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비난이 설득력이 없음을 증명했다. 현 정부가 급진주의 예방을 위해 3개의 테러방지법과 정보법을 채택하고 지난 2012년부터 안전 관련 예산을 증액한 점도 상기시켰다. 올랑드 대통령도 “테러범들은 우리가 분열되고 나눠지길 바란다”며 “우리는 힘을 합쳐 행동할 수 있도록 단결하고 결집해야 한다"는 말로 화합을 호소하고 야당의 공세를 차단했다.
 
국가의 위기 앞에 정치인들이 책임 소재를 놓고 상호 비난하고 반격하는 모습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만 프랑스 정부의 주역 3인방이 야당의 공세에도 움츠려들지 않고 즉각 일목요연하게 증거를 들어가며 반격하는 정치력은 우리가 배워야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여·야 정치인들은 즉각 상호 대응해 논란을 막아야 하는 상황을 방관하다가 그르치는 일이 많다. 사안을 두고 논리적으로 반격하고 응수할 때 정치는 생생하고 흥미로워진다는 점을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참고해야 한다.
 
최인숙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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