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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는 커피 만드는 게 목표"
커피지아, 프리미엄 스페셜 커피콩으로 승부…장애인 고용으로 커피 맛 살리고 사회적 기여도
2016-10-20 15:31:34 2016-10-20 15:31:34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커피지아’(www.coffeejia.com)는 태국 도이창 등 세계 곳곳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고급 커피 생두를 들여와 로스팅(커피 생두를 볶는 것)한 뒤 일반 기업이나 커피 매장, 개인에게 도·소매 주문판매하는 커피 원두 납품업체다.
 
김희수 커피지아 대표가 회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커피지아
 
커피지아를 이끌고 있는 김희수 대표는 겉으로 보기엔 화장기 없는 얼굴과 수수한 옷차림을 한 20대 후반의 평범한 여성이지만, 중국 현지 대학에서 무역과 경제를 전공한 엘리트로 남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에도 입사했던 능력자다. ‘젊었을 때 하고 싶은 사업을 해보자’라는 마음에 회사를 박차고 나와 지난 2011년 창업 후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고 있는 당찬 인물이다.
 
김 대표의 가장 중요한 경영철학은 ‘커피는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커피를 마셔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마시는 사람은 없다"면서 "국내에서 최고로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있다"고 자부했다.
 
평소 커피를 입에 달고 사는 기자가 마셔 봐도 감탄사가 나오는 맛이었다. 향은 감미로웠고 크레마(고운 황금색 거품)는 풍부했다. 신맛과 단맛, 쓴맛의 조화도 좋았으며, 충실한 바디감에 뒷맛 역시 깔끔했다.
 
커피지아가 사용하는 생두는 프리미엄 제품인 ‘스페셜티’다. 스페셜티는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가 맛과 향·원두 상태 등을 종합 평가해 80점 이상을 획득한 생두를 말한다. 스페셜티로 분류된 생두는 상위 7%에 속한다.
 
커피지아는 고객의 주문을 받는 즉시 로스팅을 시작하고, 커피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재고를 쌓아두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HACCP·해썹) 인증을 받아 위생관리도 철저하다.
 
특히 생두에서 한 번, 로스팅한 원두에서 한 번, 총 2번의 ‘핸드픽’ 작업을 통해 결점두(defect)가 섞이지 않은 고품질 원두를 생산한다. 결점두는 ▲벌레 먹은 콩 ▲덜 익은 콩 ▲과하게 익은 콩 등으로 결점두 한 알이 커피의 맛과 향을 좌우한다.
 
커피의 등급이 생두 300g당 결점두 수에 따라 8등급으로 나뉠 정도이니, 핸드픽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작업이 번거롭고 인력이 많이 필요해 기계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커피지아는 12명의 ‘초능력 콩 감별사’(초콩사)를 고용해 핸드픽 작업을 진행한다. 이들은 발달장애인으로 전 직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커피지아가 사회적기업이 된 이유이다.
 
커피지아의 초능력 콩 감별사(초콩사)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커피지아
 
발달장애인이 만드는 가장 맛있는 커피
 
김 대표가 처음부터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김 대표는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있지 않아 특수학교 교사인 친구가 놀러왔다가 졸업반 학생 2명을 몇 달 정도만 실습으로 데리고 있어달라고 부탁했다”며 “남들을 크게 도울 형편은 아니었지만, 회사의 사회적 의무 같은 것을 생각해 수용했다”고 회고했다. 2012년 6월의 일이다.
 
평소 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이 일반인과 비교해 인지력이나 대인관계, 의사소통 능력 등이 떨어진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일단 실습이라는 명분으로 받았지만 처음에는 무슨 일을 시켜야 할지 막막했다.
 
‘발달장애인이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 대표의 눈에 어느 날 그들의 특별한 재능이 보였다. 발달장애인 특유의 고집과 반복행동이 고도의 집중력과 반복 작업이 필요한 핸드픽에서는 ‘초능력’이라고 불릴 만큼 적합하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김 대표는 “장애가 어떻게 초능력이냐는 분도 있지만 초능력이라는 것은 일반인과 다른 재능이나 장점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매일 우직하게 앉아서 콩을 고르는 일은 일반인에겐 힘들고 짜증나는 일이다. 그러나 초콩사들에게는 즐거운 일로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올린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발달장애인들의 잠재력을 발견하면서 커피지아는 ‘커피의 맛’이라는 실리와 ‘사회적 기여’라는 명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된다.
 
커피지아는 2013년 5월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인증, 2014년 11월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에 이어 같은 해 12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인증 받으며 본격적인 사회적기업의 행보를 걷는다.
 
지난 6월에는 ‘2016 하이서울 우수상품 브랜드 어워드’에서 식품부문 인증을 받았다. 유통 및 제조분야 전문가 70여명이 상품의 우수성만 집중적으로 평가해 선정했다. 커피지아는 상품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중시하는 기업들과 정부기관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났고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하는 일반 소비자들도 증가추세다. 김 대표는 “아직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많이 알리지 못했지만 한번 드신 분들이 주변에 추천하고 재구입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처음 2명에 불과했던 초콩사는 12명으로 늘어났다. 초콩사가 회사의 중심이 되면서 사회복지사를 고용해 그림수업이나 문화관람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김 대표도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김 대표는 “가끔은 여기가 사업장인지 학교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2~3년간 근무한 초콩사들의 의사소통능력과 사회성 등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커피지아가 판매하고 있는 커피 원두 제품들의 모습이다. 사진/커피지아
 
품질과 맛으로 승부하는 커피 로스팅 기업
 
김 대표의 가장 큰 목표는 커피지아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로 유명해지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회사라서가 아닌, 최고의 품질과 맛으로 고객들을 만족시키는 커피 로스팅 전문 기업”이라며 “맛과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되겠다. 또 사회적기업으로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를 최다 창출하는 커피제조 회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 김 대표는 커피지아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커피를 좋아해서 로스팅 사업을 하고 싶었다”며 “맛나게 커피를 볶아 원하는 곳에 납품하고 남는 시간은 자유롭게 사용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금도 없이 정부 저리 융자를 받아 시작했다. 아직 젊으니 실패해도 또 취업해 갚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사업이 이렇게 어려울지는 몰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지만 “다른 20대나 30대 분들에게도 꼭 자기 사업을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면서 “직장을 다니면서는 알 수 없을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기 사업체를 6년간 이끌어 가고 있는 CEO지만 김 대표는 아직 20대다. 다른 동년배처럼 놀고 싶은 마음은 없을까. 김 대표는 “친구들과 약속을 정해 만나기 어려워 시간이 나면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며 “지금은 일하는 것 자체가 좋고 보람을 느낀다. 열심히 하면 회사가 성장하는 것이 보인다.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이렇게 인터뷰도 와주시지 않았나”라고 웃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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