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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삼성…이건희를 넘어라!
등기이사 선임으로 승계 공식화…3분기 실적은 곤두박질
2016-10-27 17:11:24 2016-10-27 17:11:24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삼성이 이재용 시대를 맞았다. 절대 카리스마로 군림하며 삼성의 상징이었던 이건희 회장은 넘어야 할 대상이 됐다.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킨 부친의 역량을 구현해내는 동시에 삼성공화국으로 치부되던 어두운 단면은 털어내야 한다. 당장 갤럭시노트7 사태라는 난제가 그의 앞에 놓여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0일 오전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등기이사에 올랐다. 표결 없이 참석 주주들의 박수로 동의를 구했다. 삼성 후계자의 사실상 공식 데뷔식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의 이목이 쏠렸지만 주인공은 없었다. 본인의 선임 안건을 처리하는 주총엔 참석하지 않는 관례를 따랐다. 흔한 취임사조차 없었다. 이날 발표된 3분기 부진한 성적표도 그의 주총장 발걸음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주총은 속전속결이었다. 프린터 사업을 매각하기 위한 사전 분할 안건부터 처리했다. 부친이 애지중지해왔던 사업이지만 비핵심 사업은 미련 없이 정리하는 아들의 원칙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은 “핵심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사업조정을 지속 추진해 왔으며, 이번 매각 결정도 같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주주들은 합리적인 경영판단임을 인정했다. 표결 없이 다수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 의결됐다. 
 
이 부회장의 이사선임 안건도 국내 1위 재벌의 경영권 승계라는 상징성이 무색할 정도로 간단하게 처리됐다. 단 두 명의 주주가 동의의 뜻을 밝혔고 반대 의견은 전무했다. 이 부회장이 의사결정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데 주주들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권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이사에 선임되면 이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회사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삼성은 3세경영이 사실상 공식화됐다. 과정은 일사천리였지만,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난제도 만만치 많다. 가전을 시작으로 반도체, 모바일까지 오늘날의 삼성이 있기까지 부친의 역량이 절대적이었다면, 이와는 다른 성장엔진으로 채워나갈 삼성의 미래를 보여야 한다. 과거 편법 승계 등 일그러진 영웅의 자화상을 극복하고 오늘날에 맞는 새로운 이미지도 구축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갤럭시노트7 사태로 추락한 품질경영과 소비자 신뢰 복구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맹목적 일등주의와 성과에 기반한 조급한 조직문화 역시 그가 떠안아야 할 짐이다. 승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불거질 두 동생(부진·서현)과의 갈등도 조정 대상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매출액 47조8200억원, 영업이익 5조2000억원의 3분기 경영실적을 공시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로 4조원대를 구가하던 모바일사업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주총 안건 의결이 모두 끝난 직후 신종균 사장(IM부문장)은 “국민 여러분과 전 세계 고객들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근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프로세스를 다 뜯어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연말 임원인사의 칼바람과 함께 대규모 조직개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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