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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관계자소통·사회책임·성과공개는 사회적가치 추구의 필수조건
2018-08-20 08:00:00 2018-08-20 08:00:00
근래 사회적가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공공기관, 대기업, 사회적경제조직 등 모두가 자신들의 사업과 활동으로 인해 어떤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는지 입증하고자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 이는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사회적 가치’ 실현과 관련된 다수의 국정과제들이 실제로정부와 공공기관 전반에 걸쳐서 핵심적인 정책방향으로 수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100대 국정과제중에서도 “열린 혁신정부, 서비스하는 행정”(국정과제8),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국정과제12), “사회적 경제 활성화”(국정과제26) 등이 대표적인 연관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박광온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이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데, 이는 원래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2014년 6월에 발의한 것이었다.
 
이 법안은 2012년 영국에서 제정된 ‘사회적 가치법’(Social Value Act)을 벤치마킹한 법안인데, 영국의 법은 정부의 구매, 조달에 있어서 사회적 경제를 통해 생산된 물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다른 말로 ‘사회책임조달’이라고 하는데, 현재 한국 국회에서 발의한 내용은 이를 뛰어넘어 ‘사회적 가치’를 인권, 안전, 환경, 사회적 약자 배려, 양질의 일자리 창출, 상생협력 등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 정의하고 공공기관의 조달, 개발, 위탁 사업 등에 있어 비용절감과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사업자에게 보다 많은 인센티브 제공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또한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에 있어서도 경영효율성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가치를 실현했는가를 반영하도록 의무화하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대통령 직속의 심의·의결기구인 ‘사회적 가치 위원회’ 설치 및 정부의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렇듯 정부의 국정과제와 집권 여당 핵심의원들이 발의한 기본법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가치 의지가 매우 강력하고, 공공기관부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도록 하여 전체 한국사회에서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이루려하는 낙수효과 전략이 매우 체계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현 정부의 사회적 가치 추구를 위한 정책의 다양성 부족을 점을 손꼽을 수 있다. 2017년 12월 공공기관 운영평가 배점의 변화에 따라 사회적 가치 실현 항목의 비중이 40% 이상으로 대폭 상향되면서 공공기관들은 경영평가 대응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다양한 공공기관과의 경험을 통해 보자면, 아직도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이해도는 매우 낮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 중심의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증진 정책은 자칫하면 공공기관들이 기계적으로 기관 내부 직원에 대한 정규직화, 정원의 증원, 사회적기업으로부터 조달 강화, 자선활동 등으로 사회적가치 경영을 이해하게끔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사회적 가치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공직사회의 자기 혁신에 대한 정책도 부족해 보인다.
 
사회적가치가 단순히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의 정책적 선택이 아니라 정부 및 공무원의 존재이유가 국민 다수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있고, 이를 위한 국정의 일차적 목표가 사회적 가치의 구현에 있다는 철학적 내면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중장기 계획이 제시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는 정책입안자, 관련부서들이 혼자서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Walzer의 사회적가치론에 의하면, 사회적 가치는 ‘사회구조에 의해 직접적으로 다뤄지는 권리와 자유, 권한 및 기회, 그리고 소득과 재산 등과 같은 가치들’을 의미하는데, 이는 바로 사회적 가치가 공동체와 사회에 의해서 부여되고 공유되는 가치라는 다원주의적 정의관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기에 사회적 가치는 불변적인 상수가 아니라, 시대적, 공간적 제약을 받음과 동시에, 사회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이나 신념, 삶의 방식이 변하면 사회적 가치의 내용이나 가치의 분배방식에 대한 생각도 변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사회적가치의 정책과 프로그램 실행단계에서 끊임없이 다수의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그들의 생각을 모아낼 뿐만 아니라 생각의 변화들을 체크하고 반영하는 것이 사회적가치 실현의 선행조건이다. 이는 CSR에 말하는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경영과 맥락이 연결되는 바, 공공기관들은 사회적가치 경영 비전과 미션, 중장기 발전계획, 연도별 실행과제 및 성과관리와 같은 계획을 세울 때부터 이해관계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그에 기반한 사회적가치 추구 전략과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몇몇 공공기관 경영평가 담당자들이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평가지표에 따른 서류 작업을 하는 것이 ‘사회적가치’경영 업무의 근간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소리다.
 
세 번째로,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경영은 사회책임경영에 기반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과 이를 증진하기 위한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대다수의 CSR전문가들은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왜냐하면 ‘사회적 가치’ 개념과 실행수단이 여전히 추상적이고 가변적이라고 한다면, ‘사회적 책임’ 논의는 상당부분 구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제적 규범인 ISO26000을 통해 조직의 사회적 책임을 설명책임, 투명성, 윤리성, 이해관계자 참여, 법규준수 등 7가지의 원칙과 거버넌스,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경쟁, 지역사회참여발전 등 7가지의 핵심주제를 담고 있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제안하자면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는 사회적책임경영에 기반해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정기적인 소통을 통해 기관의 사회적가치 전략과 실행프로그램이 도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사회적 가치 보고서라는 내용으로 그 성과와 한계를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하는 것이 사회적 가치 실현의 구체적인 프로세스로 정착되어야만 할 것이다.
 
박주원 지속가능경영재단 CSR경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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