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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 극한경영…적자 감수 투자
쿠팡·위메프·티몬, 자본잠식에도 격차 벌리기 안간힘
2018-08-21 15:34:49 2018-08-21 15:42:3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소셜커머스 업계가 ‘배수의 진’을 펼친다. 하나같이 자본잠식에 빠져서도 투자를 고수하고 있다. 네이버 등 대형 포털에 이어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진출이 본격화되며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릴 마지막 ‘골든타임’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 소셜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21일 “투자자가 많아 적자 상태를 재무적으로 고칠 수 있음에도 현상태로 가는 것”이라며 “후발 대기업과 격차를 벌려두기 위해 투자를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강희태 사장이 지난 5월1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사파이어볼룸에서 롯데 e커머스사업본부 전략 및 비전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쿠팡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이 1조8821억원이나 됐다. 전년 1조2085억원에서 더욱 불어난 것이다. 다행히 자본잉여금이 1조6605억원정도 있어 결손금을 일부 보전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자본 완전잠식 상태를 초과한다. 증자나 무상감자 등을 통해 재무상태 개선이 가능하지만 쿠팡은 그보다 투자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마이너스인 상황에서도 1171억원 정도 투자 지출을 감수했다. 차입금 등을 늘려 부채를 키우면서다. 그 탓에 기말 보유 현금은 전년에 비해 반토막 났다. 지난해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758억원(전년 3632억원)이었다. 아직 현금이 있지만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올 연말엔 바닥날 수 있다.
 
위메프 역시 지난해 결손금이 3743억원에 이르러 자본 완전잠식 기준치를 2398억원이나 초과했다. 그럼에도 위메프는 되레 그 전년보다 투자를 늘렸다. 티몬도 재무상태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투자 지출을 늘린 것까지 같았다.
 
자세히 보면 업체간 조금씩 차이는 있다. 위메프는 투자주식 처분 등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면서 기말 현금은 전년보다 늘었다. 업계는 상대적으로 물류센터 등 고정자산이 많아 비용절감이 어려운 쿠팡이 재무적 타격을 많이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그나마 대기업 진출이 본격화되기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신세계, 이마트는 이커머스 법인 설립 투자계획을 발표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이를 두고 사모펀드로부터 1조원 정도 투자를 받아내는 협상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롯데는 계열사 이커머스사업 통합작업에 3년 정도 소요된다는 데 업계가 안도감을 보인다.
 
다만 업계는 종합 포털이 이머커스사업을 확장하는 데 대한 염증을 드러냈다. 소셜커머스 거래가 포털을 통해 이뤄지는데 포털이 자체 거래상품을 시인성 좋도록 배치하는 등 불리한 경쟁이란 불만이다. 공정 경쟁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공정위 로비스트법 등으로 직원 면담이 어려워지면서 이런 어려움을 호소할 데가 없다”며 “대기업은 나름의 접촉 방법을 찾을 텐데 약소기업만 소외된다”고 토로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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