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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 내세운 '스테이블코인'…비트코인 대체할까
팍소스토큰·제미니달러 등 잇달아 상장…디지털 기축통화 가능성 높아
2018-10-18 18:06:51 2018-10-18 18:06:51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가치가 고정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암호화폐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격 예측이 어려웠던 기존 암호화폐와 달리 변동성이 적은 ‘안전자산’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데다 중앙은행이 디지털 통화를 발행할 경우 기축통화 등 실제 상용화 가능성이 제기되며 암호화폐의 새로운 판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1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암호화폐거래소 후오비는 오는 19일부터 후오비 글로벌에서 팍소스 토큰(PAX)과 트루유에스디(TUSD), 유에스디코인(USDC), 제미니 달러(GUSD) 등 4종류의 스테이블코인 입금을 개시할 예정이다.
 
현재 후오비는 스테이블 코인의 대량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해당 코인의 기관 거래팀과 액셉터(accepter), 장외거래시장(OTC) 마켓 메이커 등을 모집하고 있으며 조만간 스테이블코인 OTC에 대한 세부 방안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중국계 암호화폐거래소인 오케이이엑스(OKEx) 또한 16일부터 PAX·TUSD·USDC·GUSD의 현물거래를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들의 잇단 상장은 시장의 관심이 스테이블 코인에 몰려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격 변동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특성을 기반으로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화폐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대항마로 꼽히는 셈이다.
 
실제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도 급상승하고 있다.
 
암호화폐정보제공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윙클보스 형제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제미니트러스트의 ‘제미니 달러(GUSD)’ 거래볼륨(Volume)은 10월6일 28만달러에서 불과 10일 만인 10월17일 1255만달러로 4369%가 급증했다.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스타트업 블록체인 기업 서클의 유에스디코인(USDC)의 볼륨은 10월8일 38만달러에서 110만달러로 188%가 늘었다.
 
블록체인 업체 팍소스트러스트의 팍소스 토큰(PAX)의 마켓캡(Market cap)은 5093만달러로 지난 10일 1335만달러 보다 281% 뛰었으며 미국 달러를 담보로 하는 트루유에스디(TUSD)는 3월13일 647만달러에서 1억6260만달러로 2411% 확대됐다.
 
달러와 1대1 교환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테더(USDT)'의 마켓캡은 올해 1월 기준 13억7172만달러에서 21억4781만달러로 56.5% 올랐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은 2279억4653달러에서 2863억1101만달러로 25.6% 늘었다. 전체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지만 상승률은 스테이블 코인이 이를 상회하는 것이다.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팍소스 토큰(PAX), 유에스디코인(USDC), 트루유에스디(TUSD), 제미니 달러(GUSD) 로고. 그림/뉴스토마토
시장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의 강점으로 안정성을 꼽는다. 
 
달러와 같은 특정 법정화폐나 금 등의 상품으로 연동돼 안정적으로 가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자가 은행 계좌에 달러를 예치하면 그 금액만큼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스테이블코인 또한 달러로 환전할 수도 있다. 아울러 가치가 고정됐다는 점에서 기존 암호화폐가 가지고 있던 높은 가격 변동성 등 가치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고,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지난달 출시된 GUSD와 PAX는 뉴욕금융서비스당국(NYFDS)의 발행허가를 받으며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으며 유에스디코인 또한 ‘법정화폐를 토큰화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결제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가격조작 논란을 받고 있는 테더와 차별성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암호화폐 거래소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가 궁극적으로 이용가능한 지불 수단이 되려면 안정적인 가치를 필수적으로 가져야 한다"며 "최근 테더의 담보 실존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제미니코인 등 단점을 보완한 코인들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스테이블 코인은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헷지(hedge)하기 위해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화폐가 가진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하고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테라(Terra) 프로젝트’다. 올해 말 서비스 예정인 ‘테라’는 소셜커머스 업체 티켓몬스터의 창업자인 신현성 의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프로젝트로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알테아 등 국내·외 10여개 전자상거래 업체가 테라 연합(Terra Alliance)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테라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사용자들은 우아한형제들 등의 업체에서 현금 대신 테라나 루나 코인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내놓은 암호화폐 ‘링크’ 또한 스테이블코인 형식을 띈다. 지난 16일 상장된 '링크'는 최소 5달러 가격을 보장한다. 즉, 링크의 매매가가 5달러 미만으로 떨어져도 라인에서 이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밖에 국내암호화폐거래소 한빗코는 지난 4일 국내 최초로 USDC를 상장시켰으며 캐셔레스트, 스테이블 코인 '트루USD(TUSD)'와 업무협약을 맺고 글로벌 암호화폐 투자 환경 조성하기로 했다.
 
한편 스테이블코인이 뛰어넘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담보가 불확실하거나 실물경제를 대신할 만한 장점을 갖추지 못하면 오히려 가치 상승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만 보면 스테이블 코인이 기축통화로서 큰 역할을 할 수 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테더 사태와 같이 늘어나는 거래량에 대비한 담보 확보가 이뤄지지 못하면 제2의 테더 붕괴사태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자체를 사용하는 앱이나 마켓 등 유통경로와 편의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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