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현장에서)사학의 '자율'은 '셀프 면죄부'가 아니다
2019-03-26 06:00:00 2019-03-26 06:00:00
25일 성균관대 A교수의 '갑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날 특별조사 결과 발표에서 A교수가 제자인 대학원생을 동원해 자신 딸의 대학·대학원 입시 절차를 대신하게 했다고 밝혔다..
 
수사의뢰 외에 교육부가 취한 조치는 A교수 파면을 성균관대에, 딸에 대한 학내 조치를 대학원에 요구하는 정도였다. 물론 규정은 큰 틀에서 법률에 맞도록 만들어지고 각 학교가 여론을 의식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지만, 청렴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사립학교 자율에 달렸다는 점은 공정성과 아귀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이슈가 됐던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에서 일부 관계자는 면죄부를 받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쌍둥이·아버지 교사·교장·교감 등에 대한 징계와 처분을 요구했으나 학교는 부녀에 대해서만 조치를 취했을 뿐, 불기소된 교장과 교감은 건드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학이 스스로 만든 자율이라는 방패 뒤에 숨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 '사립유치원 개학연기 사태'에서 사립유치원 측은 "우리는 자율적인 기관인데 정책이 자율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반발하며 버텼지만 '2일 천하'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국민이 사립유치원의 교육 가치가 자율보다는 청렴에서 비롯된다고 여기고 있으며, 무엇보다 세금 투입에 걸맞는 책임이 뒤따른다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요구에 따라 교육당국은 사학의 '청렴'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사학 에듀파인의 의무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사학 공공성 및 투명성 강화 종합 계획'을 시행하고 있으며, 교육부는 사학의 초·중등생 임의 채용에 임금을 보조하지 않는 매뉴얼을 수립했다.
 
지난 22일에는 '유치원 3법'으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실상 사학 스스로 회계감사하는 게 아니라, 교육부 장관이 지정하는 외부인이 감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개정안 제안 이유에는 국민 요구가 고스란히 반영돼있다. 박 의원은 "국가·지자체의 사학 지원금이 1년에 4조7000억원이며, 학교법인이 영리법인보다 훨씬 더 엄격한 투명성·공익성이 요구된다"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또 "영리법인이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를 도입했음을 감안할 때, 학교법인도 회계감사인 독립성을 보다 철저히 확보하게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학이 사립유치원처럼 반발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교육당국이 물러서지 않았으면 한다. 자율은 더이상 사학비리의 '셀프 면죄부'가 되서는 안된다.
 
신태현 사회부 기자 (htenglis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