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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악질경찰’ 이선균 “‘조필호’ 같은 인간도 변하는데”
“세월호 소재 알았지만 부담감보단 해야 할 의무감 앞서”
“영화 속 미나의 대사, 기성세대에게 날리는 일침일 수도”
2019-03-28 00:00:00 2019-03-28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영화 제목과 이 배우의 기존 출연작 속 이미지를 결합해 보면 최적의 캐스팅이라는 데 이견은 없어 보였다. 거의 완벽한 맞춤형 캐스팅이었다. 로맨스의 면모도 강하지만 사실 진짜 이 배우가 잘하는 것은 짜증 섞인 신경질 연기에서 발휘되는 알 수 없는 섹시함이다. 유독 이런 모습에 여성 팬들이 열광했다. 기묘한 이미지였다. 그의 묵직하고 울림이 큰 목소리도 한 몫 한다. 이미지와 목소리가 결합돼 만들어 낸 그런 캐릭터는 언제나 큰 사랑을 받아왔다. 비호감의 대명사가 될 수 있는 캐릭터라도 이 배우의 몸을 타고 투영되면 밉지 않은 그런 구석이 드러나게 돼 버렸다. 이선균은 설명이 불가능한 그런 모습의 캐릭터를 언제나 만들어 왔다. 이건 이 배우만의 힘이고 트레이드마크이며 숨은 내공이다. 그래서 영화 악질경찰출연을 결정했을 때도 이선균의 악질경찰이라면 대중들이 알고 있는 익숙한 이미지와 함께 그가 만들어 낼 결이 다른 또 다른 인물을 기대케 했다. 물론 이선균을 통해 그려진 악질경찰은 인간미의 페이소스까지 더해졌다. 더욱이 이 영화는 세월호 참사의 공감대를 관통했다. 묵직함은 기본이 된 셈이다.
 
배우 이선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이선균과 만났다. 지난 해 ‘PMC: 더 벙커이후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대중들과 만나게 됐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다른 이선균이다. 제목이 주는 강렬함과 자신이 갖고 있는 반항아적인 기질의 연기 톤을 결합시킨다면 웬만큼 터프한 마초 영화와는 비교도 안될 강한 스토리가 예상된다. 물론 악질경찰이 말랑말랑한 스토리는 절대 아니다.
 
이미 처음부터 세월호코드가 담겨 있단 건 알고 있었죠. 거기에 이정범 감독이 연출이란 점에서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어요. 형과는 17년 만에 만났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에요. 학교 졸업 작품 때 함께 하고 처음 만났죠. 제겐 수식어 자체가 필요 없는 형이에요. 소재도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점도 있었지만 꼭 해야겠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정말 진지하게 임했어요. 자기 검열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캐스팅도 사실 난항이 많았단다. 그래서 돌고 돌아 이선균에게 향했다고. 본인 역시 알고 있었다. 그 점이 거북스럽고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만 학창시절을 함께 하는 형의 작품이고 전작에서 큰 실패를 맛본 감독이며 소재의 무게감이 자칫 의도와 다르게 대중들에게 비춰질 것이 두렵고 걱정이 됐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부담이 분명히 있었지만 용기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단다.
 
배우 이선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상업 영화잖아요. 그런데 세월호 소재가 들어갔고. 뒤에 어떤 말이 나올지 사실 많이 그려지고 예상도 되고. 물론 유가족 분들 중심의 얘기가 아닌 것은 시나리오를 보고 알았죠. 그래서 더 걱정도 됐었어요. 유가족 분들이나 관객이 어떻게 생각할지 저도 고민을 많이 했죠. 촬영 전에도 시나리오에 대해 형(감독)과 많은 논의를 했어요. 추가할 부분은 추가도 하고. 빼야 할 부분은 빼기도 했고.”
 
이 영화 속에서 이선균은 쓰레기란 말이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타락한 형사 조필호를 연기했다.
아픔을 안고 사는 소녀 미나(전소니)를 만나 조금씩 변해가는 조필호의 감정을 섬세하면도 예민하게 만들어 냈다. 액션도 차고 넘친다. ‘아저씨’ ‘우는 남자를 만든 이정범 감독의 연출작이고 제목의 강렬함을 미뤄 짐작해 본다면 액션의 강도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필호는 사실 무늬만 형사일 뿐 범죄자에 더 가까운 인물이죠. 크게 보면 이 영화는 조필호가 미나를 만나서 성장해 가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에요. 그런 조필호가 어른들을 대변한다고 보면 되죠. 세월호 사건에 대한 어른들을 가리키고 있죠. 그 인물의 각성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저 한 치 앞만 보고 달려가는 아둔한 모습을 보여지길 바랐죠. 액션도 되게 많잖아요. 그런데 멋진 걸로는 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스타일리시한 액션은 절대 아니라고 봤죠. 형도 마찬가지였고.”
 
배우 이선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는 스스로가 연기하는 배역을 더욱 지질하게 보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며 웃는다. 정작 본인도 자신의 캐릭터가 멋져 보이는 것이 체질적으로 거부감이 든단다. 반대로 현실감이 넘치는 모습이 멋진 것보다 더 멋져 보이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래서 악질경찰에선 최대한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자신의 흥행작 끝까지 간다속 모습과 비슷해 보인단 의견에도 일부 수긍을 했다..
 
아마도 이미지가 비슷해서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봐요. ‘끝까지 간다에선 조진웅과 함께 액션을 했다면 이번에는 박해준과 함께 액션을 했고. 두 작품 다 액션이 거의 끝까지가잖아요(웃음). 맞아도 진짜 맞는 것처럼 아프고. 그런데 실제로 정말 아팠어요. 하하하. 영화에서 아파하는 게 실제로 아픈 거였어요. 상대하는 배역의 강력함도 정말 비슷하긴 했죠. 이번에 해준이도 학교 후배인데. 무슨 무통 주사를 맞고 오는가 봐요. 무시무시했잖아요. 하하하.”
 
세월호 소재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사실 진짜 우려스러웠던 점은 필호가 거대악에 대한 응징을 결심하는 과정이었다고. 영화 속에선 필호가 미나와 알고 지낸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미나를 통해 각성을 하는 과정, 그리고 각성 이후 거대악으로 불리는 한 대기업 회장을 응징하는 모습에 대한 개연성이 문제였다. 이 같은 일련의 극적인 과정을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었다.
 
배우 이선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미나가 아주 날카롭고 자기 방어적인 측면이 많잖아요. 일종의 버려진 들고양이 같은 이미지였고. 영화에선 미나의 손목 자해 상처도 보게 되고요. 자세히 그려지진 않지만 크고 작은 사건들이 겹치면서 필호가 미나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최소한 이런 어른도 연민을 느낀다란 것을 보여 주는 거죠. 질이 아주 나쁜 인간이지만 자신의 알려지지 않은 과거 미나에게 투영해 공감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걸 관객 분들도 느껴주셨으면 하는 거죠.”
 
영화는 미나의 단 한 마디로 인해 전체의 주제 의식을 전달하게 된다. 워낙 강렬하고 직설적인 대사다. 이정범 감독도 이 대사의 중요성을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선균 역시 이 대사를 악질경찰의 최고 명대사로 꼽았다. 워낙 강력한 임팩트로 남는다. 그래서 이선균은 이 대사 이후 조필호의 당위성도 충분히 공감을 얻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배우 이선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대사만 공개하자면 너희 같은 것들도 어른이라고라고 말하잖아요. 참 뜨끔한 말이잖아요. 형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이 대사였던 것 같아요. 기성 세대에게 날리는 일침이랄까. 그래서 악질경찰에는 모든 어른이 정말 나쁘게 그려지잖아요. 물론 그럼에도 뉘우침과 변화를 맞이하는 조필호처럼 우리 모두가 최소한의 감정을 느끼고 살아가면 어떨까. 그 한 마디에 이 영화의 모든 게 담겨 있지는 않나 생각돼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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