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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재벌 신뢰도, 경제·산업 기대감 커졌다
30대 재벌 중 28개 기업 순위 상승
2019-04-01 07:00:00 2019-04-01 07:00:00
2019년 4월 재벌 신뢰도 조사는 30대 재벌 중 대부분의 기업인 28개 기업의 수치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결과를 보였다. 이와 비슷한 경향성을 보인 조사로는 2018년 6월(27곳 상승), 8월(27곳 상승), 10월(29곳 상승), 2019년 2월(27곳 상승) 조사가 있었다. 지난 2월 조사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증시 폭락으로 경기가 뒤숭숭한 상태에서 몇 개월간 하락세였던 것이 저점을 찍고 올라서기 시작한 경우였다. 2018년 10월 조사에서의 대대적인 상승은 3차 남북정상회담에의 재벌 총수 동행과 연관이 있었다. 
 
근 일 년의 조사를 두고 해석해본다면, 재벌 신뢰도 조사의 수치는 당시의 사건이나 체감경기 뿐 아니라 정치·사회적 분위기에도 어느 정도 좌우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향후 경제 및 산업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시민들이 기대한 경우 상승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18년 10월 조사의 상승이 3차 남북정상회담에의 재벌 총수 동행 시기와 맞물려 있었던 것은, 정치권과 재계가 더 이상 갈등관계가 아니라 협력관계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을 수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찾았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비슷한 식으로 분석해본다면, 지난 2018년 11월 미중무역분쟁의 위기감 이후 줄곧 하락세 내지 답보 기조였던 재벌 신뢰도 지수의 전반적인 상승은 당장 체감경기가 좋아진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시민들에게 향후의 경제사정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굳이 따져본다면 올해 연초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수소경제로드맵 발표(1월), 현대자동차와 광주시의 광주형일자리 타결(1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결정(2월) 등 한국 경제의 제조업 경쟁력 위기를 정부와 재계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처럼 보이는 뉴스들이 이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 각각의 사건들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제각각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거라 해석할 수 있다.  
 
4월 조사 결과, 재벌 신뢰지수 일반인지 부문(이하 일반인지 지수) 지수는 LG가 전체 평가에서 1위로 나타났고, 그 뒤로는 GS, 삼성, SK 순이었다. LG는 일 년에 걸친 12회차 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두 달째 2위를 지키다가 GS에게 자리를 내줬지만 수치상으로는 LG나 GS와 마찬가지로 상승했다. 
 
LG는 그간 줄곧 2위그룹과도 격차가 있는 1위였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전월 36.7에서 44.7로 8.0이나 오르는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LG가 이 정도 상승폭을 보인 건 지난 일 년간 조사에서 2018년 6월의 상승폭(9.1 상승)에 이어 두 번째다. 따라서 LG의 이번 조사에서의 상승은 전체적인 재벌 신뢰도 상승과는 별도의 것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따져본다면 지난 3월12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페이스북을 통해 LG가 전국 초중고에 130억원 상당의 공기청정기 1만대를 기증하기로 한 사실을 공개해 해당 사실이 크게 회자된 것이 영향을 줬을 거라 분석된다. LG의 이러한 행보는 여러 언론에 구광모 LG 회장의 ‘통 큰 결단’으로 소개되어 기사화되었는데, 구 회장의 일반인지 지수 역시 LG와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상승(26.9→35.5)했다는 사실이 이 분석을 뒷받침한다. 최근 LG의 기업 이미지가 쇄신되는 방식을 보면 자사 홍보팀이 미처 알리지 못한 사실을 외부의 타인들이 발굴해내어 바이럴마케팅으로 긍정적으로 회자되는 독특한 공식이 자리잡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건 역시 그러한 경우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달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권영수 LG 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LG는 공기청정기 1만대를 전국 초중고에 무상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이낙연 총리 페이스북
 
재벌총수 일반인지 지수 결과에서는 삼성에게 고무적인 결과가 있었다. 전체 순위는 구 회장, 허창수 GS 회장, 구자홍 LS 니꼬동제련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순으로 나타났는데, 지난 12회차 조사 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위 내 상위권에 들어선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부회장은 오히려 2018년 6월과 7월 두 번의 조사에서는 26위로 하위권 5인에 포함되었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 2월 순위 6위, 3월 순위 8위에 이어 이번 달에는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성상 영향력에 대한 평가까지 들어가게 되는 상대평가 지표인 행태 지수가 아니라, 절대평가 호감도에 가까운 일반인지 지수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상위권에 올라섰다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순실 게이트’의 주역으로 지목되던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그 이미지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재벌 신뢰지수 행태부문(이하 행태 지수)에서의 항목별 순위에서도 LG와 삼성의 구도는 흥미진진했다. 신뢰도조사 행태 부문은 △한국 경제성장 기여도 △발전 및 통합 기여도 △항목을 조사(상대평가)해 지표화한다. 이중 긍정적 의미를 가진 3개 항목의 평균수치를 긍정지표로, 부정적 의미를 가진 1개 항목의 수치를 부정지표로 분석하게 된다. 별도로 △경제력 포함 사회 전반 영향력에 대해서도 조사한다. 그래서 일반인지 지수에 비해서는 영역별 상대평가의 의미를 지니는데, 이 지수에서도 LG는 줄곧 1위였고 삼성은 꾸준히 2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종합 1위 LG는 사회적 책임, 사회 발전 및 통합에 기여라는 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두 지표에서 삼성은 2위였다. LG는 사회적 책임 항목에서는 꾸준히 1위를 차지했으나 사회 발전 및 통합에 기여 항목에서는 그간 삼성과 번갈아 가면서 1위를 차지했다. 사회적 책임 항목에서 1위와 격차가 다소 있는 2위는 삼성이었으며, 3위는 SK였다. 반면 삼성은 경제성장 기여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항목에서 1위와 격차가 다소 있는 2위는 LG이었으며, 3위는 현대자동차였다. 삼성은 사회 발전에 악영향 미치는 재벌이란 항목에서 한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해당 행목 3위는 롯데였다. 삼성과 LG의 이미지가 경제성장 기여와 사회적 책임에서 제각각 강점을 나타내는 가운데 여타 재벌 중에는 사회적 책임 항목에서는 SK가, 경제성장 기여 항목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강세를 보였다. 
 
기업들의 수시 채용 확대, 긍정적 의견 많아
 
한편 지난 2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정기 공채를 없애고 직무 중심 상시 채용을 예고하는 등 채용시장이 수시 채용 확대로 변화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물었을 때에는 이러한 변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바람직하다’는 12.6%, ‘바람직하다’는 35.9%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의 합이 48.4%로 과반에 육박했다.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는 3.1%, ‘바람직하지 않다’는 9.7%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의 합은 12.8%였으며 ‘보통이다’는 의견은 38.8%였다.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집단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역으로는 경기(55.0%)에서 높았으며 서울(39.4%)이 가장 낮았다. 연령으로는 50대 이상(58.7%)에서 가장 높았으며 취업 문제를 민감하게 느끼는 20대(33.1%)에서 가장 낮았다. 직업으로는 블루칼라(56.9%)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 학력으로는 초대졸·대졸(49.1%), 가구소득으로는 501만~600만원(53.8%)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른 이슈에 비교해볼 때 영호남 격차는 거의 없었고 경기와 서울의 차이가 큰 것이 특이한 부분이었다. 경제문제라도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물을 때엔 영호남 격차가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기업의 선택이라는 특수성이 있었다. 막상 20대들의 경우 공채의 문이 닫힌다고 여기기에 그리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던 반면, 나머지 연령층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더 많았다. 노동시장 내부에 있는 블루칼라, 고학력층, 가구소득으로는 최상위층은 아니지만 차상위 소득층의 긍정 반응이 많았던 것도 시사점이 있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선택이 기업 내부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내부 평가를 받고 여론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수시채용은 향후 기업 채용시장에서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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