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일본에서 다시 한류가 일어나길 기대하며
입력 : 2019-04-08 06:00:00 수정 : 2019-04-08 09:35:04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리고 있었다. 개화를 서둘렀던 개나리도 진달래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일본 도쿄에서 있었던 한국의 걸 그룹 ‘트와이스’(TWICE) 공연에 5만 명의 관객이 몰렸다는 소식은 움츠렸던 우리들의 어깨를 펴주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봄으로 가는 길목. 어느 방속국의 기자는 "한국 걸 그룹의 도쿄돔 공연은 2014년 소녀시대 이후 5년 만이며 한국 가수로는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 이후 4개월 만입니다." 라고 일본에서 불고 있는 한류의 열기를 힘차게 타전하고 있었다. 
 
그렇다. 한류가 여전히 일본인의 마음속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심장부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참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한일 관계에 비추어보면, 한류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운명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시대적 운명에 꽃을 피우는 것이 바로 한국 문화의 매력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물론 ‘트와이스’는 지난 3월 20일과 21일 오사카 교세라 돔을 시작으로 29일과 30일에는 도쿄 돔, 그리고 4월 6일에는 나고야 돔 등에서, 5회에 걸친 공연을 통해 총 21만 명 규모의 돔 투어를 계속하고 있다. 그야말로 일본을 대표하는 도시에서 한류의 열기를 지피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3월 12일 ‘트와이스’는 일본 새 앨범 '#TWICE2'로 오리콘 위클리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는 역시 '카라' 이후 K-pop 걸 그룹 '오리콘 차트' 대기록. 7년 3개월 만의 낭보다. ‘오리콘’(Oricon)은 일본의 음악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식회사 오리콘을 말하는데, 여기에서 발표하는 '오리콘 차트'는 일본에서 가장 지명도 높은 음악 인기 차트를 뜻한다. 
 
주지하고 있는 것처럼, 한류는 1990년대 말부터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각국에서 일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의 열풍을 가리키는 말이다. k-pop뿐만 아니라, TV드라마, 영화, 게임 등 대중문화의 해외 유통과 소비가 그 중심에 서 있었지만, 한국 음식과 패션 등 여러 분야로 그 영역을 넓혀 한국의 문화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로 유행처럼 번져갔던 현상이다. 
 
참고로 한류라는 말은 중국어의 한류(寒流)라는 발음과 관련지어서 만든 말. 즉, 한류(韓流)와 한류(寒流)는 ‘한리우(hanliu)’로 중국어 발음이 같다. 이 두 단어는 공교롭게도 일본어 발음도 ‘칸류’(かんりゅう, kanryu:)라고 동일하게 발음한다.
 
일반적으로 일본에서의 한류는 NHK가 2003년 방송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배용준·최지우 주연의 '겨울 연가(일본에서는 「후유노소나타」(冬のソナタ)로 방송됨)'부터 라고 인식되어 있지만, 사실은 1996년 10월 후쿠오카의 민방 TV국(현, TVQ九州放送)이 MBC의 드라마 '파일럿(한석규 주연)' 등 세 작품을 방송한 것이 시작이다. 일본에서 한류를 연구하는 학자는 이 무렵을 한류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그 후 남북분단의 긴장과 비극을 그린 영화 '쉬리(한석규 · 최민식 주연, 1999년 제작)'가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백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인기몰이를 하며 한류의 흐름을 이어나갔다. 이후 일본에서의 한류는 '겨울 연가·대장금' 등 TV드라마로 촉발된 1차 한류 열풍과, K-pop 그룹인 ‘소녀시대’, ‘카라’, ‘동방신기’ 등이 인기를 끌었던 2차 한류 열풍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최근 일본에서 3차 한류 열풍이 일고 있다고들 한다.    
 
2019년 봄. 한국의 대일 외교는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로 더 급랭의 물살을 타고 있다. 서로가 양보 없는 기 싸움만 팽팽하게 펼치고 있다. 일본에서의 한류 열기가 더 가슴에 파고드는 까닭은 이러한 현실에서 불을 지피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외교는 비단 두 나라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 법. 한미관계와 남북 관계, 나아가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중요한 작동을 한다. 문화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마음을 관통하며 흐르는 강물 같은 것이다. 영원히 마르지 않기 위해 바다로 바다로 흘러가는 꿈을 꾸는 강한 생명력으로 꿈틀대는 것이다. 그렇게 일본에서 한류가 흐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하여, 향후 한일관계에도 꽃을 피우는 햇살로 작용했으면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치와 문화를 별개로 인식하는 일본 SNS 세대들의 지속적인 한류 사랑은 긍정적인 시그널이 아닐 수 없다.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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