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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정상회담 1년)"문 대통령, 북미 중재자 아닌 기획자 돼야"
2019-04-26 06:00:00 2019-04-26 06:00:00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문을 연 역사적인 4·27 판문점 선언에도 불구하고 남은 과제 역시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미 간 비핵화 대화 교착 상황이 장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과감한 대북접근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5일 "4·27 판문점 선언은 이후 5·26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등을 거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일련의 과정을 주도·촉진했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기존 대결과 반목이 지배하던 한반도를 평화의 공간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간 합의이행에 차질을 빚으며 4·27 판문점 선언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필요한 북미 대화가 정상회담과 친서교환, 고위급회담, 실무협상 등을 통해 가동됐으나 고위급회담 과정에서 불안정한 소통, 실무협상으로의 연계 미진 등의 문제가 드러나며 대화시스템상의 불안정성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불안한 시스템은 미국이 대북제재를 비핵화 협상수단으로 간주하고 급기야 '남북관계 속도조절론'이 등장하는 배경이 된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한미동맹 지속 3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반도 평화를 기획하면서 고려해야 할 이론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판문점선언 실천을 위한 우리 정부의 과감한 대북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남북관계 우선 발전을 통해 비핵화와 북미대화 돌파구를 마련하고, 비핵화 진전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발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대미외교 강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전 장관은 "인도적 식량지원을 포함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범위 내에서의 남북교류 활성화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며 "이후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협력 사업 유엔안보리 예외조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내 국가 간 상호불신과 적대감이 높은 가운데 모든 이해당사국의 합리적인 요구사항을 담은 '로드맵'을 관련국에 제시하고 공감대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남북미 대화를 통해 창의성을 발휘해 비핵화와 관계 개선, 제재 해제(완화), 평화체제 등을 포괄하는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 교수도 "한국이 당사자·중재자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일종의 '기획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자기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추가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길을 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밝힌, 신한반도체제 구상에 기반한 정책추진 필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강대국 진영의 대결구도보다는 평화·협력적 환경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중견국 입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주도의 평화협력 여건이 조성될 경우 북핵문제 진전과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4·27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남북관계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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