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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의 지방공항 공략 성적표 '기대 이하'
국제선 공급 확대 불구 수요 축소…인천·김포공항 외 대부분 탑승률 '저조'
특가 출혈경쟁 악순환 초래…"지방관광 활성화해 외국인 탑승률 높여야"
2019-06-23 15:36:21 2019-06-23 16:50:19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지방공항 공략 전략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김포공항 슬롯 포화로 지방을 중심으로 국제선 공급을 늘렸지만 수요가 지난해보다 줄어들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3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과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달 지방공항 국제선 탑승률은 75.7%로 부진했다. 또 인천공항을 제외한 공항들의 국제선 공급은 32% 늘었지만 여객 수는 19% 증가에 그쳤다.
 
인천과 김포공항은 각각 79.9%, 85.2%로 양호한 탑승 실적을 낸 반면 제주를 제외한 지방공항 실적은 전반적으로 저조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김해 74.5% △대구 69.2% △무안 58.6% △청주 63.8% 탑승률을 기록했다. 통상 LCC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70% 후반대 탑승률을 내야 한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해도 탑승 성적은 우울했다. 김해와 청주는 탑승률이 약 1~2%가량 떨어졌으며 대구는 무려 9.5%, 무안은 19.2% 탑승률이 줄었다. LCC들이 지난해부터 지방공항에 공격적으로 공급을 늘렸지만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경기 부진으로 여행 수요가 감소하며 지방공항 탑승률이 하락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인천과 김포공항의 경우 하락 폭이 1% 내외에 불과하고 제주공항의 경우 오히려 탑승률이 3.1% 올랐기 때문에 경기 부진 탓만을 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1~2%대 탑승률 하락을 기록한 김해와 청주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큰 폭으로 떨어진 대구와 무안은 애초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매년 탑승률 저조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안공항에서 항공편 탑승 준비 중인 여행객들. 사진/한국공항공사 무안지사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구와 무안을 중심으로 공급을 많이 늘렸기 때문에 이 공항들의 탑승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내국인 수요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외국인 탑승률을 높이기 위한 지방 관광 활성화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지방공항 부진은 결국 티켓을 팔기 위한 업체 간 출혈적인 특가 경쟁으로 이어져 LCC들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제주항공은 지난 5월 지방공항에서 출발하는 특가 항공 판매 이벤트인 '찜 항공권'을 특정 요일에 제한하지 않고 모든 요일에 걸쳐 판매했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4월 대구공항 취항 5주년을 맞아 국제선 항공권을 5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과거 5만원부터 시작했던 특가 경쟁이 1만원, 500원, 공짜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특가 이벤트는 지방공항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LCC들 사이 굳어져 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특가 항공권은 대부분 기본 운임만 표시한 것이기 때문에 총액운임을 소비자가 알기 어렵다. 또 위탁 수화물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수화물을 포함하면 원래 항공권 가격보다 더 비싸지는 경우도 많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수기 때는 지방공항 탑승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데 빈 비행기보다는 특가 항공권이라도 승객을 채워서 띄우는 게 낫다"며 "특가 항공권 판매로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고 취소수수료를 통한 이익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지방공항 부진으로 2분기 LCC들의 성적이 역대 최악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제주항공은 영업손실 108억원, 진에어는 102억원, 티웨이항공은 8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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