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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후견인 직무 배제·차별 조항 없앤다…법무부, 과잉규제 논란에 종지부
결격조항 완화해 '기본권 신장'…"성년후견인 제도 활성화도"
2019-07-09 15:42:01 2019-07-09 15:42:01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법무부가 피후견인(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이라는 이유로 공무원·안경사·경비원 등의 직무를 맡지 못하도록 한 '피후견인 결격조항'을 대폭 완화한다. 국민의 기본권 신장과 함께 성년 후견제도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설명이다.
 
법무부는 법제처와 공동으로 질병·장애·노령 등으로 피후견인 선고를 받았으나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는 장애인·노인 등을 채용 등의 영역에서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피후견인 결격조항의 정비방안을 9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고 밝혔다. 피후견인(피성년후견인·피한정후견인)은 질병·장애·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 때문에 일정한 법률행위 시 후견인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어, 본인 또는 배우자 등의 청구 때문에 가정법원으로부터 성년후견 개시 또는 한정후견 개시의 심판을 받은 자를 말한다.
 
현행 피후견인 결격조항은 직무수행능력의 유무를 묻지 않고 피후견인이라는 사실만을 이유로 약 450개 법령상 영업·자격 등의 직무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피후견인이 되면 자격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고 직무를 온전히 수행해 왔더라도 즉시 직무를 그만둬야만 해 이러한 원천적·영구적 직무배제는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또 정신적 제약의 정도가 중대하더라도 본인·배우자 등이 청구를 하지 않아 피후견인 선고를 받지 않은 자는 직무에서 배제할 수 없어 '규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돼 왔다. 낭비벽이 있는 안경사가 배우자에게 재산관리를 맡기기 위해 피한정후견인 청구를 했다가 안경사 결격사유에 해당함을 재판부로부터 통보받고 청구를 취하하는 등이 대표적인 피후견인 결격조항 사례로 꼽혔다.
 
이에 법무부·법제처는 '피후견인 선고 여부'가 아닌 '직무수행능력 보유 여부'를 기준으로 해당 법령상 직무 수행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결격조항을 정비하기로 했다. 피후견인 결격조항은 삭제하고, 개별 법령상에 규정돼 있는 자격시험 또는 인허가 요건 등을 활용하거나 그 밖의 방법을 도입해 직무수행능력을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피한정후견인 결격조항(정비대상 법령 총 395건)부터 정비를 추진하고, 그 시행 경과를 살펴본 후 피성년후견인 결격조항까지 정비를 확대할지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각 부처에서 피한정후견인 결격조항 정비 수용의견을 회신한 275개 법령은 올해 하반기에 일괄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피후견인 결격조항 정비가 마무리되면, 피후견인이라 하더라도 개별 법령상 자격시험을 통과했거나 인허가 요건을 갖추면 직무수행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대표적 피한정후견인 결격조항 예시로는 '피한정후견인은 국가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고, 국가공무원이 피한정후견인이 되면 당연 퇴직된다'고 정한 국가공무원법 제33조가 있다. 또 '피한정후견인은 안경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없고, 안경사 면허를 받을 수 없으며, 안경사가 피한정후견인이 되면 안경사 면허가 취소된다'는 의료기사법 제5조, '피한정후견인은 경비원으로 채용·배치될 수 없고, 경비원이 피한정후견인이 되면 해고 등 사유에 해당한다'고 정한 경비업법 제10조 등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번 정비로 정신장애인·노인 등의 자기결정권 존중 및 사회통합 유도를 위해 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 제도의 이용이 활성화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형연 법제처장은 "이번 정비로 직무수행능력이 있는 정신장애인 등의 직업수행 자유는 확대되지만, 동시에 직무수행능력이 없는 정신장애인 등의 무분별한 직무수행은 제한할 수 있게 되므로, '기본권 신장'과 '사회안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청사. 사진/법무부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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