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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해외법인 엇갈린 희비…유럽·중국 줄고 동남아 늘고
은행권 순이익 2357억원…우리은행, 전년대비 유일하게 증가
신남방정책에 수익 늘고 미·중 갈등·자금세탁방지 정책에 손실
2019-08-18 12:00:00 2019-08-18 12: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수익 다변화를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에 힘을 싣고 있는 가운데 해외 법인별로는 희비가 크게 교차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 분쟁과 자금세탁방지 이슈, 법인 신설 및 확충 등으로 인해 손익이 엇갈린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사진/뉴스토마토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 해외법인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모두 2356억6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상반기의 2784억3800만원 대비 15.3% 감소한 규모다. 여기에는 지난해 청산된 국민은행 홍콩법인 순익과 작년 말 탄생한 우리은행 유럽법인과 WB파이낸스 손익이 포함됐다.
 
나라별로 보면 중국과 미국, 유럽은 자금세탁방지를 비롯한 현지 감독당국의 감독 강화 등의 영향으로 순익이 감소한 반면 캄보디아·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의 순익은 신(新)남방 정책에 힘입어 눈에 띄게 늘었다. 주요 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순이익이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우리은행이 해외법인으로부터 얻은 순익은 646억63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6.3% 올랐다. 우리은행은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 높은 순익을 거뒀다.
 
상반기 베트남우리은행은 전년대비 130% 오른 81억6500만원의 순익을 시현했고,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22억7300만원)와 인도네시아 우리소다라은행(244억4800만원)의 순익도 각각 78%, 9% 뛰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성장세는 가파른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 6월 캄보디아 리테일 영업확대를 위해 인수한 WB파이낸스는 올 상반기 56억3800만원의 순익을 실현했다.
 
이에 반해 지난해 10월 법인 설립인가를 받은 유럽우리은행은 14억9400만원의 손실을 나타냈으며, 우리아메리카은행과 중국우리은행의 순익은 각각 6.3%, 17.0% 떨어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유럽법인의 경우 설립 초기이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 등으로 비용이 발생한 것”이라면서 “중국 등 다른 법인의 경우 현지 감독당국의 정책 강화와 미중 무역 분쟁 등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기 순이익 규모는 신한은행이 가장 컸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해외법인으로부터 1163억3300만원을 거뒀다. 신한은행의 순익은 KEB하나은행의 상반기 순익(447억700만원)과 비교해 3배가량 많다. 다만 순익 자체는 전년도에 견줘 7.2% 줄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마련된 유럽신한은행이 올 상반기 1억20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한데다 멕시코·홍콩에 위치한 멕시코신한은행(-1억2200만원)과 신한아주금융유한공사(-4억5900만원) 또한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특히 유럽신한은행의 경우 현지 감독당국의 감독 강화에 따른 시스템 구축 등으로 규제 비용과 컨설팅,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순익이 줄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 역시 지난 5월 수익성 제고를 위한 자본 확충과 리스크관리 체계 강화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수익 부문 보다는 지출 부문에서 자금세탁방지 등과 관련해 컴플라이언스(Compliance·규제대응) 이슈가 있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등 비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총 36개 지점(8월 기준)으로 덩치가 가장 큰 신한베트남은행은 568억3500만원의 순익을 올렸고, 일본 SBJ은행(순익 316억4100만원)과 신한캄보디아은행(45억1400만원), 캐나다신한은행(18억9900만원) 등은 각각 전년대비 9.4%, 59.5%, 94.2% 증가했다.
 
KEB하나은행은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와 독일KEB하나은행, 미국의 KEB하나뉴욕파이낸셜·로스앤젤레스파이낸셜 등에서 순익이 줄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447억5900만원의 순익을 기록했던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는 144억3600만원의 순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작년 해외법인의 반기순이익이 857억5900만원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순익 절반(47.8%)이 떨어진 것이다.
 
같은 기간 미얀마의 하나마이크로파이낸스(15억6200만원)와 홍콩의 KEB하나글로벌재무유한공사(29억7500만원)·러시아KEB하나은행(9억6100만원) 등은 각각 77%, 136%, 425% 확대됐다.
 
이밖에 국민은행은 상반기 96억6100만원의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순익 규모는 작년보다 39% 하락한 것이지만, 지난해 청산된 홍콩 법인(54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감소 폭은 8.7%다. 법인별 순익은 중국이 74억2200만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7.4% 줄었고, 런던법인 역시 55.8% 내려간 4억1400만원으로 나왔다.
 
미얀마는 지점 확대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1억4800만원의 손실을 나타냈으며 캄보디아의 경우 19억7300만원으로 1년 새 45% 뛰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미얀마 법인 내 현지지점을 5개 개설했다”며 “실제 영업수익은 늘었지만, 현지 지점 확대에 따른 영업비용 지출로 순손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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