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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자초한 DLS사태)④ "리스크 관리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책 마련해야"
당국 감독 부재 속 과도한 판매가 사태 키워…"법·제도 정비 필요"
미국, 볼커룰 개정안 승인하며 규제 완화…경제상황 변화 대비해야
2019-08-26 08:00:00 2019-08-26 0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융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감독 부재 속에 은행이 파생결합증권(DLS)과 같은 초고위험 상품을 과도하게 권유한 점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다만 은행이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무조건 막기보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가 DLS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키코 공대위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에 문제가 된 DLS나 ELS의 경우 주식·채권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주식과 채권은 증권사가 중개해서 기업으로 들어가 돈이 생산적으로 사용되지만 DLS의 경우 누군가는 손실 보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 된다”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나 증권사가 게임 상품을 만들고 이를 은행이 판매했다는 얘기다.
 
빈 교수는 “중개사인 은행은 이 과정에서 수수료 받는다”며 “많이 팔린다고 해도 이것이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보다는 오히려 은행 수수료 수익만 커지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은행에서 수수료 수익 등을 위해 시장 상황과 고객의 투자 성향 등을 고려하지 않고 상품을 권유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은행의 리스크 관리 필요성과 불완전판매에 대한 감독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DLS는 금리연계형 파생상품으로 판매원이나 투자자 모두 고도의 금융지식과 경제·금융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는 상품이었다”며 “은행 판매 과정에서 솔직하게 손실 위험을 100%라고 소개하지 않고, 과거의 예시만 들어 안전하다고 속단해 팔았다면 불완전판매의 범주에 들어 간다”고 진단했다.
 
조 대표는 또 “통상 은행들은 설명서에 ‘이해하였음’, ‘설명 들었음’과 같이 체크 항목을 늘리는 방식으로 (상품 고지를) 대체하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에서는 투명한 검사를 위해 당국뿐만 아니라 시장 전문가가 포함된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 사태를 면밀히 살피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무조건적인 금지 조치는 오히려 고객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은행에서 파생상품을 판매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왜 여러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만 이런 문제가 불거졌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물론 불완전판매에 대해선 실태조사에서 개별적으로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다만 은행 자체적으로 수수료 수익만을 얻기 위해 리스크가 매우 높은 상품을 무리하게 팔았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오히려 은행 내부에서 상품 판매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리스크를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과 결정 과정이 미흡했다는 의미다.
 
이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손실에만 초점을 맞춰서 보기 보다는 양면을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 해외를 보면 미국의 경우 최근 은행이 자기자산거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볼커룰(Volcker rule) 개정안을 승인하며 규제를 오히려 풀어주기로 했다.
 
볼커룰은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은행을 포함한 예금취급기관 및 계열회사의 위험투자를 제한하기 위해 도입한 금융기관 규제책으로, 은행이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자기자본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연방준비제도(Fed)와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의 동의를 거쳐 내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글로벌 금융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2% 선에서 두 달여 만에 -0.7%까지 갈 것이라고 쉽게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경제상황은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리스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안(금소법)등을 통해 소비자를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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