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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변호사의 블록체인 법률이슈 진단)거래소 벌집계좌, 지급정지에 대처하는 방법은?
2019-09-17 06:00:00 2019-09-17 06:00:00
정재욱 법무법인(유한) 주원 파트너 변호사
2년 전 암호화폐 거래가 급증하고, 투기성 자본이 거래소로 급격히 몰리면서 암호화폐 투자와 투기가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정부는 이에 지난 2017년 12월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가상통화 투기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해 ①가상통화 거래실명제 도입 ②은행권 현장점검 ③가상통화 취급업소에 대한 은행의 자금세탁방지의무 강화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고, 금융위원회는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시행해오고 있다.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들여다보면 은행 등의 금융기관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거래를 할 때 통상적인 회사와는 달리 거래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지, 서비스 내용은 무엇인지, 정부에서 발표하는 가상통화와 관련한 정책을 준수하는지 등 각종 사항에 대해 엄격히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가이드라인은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암호화폐 거래소와 거래할 시 특별한 유의를 기울이도록 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시중은행들은 대부분의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기 시작했고, 현재 4대 거래소(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외의 거래소들은 가상계좌 자체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중소 거래소들의 경우에는 부득이 '벌집계좌'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벌집계좌는 개별 이용자들이 가상계좌를 가지고 거래대금을 입금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의 법인계좌에 이용자들이 대금을 입금하고, 거래소가 장부 정리를 통해 입금된 대금을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법인계좌에 이용자들이 돈을 보내면 거래소가 이를 엑셀 등으로 정리하고, 그에 따라 이용자들의 원화(KRW) 포인트를 올려주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벌집계좌 거래는 이용자들의 실명계좌로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소 법인계좌를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실명계좌 원칙 위배 문제가 있다. 아울러 거래자 수가 증가하면 자금 출처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또 거래소 운영자금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운영진이 벌집계좌에 입금된 거래대금을 임의로 유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횡령·배임에서도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보이스피싱 범죄로 벌집계좌 지급정지 위험도"
 
벌집계좌의 경우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가 발생하면 그 파장이 매우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보다 더 중요하다. 보이스피싱 등의 피해자가 벌집계좌로 피해금을 입금한 후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은행에 대한 지급정지 요청을 하는 경우 벌집계좌 자체가 지급정지될 수 있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하 금융사기 특별법)에서는 전기통신금융사기(피싱, 파밍, 스미싱 모두 포함) 피해자로 하여금 금융회사(은행 등)에 대해 사기이용계좌의 지급정지 등 전기통신금융사기의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금융사기 특별법 제3조 제1항).
 
피해구제 신청을 받은 금융회사는 거래내역 등의 확인을 통해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사기이용계좌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면 해당 사기이용계좌 전부에 대해 지급정지 조치를 해야 한다(금융사기 특별법 제4조 제1항). 원칙적으로 지급정지 조치가 이뤄지면 법문에 따라 사기이용계좌 전부에 대해 지급정지가 된다(금융사기 특별법 제4조 제1항). 즉 누군가 거래소의 벌집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계좌라고 신고하면, 은행이 해당 계좌 전체를 지급정지시킬 수 있고, 이 경우 다른 이용자들도 위 계좌에 입금된 자신의 원화를 출금할 수 없는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하루아침에 모든 원화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급정지에 대처하는 방법은?
 
이용자 입장에서 원화 거래만 중단됐다면, 보유한 모든 KRW 포인트 등을 암호화폐로 변환해 외부로 전송하는 것이 신속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다만 암호화폐와 원화 거래 모두가 중단된 경우에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소송 등을 통해 암호화폐나 원화의 반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현실적이 해결책이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하루 빨리 벌집계좌 지급정지 조치를 푸는 것이 중요한데, 우선 지급정지된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은행에 대해 해당 계좌가 사기이용계좌가 아니라는 사실을 소명, 지급정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금융사기 특별법 제7조, 제8조). 이외에 궁극적으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 등 민사소송을 제기해 사안을 해결해야 한다.
 
가상계좌가 없으면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해놓고 가상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는 기준은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중소형 거래소들은 뚜렷한 이유 없이 가상계좌 발급을 거절당하고 있다. 이들 거래소는 부득이 벌집계좌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리스크를 고려할 때 이를 방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전면 폐쇄할 것이 아니라면) 벌집계좌를 방치하기보다 가상계좌 발급 기준을 명확히 해서 가상계좌 사용을 유도하고 벌집계좌 사용을 제한해 이용자를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다.

*정재욱 변호사는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SHIN&KIM)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원 IT/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으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핀테크, 해외송금, 국내외 투자 및 관련 기업형사 사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사단법인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 및 학술이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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