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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전염병 발생일수 매년 감소…문제는 초동대처 미흡한 농가(종합)
ASF같은 신규 전염병 대처 ‘미흡’, AI 바이러스 종류 제각각 ‘방역 까다로워
전문가들 “태풍 후 조치가 가장 중요”
2019-09-22 18:58:56 2019-09-22 18:58:56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정부의 방역망이 갈수록 촘촘해지고 대응과 조치의 노하우가 쌓여가면서 가축전염병 발생 일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반면, 농가의 초기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우리의 방역 시스템이 상당 부분 고도화되고 축적된 경험치가 높다고 평가하지만 가축전염병 발생 초기 단계에서 방역 절차를 어기는 농가의 안일한 대처는 아쉽다고 지적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경우는 외부 철새유입에 따라 바이러스 종류가 제각각인 탓에 방역이 까다로워 현 시스템으로는 확산을 막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제작/뉴스토마토
22일 <뉴스토마토>가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구제역 연도별 발생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파악됐다.
 
우선 구제역의 경우 피해가 가장 컸던 2014년~2015년(147일) 이후 발생 일수는 2016년 45일, 2017년 9일, 2018년 7일, 2019년 4일로 줄었다. 발생 일수가 줄어듦에 따라 살처분 농가수도 감소했다. 2014~2015년 살처분 농가는 총 196농가로 돼지, 소, 사슴 등을 포함해 총 17만1128두가 처분됐다. 이후 2016년에는 25농가, 2017년 21농가, 2018년에는 10농가로 급감했다. 다만 올해 발생한 구제역 당시 살처분 농가는 29농가로 다소 증가했다. 정부는 올해 구제역 발생 원인을 조사중이다.
 
다만 이번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전염병이 발병할 경우 정부와 농가의 대응에 허점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선우선영 건국대 수의대 겸임교수는“2010년만 해도 현재와 같이 방역 체계가 완성돼 있지 있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 방역에 실패하고 구제역이 주변 농가로 빨리 퍼져나갔지만 이후로 정부의 투자도 많이 이뤄지고 훈련도 주기적으로 실시하면서 구제역에 대처하는 노하우는 쌓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선우선영 교수의 의견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감염경로 파악이 가장 중요한 새로운 전염병 대처는아직까지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ASF와 마찬가지로 조류인플루엔자(AI)는 고도화된 방역 시스템에도 진압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선우선영 교수는 “AI의 경우 특정 해에는 실제로 철새가 죽는 특이한 바이러스가 출연했던 때가 있었다”며 “환경 요인에 좌우되기 때문에 시스템만으로는 통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조호성 전북대 수의대 교수는 “정부가 마련한 가축전염병 긴급행동지침(SOP)은 현장 적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수차례 수정작업을 거친 뒤에 나온 것으로 굉장히 잘 짜여 있어 일본, 유럽 등 해외 선진국가가 배워갈 만한 정도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농가의 안일한 대응이 시스템을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연수 강원대 수의학과 교수는 “정부 방역 SOP에 따르면 프로토콜이 체계적으로 나와있는데 이를 간과하고 넘어가는 농가의 대응이 방역의 구멍”이라고 지적했다. 조호성 교수도 “백신 취급 관리를 꼼꼼하게 못하는 것도 전염병 확산을 막지 못하는 원인”이라고말했다.
 
전문가들은 ASF도 구제역 방역 경험을 토대로 진압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우선영 교수는 “ASF가 확산된다는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며 “발생 전부터 정부가 미리 준비했고 발생 직후 스탠드스틸을 빨리 발동하는 등 확산 최소화에 신속하게 대처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들은 강력한 비구름을 몰고 온 태풍 타파 이후 정부의 추가 소독과 같은 대처와 농가의 대응력이 ASF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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