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여파…은행 '자체 펀드운용' 무산 위기
당국, 신탁업법 제정 보류…신탁시장 활성화 제동
입력 : 2019-11-19 06:00:00 수정 : 2019-11-19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에 따라 은행권의 숙원사업이었던 신탁업법 제정도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신탁업법 제정의 핵심 중 하나가 자산운용사에서 판매하는 펀드 상품처럼 은행이 주식 포트폴리오를 직접 만들어 팔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은행의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이슈가 불거지면서 당국의 신탁시장 활성활 대책 전반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신탁업법 제정 등 신탁시장 활성화 정책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DLF사태 여파로 고위험 신탁 상품에 대한 판매 규제가 강화되면서 금융당국의 내년 중점 추진 과제에서도 빠질 공산이 커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DLF사태로 금융소비자 보호 이슈가 불거지면서 고위험 투자상품군이 포함된 신탁 활성화 대책도 방향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당시엔 신탁업법 별도 제정이 맞다고 봤지만, 현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더 나은 방법이 무엇이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신탁이 본연의 종합재산관리 기능을 수행하도록 신탁 재산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신탁업 인가 기준을 낮추는 방향으로 신탁업법 제정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에 통합된 신탁 규정을 분리하자는 것이다. 특히 은행의 '불특정 금전신탁' 업무 허용여부는 뜨거운 감자다. 불특정 금전신탁은 위탁자인 고객이 수탁자인 신탁업자에게 금전을 맡기면 신탁업자가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상품으로 사실상 펀드다.
 
현재 은행은 자본시장법에 신탁업이 포함되면서 자산운용사에서 출시한 펀드 등 상품을 판매만 하고 있다. 은행권은 자본시장법에서 신탁법을 분리해 별도 제정하고, 금융업 간 전업주의를 겸업주의로 전환할 것을 당국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당국이 DLF 사태 후속 대책을 통해 은행들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에 제동을 걸면서 신탁업법 제정 역시 보류되는 분위기다. 당국은 DLF사태에서 문제가 된 DLS·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펀드 외에 파생결합증권신탁(DLT)과 주가연계신탁(ELT) 등 신탁 상품도 은행이 판매하지 못하게 했다.
 
은행권에서는 신탁업법 제정의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증권업권에서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 업무 허용은 자본시장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은 특정업권(은행)의 이득을 보는 구조로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 한발 물러서있다.
 
일부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문제가 금융투자 상품 규제 강화로 확대되면서 신탁 시장 활성화가 요원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신탁 시장의 경우 미국, 일본 등에 비해 갈 길이 먼 상황인 데도 불특정금전신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파이를 키우고 문제가 되는 상품은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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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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