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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불공정 관행…표준계약서 조기 도입한다"
리그 운영사·협회, '카나비 사태'로 계약서 전수조사·분쟁조정위 후속조치
2019-12-09 17:49:57 2019-12-09 17:49:57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카나비 사태'로 불거진 e스포츠 불공정 계약 관행에 대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이머인 '카나비' 서진혁 군이 소속사 강압에 의해 중국으로 이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 내 불공정 계약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달부터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서 e스포츠 프로구단 계약서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논란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에 리그 운영사인 라이엇게임즈코리아와 한국e스포츠협회는 불공정 계약 사례에 대한 실태조사와 표준계약서 도입, 분쟁조정위원회 운영 등의 대책 방안들이 내놨다. 먼저 박준규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대표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제도개선 방안마련 토론회'에서 "성숙한 리그 운영을 보여드리지 못해 깊이 반성한다"며 "e스포츠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데 소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서진혁과 소속사 그리핀의 계약 과정에서 부당한 요구와 불공정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그리핀과 조규남 그리핀 전 대표에게 각각 벌금 1억원과 무기한 출장 정지 등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향후 빠른 시일 내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미성년 선수들을 별도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 후속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상시 민원 창구를 개설하고, 현재 2000만원인 최저 연봉 인상을 포함한 선수 권익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며 "협회와 공동으로 후속 조치들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e스포츠 제도개선 방안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안창현 기자
 
한국e스포츠협회는 업계 내 불공정 계약 사례에 대해 철저한 실태파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현재 라이엇게임즈코리아와 함께 공동주최 중인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산하 모든 팀을 대상으로 전 선수에 대한 계약서 전수조사를 시행 중"이라며 "불공정 조항 발견시 해당 팀과 선수 조사, 외부 법률자문 등을 통해 내달까지 시정명령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e스포츠 표준계약서를 조기 도입한다.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불공정 사례들을 반영해 표준계약서를 도출하고, 내년 2월 LCK 스프링 개막 이전까지 참가팀의 표준계약서 준용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민원접수와 조사, 권고안, 시정 등 민원 처리 창구를 일원화한 분쟁조정위원회(가칭)를 설치·운영하는 방안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e스포츠협회와 함께 'e스포츠 표준계약서법'을 발의한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 하태경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 의원은 토론회에 앞서 "e스포츠 특성상 선수들의 연령대가 낮아 불공정 계약 건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발의된 표준계약서 법안을 이번 회기 내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하 의원 역시 "한국 프로스포츠 선수 중 연봉 톱이 e스포츠 선수라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e스포츠가 공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국회 입법을 통해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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