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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 첫 테이프…처음이자 마지막 될라
부영, 선분양 실패 궁여지책…흥행 실패 시 더욱 꺼릴 우려
2019-12-12 06:00:00 2019-12-12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아파트 준공 후 분양이 국내 최초로 실시되지만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후속 사례가 이어질지 회의적이다. 정부는 투기 전매를 없애고 부실시공 분쟁을 줄이고자 팔방으로 후분양을 유도해왔지만 그동안 나서는 기업이 없었다. 분양이 부진할 경우 시공사가 안게 될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도 후분양에 대한 수요자 반응을 처음 접할 기회지만 업계는 시큰둥하다. 오히려 분양에 실패할 경우 후분양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분양주체인 부영조차 선분양이 실패해 어쩔 수 없이 후분양을 택했다. 부영은 오는 23일부터 경남 창원에서 4298세대 규모의 창원월영 마린애시앙을 공급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단지는 지난 2016년 선분양했으나 분양률이 4%대에 그쳤다. 이후 부영은 선분양 계약을 취소한 후 전 세대 후분양으로 재분양에 나섰다.
 
후분양 최초 테이프를 끊게 됐지만 낙관하기 힘들다. 창원에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지 않는 등 여전히 이 일대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있다. 지난 10월 창원시의 미분양 물량은 5862호다. 이 중 부영 아파트도 포함돼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창원 부동산 시장에서 아직 회복세가 더뎌 물량이 해소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단지의 흥행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초기 분양이 선전하더라도 건설업계에서는 후분양 선호도가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택 경기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이 가라앉은 상황에서 자금 조달 위험을 건설업계가 안기에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지나 건설사 자금 여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건설사가 분양 실패 리스크를 떠안고 후분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후분양 성공 사례 하나만으로 후분양의 매력이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실수요가 선호할 만한 후분양을 적극 밀고 있지만 난관이 많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지난해부터 후분양 우선 공공택지를 공급하고 있지만 60% 공정률을 허용해 준공 후 분양까지는 갈 길이 멀다. 후분양 공공택지 입찰에 건설사들이 적극 뛰어들곤 있지만 먹거리 확보 차원이지 후분양이 좋아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택지 등에서 후분양이 늘어나긴 하겠지만 업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점진적으로 제도적 강제성을 부여해 후분양 비중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분양가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다 어쩔 수 없이 후분양으로 바꾼 과천푸르지오써밋 사례처럼 수도권에서 입지가 좋은 지역에서는 차선책으로 후분양이 고려될 수 있다.
 
최양환 부영주택 사장이 창원월영 마린애시앙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한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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