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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 다른 검찰?'…한 손엔 '개혁'·다른 손엔 '권력유지' 로비 의혹
야당에 검경수사권 수정안 제시 '청부입법' 논란
개혁 동력 느슨해진 틈 타 권력 공고화 하는 구태 지적도
"개인권리 보호 절차보다 검경 우열관계만 집중"
2019-12-13 06:00:00 2019-12-13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최근 검찰이 나름의 개혁 의지를 보이고는 있지만 정치권에 대한 이른바 '검·경 수사권 로비' 의혹이 일면서 '겉과 속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정치권에 검찰개혁 법안 수정안을 제시한 것은 개혁 동력이 느슨해진 틈을 노려 검찰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구태를 답습하는 것이란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12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수정안을 일부 야당 의원들과 개별 접촉하며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검찰이 일부 야당 의원을 구슬려 검경수사권 조정을 흔들려 한다"며 "의정활동에 개입하면 실명을 공개하고 개입 실태를 낱낱이 드러내겠다"고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일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검찰개혁 법안 가운데 △검·경 협력관계 도입 및 수사지휘권 폐지 △사건 종결 △검사의 수사 범위 제한 △영장 심의위원회 신설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 등 5가지 분야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수정안은 경찰에 대한 검찰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는 원안 취지에 반해 재난·선거·살인 등 중요 범죄엔 검찰 통제가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다.
 
이미지/뉴스토마토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상대적으로 청와대와 여권의 검찰개혁 동력이 느슨해진 상황에서 '개혁의 지분'을 확보하려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문재인정부 임기가 절반이 지난 가운데 청와대와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정치권은 총선을 앞두고 있다"면서 "검찰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갔지만, 표결까진 지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검찰은 여러 저항의 표현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즈음해 보인 검찰개혁에 대한 태도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즉, 검찰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절묘한 타이밍에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동시에 △서울중앙지검 3곳 외 특수부 폐지 △공개소환 전면 폐지 등 자체 개혁안을 조금씩 내놓는 '양동작전'이라는 것. 
 
실제로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지난 8월9일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후 인사청문회를 하기도 전인 같은 달 27일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조국 일가'의 의혹을 겨냥한 수사를 개시했다. 청문회가 열렸던 9월6일엔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소환 조사도 없이 기소했다. 이어 10월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끄집어냈고, 11월부터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하명 수사 의혹 사건을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패트' 충돌로 고발을 당한 자유한국당 소속 60명에 대한 수사는 거의 두 달째 지지부진한 상태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사진/뉴시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전 한국법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검찰이 제시한 수정안의 내용에 관해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법적 절차와는 거리가 있고, 검·경 간 직역·직권 조정 및 우열 관계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안에 관해 여전히 검찰의 권력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다. 
 
그는 또 검찰이 국회에 수정안을 제공해 의원 발의를 추진한 행위에 대해선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에선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한다', '검사는 직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정치운동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검찰의 양상은 통치권에 대한 저항이요, 통치권자에 대한 항명 성격이 짙다"고 강조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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