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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산안법 시행…'위험의 외주화' 금지
2020-01-16 04:53:18 2020-01-16 04:53:18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전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오늘부터 시행된다. 산업계는 법을 엄격히 준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법 자체에 외주화 금지 범위가 작고 원청에 산재 책임을 물을 근거가 명확치 않아 허울에 그친다며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16일 산업계는 이날부터 시행하는 산안법으로 인해 긴장하는 분위기다. 도금작업과 납·카드뮴 제련 등 고용노동부장관 인가를 받으면 외주를 줄 수 있었던 위험업무의 도급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중대재해 발생 시 노동부장관이 작업 중지를 명하고 원인 조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으로 근로자 사망 사고가 5년 내 재발할 경우 가중처벌도 규정했다.
 
16일부터 위험업무 도급금지 등을 규정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동구 한 금속도금업체 작업장 모습으로,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뉴시스
 
그러나 노동계 등 일각에선 '구의역 김군도, 김용균도, 조선하청노동자도 보호받을 수 없는 법'이란 비판이 나온다. 정작 김씨가 했던 전기사업설비 운전·점검 등 노동자들이 상시적 위험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하는 상당수 업무가 도급금지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김용균재단 등 3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전날 서울 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법에는 사업주에게 작업중지 등을 강제할 행정명령조차 극도로 축소돼 ‘쓰레기 같은 법’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시행을 앞두고부터 일부 기업의 회피 논란도 제기돼 노동부의 엄격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최근 아연도금작업을 원청 소관으로 전환하면서 계약직·별정직으로 채용 공고를 내 노동계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세부적으로도 총 24명이 라인마다 2인 1조로 해오던 작업 중 유해물질 노출 가능성이 크고 위험한 업무만 원청 소관으로 분리하기로 해 법 시행 직후 실제 현장에서 범법의 경계가 모호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는 "애초에도 회사의 도금작업 인가신청도, 노동부 감독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정치권도 법 취지를 강화할 보완입법과 산업계 입장을 반영한 완화안이 추가 발의돼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산재 은폐 시 처벌을 강화토록 하는 법안을, 같은 당 이용득 의원은 노동부장관의 산재예방기본계획 수립 시기 등을 구체화해 실효성을 강화하는 안을 발의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윤영석 의원은 중대재해 발생으로 인한 노동부장관의 작업중지 조치에 대한 사업주의 해제 요청이 3일 이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내기도 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노동부에 도급금지 위험작업 범위를 확대하고 법 회피 목적의 위장도급 문제를 근절할 대책을 마련하고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노동부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안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도급인에 대해 충분히 안전조치를 할 수 있도록 개정법 내용에 반영했다"고설명했다. 
 
 
민주노총, 김용균재단 등 3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 및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 개선 권고'를 즉각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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