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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이배월)14% 폭탄배당 발표한 한국기업평가, '평가'해주고 돈버는 톨게이트형 사업
낮은 성장성 데이터3법 통과로 극복 기대
2020-02-07 06:00:00 2020-02-07 08:35:33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한국기업평가는 기업의 신용을 평가해 등급을 매겨주고 돈을 버는 사업을 한다. 기업들이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회사채나 기업어음 등을 발행하려면 자신들의 채무상환능력을 입증해야 하는데, 한국기업평가 같은 신용평가업체가 이들의 재무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등급을 부여하면 투자자들이 이를 참고해 채권 인수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일종의 ‘인증’ 딱지를 붙이는 사업인 셈이다. 당연히 신뢰를 얻어야 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에 진입장벽도 높다. 
 
국내에선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3사가 이 시장을 비슷한 비율로 나누어 과점하고 있다. 2018년 매출액 기준으로 NICE신용평가가 33.9%의 점유율을 차지해 33.1%인 한국기업평가를 미세하게 앞서고 있다. 하지만 3년 전 2.4%포인트 격차를 조금씩 좁힌 것이어서 추세만 보면 1위 자리도 넘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32.0%를 기록 중이다.
 
사업 내용은 크게 신용평가 용역서비스(68.3%)와 사업가치평가(30.5%)로 나뉜다. 매출의 90%는 신용인증서비스에서 나온다. 
 
신용인증서비스의 주고객은 건설, 제조, 서비스, 유통업계의 대기업에 물품과 서비스를 납품하는 협력업체들이다. 이들은 대기업에 협력회사로 등록하기 위해 자신들의 상태와 능력을 객관적인 자료로 증명해야 한다. 한국기업평가가 이것을 전자문서 형태로 만들어 제공하는 사업을 한다. 게다가 신용인증보고서의 유효기간이 1년으로 제한돼 협력업체로서는 매년 신용인증을 갱신해야 한다. 한국기업평가의 매출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의미다. 
 
결제형 e-마켓플레이스 서비스는 한국기업평가의 종속회사인 이크레더블이 영위하는 사업이다. 한국기업평가가 이 회사의 지분 67.7%를 보유하고 있다.  
 
신용평가라는 사업은 성장성이 크지 않지만 상당히 안정적인 편이어서 한국기업평가의 이익도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3분기까지 29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2018년 연간 영업이익 254억원을 크게 넘어선 상태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이 역대급으로 증가한 것이 실적 증가에 크게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지난달 9일 국회에서 통과된 데이터 3법 개정안도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3법이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을 말한다. 관련법을 일부 고쳐 개인정보 보호의 수위를 완화해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로 인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들의 관심은 직접적인 수혜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인공지능(AI)이나 의료서비스, 금융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여기엔 신용평가도 포함된다. 금융회사나 기업체, SNS 등에 퍼져 있는 개인의 정보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가공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면 개개인의 정보를 평가해 등급을 매길 필요성이 생겨 자연스럽게 신용평가 시장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미국 등에서는 개인정보를 사들여 암호화해 관리하고 판매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발달돼 있다. 이 사업이 가능하려면 신용평가가 필수다. 
 
리츠(REITs)의 등장도 반가운 부분이다. 신용평가회사 3사는 지난해 리츠 신용평가방법론을 제정하고 롯데리츠를 최초로 신용평가했다. 리츠 열풍이 아직 식지 않아 올해에도 홈플러스리츠 등을 비롯해 규모가 큰 리츠들이 상장 준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신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의 최대주주는 세계 4개 평가기관 중 하나인 피치(Fitch Ratings Limited)다. 외국기업이 대주주인 기업답게 배당도 많이 한다. 흥미로운 점은 매년 정확히 연간 순이익의 65%를 배당한다는 점이다. 2018년엔 주당 2360원을 배당했는데 이번 결산에서는 폭탄배당 수준의 배당을 발표했다.
 
한국기업평가는 6일 주당 8518원 배당 계획을 공시했다. 배당총액은 379억9770만원이다. 순이익이 얼마인지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배당성향 65%를 유지했다면 약 58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189억원(지배주주)이었는데, 신용평가사업의 성격을 감안하면 4분기에 이를 뛰어넘는 이익을 올렸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자산을 매각하는 등 일시적인 이익이 생겼거나, 이익잉여금(3분기 현재 747억원)의 일부를 헐었을 수도 있다. 외국계 투자자가 대주주인 경우 가끔 이런 일이 발생한다. 
 
이 8518원을 현재가 5만9800원으로 나누면 14.2%라는 놀라운 배당수익률이 산출되지만 이는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뜻밖의 선물인 셈이고, 지금 한국기업평가를 매수해 배당투자하겠다면 주당순이익의 65%, 연 5% 수준의 배당을 기대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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