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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vs SK' 포스트 배터리 전쟁…"합의금 '조' 단위 예상"
미국, 지재권 강화 추세도 변수…'고의성'이 관건
2020-04-06 06:07:03 2020-04-06 11:28:13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 중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소송에 대한 판결 시한이 다가오면서 양측의 합의금 규모에 시선이 쏠린다.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가 고의적이었다고 보는 만큼 배상금 규모가 최대 조 단위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ITC는 최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ITC는 손해배상액에 대한 결정은 하지 않기 때문에 두 회사가 합의를 보지 못하면 LG화학이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손해배상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법 1836조에 따르면 영업비밀을 고의 또는 악의적으로 침해한 경우 법원은 침해자에 실제 손해액의 2배까지 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이 공개한 소송장에 따르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실액이 10억 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11월 폭스바겐의 '전략적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되며 대규모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LG화학은 자사에서 인력을 빼갔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기술력을 키울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만약 델라웨어주 법원이 LG화학이 주장하는 손실 규모를 인정한다면 최대 2조원 수준까지 손해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는 셈이다. 
 
LG화학과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에서 패소가 유력한 SK이노베이션이 조 단위의 합의금을 물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특히 ITC가 SK이노베이션의 고의성을 인정한 상태라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ITC는 조기패소 결정 후 공개한 판결문에서 "SK이노베이션의 경쟁사 정보(영업비밀)를 확보하려는 노력은 조직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이뤄졌고, 외부에도 알려져 있었으며, 법적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고의성을 인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재발방지를 위한 형벌까지 포함한 제도"라며 "고의성이나 실제 피해 규모, 이로 인해 얻은 경제적 이익 등을 근거로 액수를 산출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1조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LG화학의 주장이기 때문에 실제 규모는 좀 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과 기술 전쟁을 벌이면서 영업비밀 침해, 특허 침해 등 지식재산권 관련 피해 보상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합의금이 커질 수 있는 요소다.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지난달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과의 와이파이 특허소송에서 패한 애플에 한화 약 1조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애플이 특허 침해 사실을 알면서도 피해를 입혔다는 칼텍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 2월 미국 시카고 법원도 모토로라의 무전기 관련 특허를 침해한 중국 하이테라에 9500억원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사회에서 지재권을 강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두 회사의 합의금도 천문학적인 규모로 치솟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며 "다만 영업비밀 침해 범위를 두고 양사가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구체적인 합의금 산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ITC는 오는 10월 두 회사의 배터리 소송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린다. 여기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면 회사는 영업비밀 침해가 인정된 배터리 셀과 모듈 등 관편 부품과 소재를 미국 내로 수입할 수 없게 돼 향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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