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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또다시 '경영 시계 제로' 오나…이재용 구속영장 청구에 '당혹'
이재용 부회장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이틀만에 검찰 구속 청구
"세계적 재난 상황에 삼성의 위기는 국가 경제에도 타격"
2020-06-04 17:46:33 2020-06-04 17:46:33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의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수사와 관련 외부의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지 이틀만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삼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도 전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삼성의 위기가 국가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안겨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서울중앙지검 시민위원회의 안건 부의 여부 심의절차가 개시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전문가의 검토와 국민의 시각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소망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앞선 2일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관련 불법 행위에 개입한 사실이 없음을 재차 입증했음에도 검찰의 기소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요청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검찰 측의 구속영장 청구가 직접적인 심의 대상은 아니었지만 즉각적인 맞대응에 삼성은 물론 재계에서도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시스
 
이로써 삼성의 미래는 다시 경영 차질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각 사업별로는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 사업을 기존대로 영위할 수 있지만, 대규모 투자나 미래먹거리 발굴 등은 총수인 이 부회장에게만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앞선 지난 2017년에도 이 부회장의 법정 구속 후 삼성은 '경영 시계제로'의 위기를 겪은 바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한국을 둘러싼 국가들과의 정치적 이슈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판국이다. 여기에 코로나19와 같은 전 세계적 재난까지 겹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 이 가운데 국내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삼성의 경영 차질이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 가운데서도 이 부회장은 최근 연이은 검찰 소환 조사 가운데서도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뉴삼성'으로의 탈바꿈을 위해 혁신적인 투자와 현장경영 보폭을 넓혀왔다. 코로나19 와중에도 국내 대표 산업인 반도체 사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중국과의 양국간 기업인의 빠른 절차 조항이 성사되자마자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고, 평택캠퍼스에 약 18조원 규모의 반도체 파운드리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구축 계획도 연이어 발표했다. 또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 부회장과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도 협력을 다졌다. 
 
대국민 사과에서 다짐한 '건전한 노사관계'와 '시민단체와의 소통'을 위한 변화의 의지도 확실히 하고있다. 이와 관련, 삼성은 노동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과 관련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이사회 산하에 둬 노사 정책을 자문하고 개선 방안도 제안하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역할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또 시민단체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할 전담자를 지정하고 간담회와 사내 행사 초청 등을 통해 협력의 폭을 더욱 넓혀가겠다는 다짐도 내놨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와 첫 교섭을 가졌고,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와 355일만에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도 이 같은 행보의 일환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게 도주의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검찰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전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삼성의 위기는 우리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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