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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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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여, 5·18 전향적 태도에 호남 민심 "두고 봐야"

윤석열 대통령 행보엔 일단 '긍정적'…"한 번일지 두고 봐야. 과거도 그랬다"

2022-05-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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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42주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이 바로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라며 “오월 정신을 확고히 지켜나갈 것”을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존 보수정당 한계를 벗고 국민통합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국민의힘 소속의원들 전원 소집령을 내렸고, 보수정권에서 금기시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도 제창했다. 호남은 윤 대통령의 전향적 태도에 박수를 보냈다. "아직은 두고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도 있었다. 한 번 화해의 손짓으로 그간의 설움을 씻기에는 아픔이 너무 큰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2주기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광주전남사진기자회).
 
윤 대통령은 이날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오월이 품은 정의와 진실의 힘이 시대를 넘어 영원히 빛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참석 요청에 부응한 국민의힘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추모했다. 이들은 서로 손을 붙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이제껏 5·18 기념식에 정당 지도부가 참석한 사례는 있어도 소속의원 전원이 참석한 사례는 없었다. 보수정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5·18 기념식에서 만난 시민들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이례적인 행보에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볼 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3년 만에 기념식에 왔다며 할머니 손을 꼭 붙잡고 온 김모 할아버지(82·문흥동)는 "두고 봐야지, 아직 환영할 그런 건 아니지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날이 좋아 아내랑 왔다. 3년 만에 오니 많이 바뀌었다"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우리가 배척을 얼마나 받았는데…이번 한 번 뿐인지 봐야지"라고 했다.
 
광주시민들이 18일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5·18 당시 아들을 잃을 뻔했다는 박모 할머니(86)는 "죽다 살아났다. 학교 갔다 집에 오다가 그냥 맞아가지고"라며 "고인들 보러왔다. 보고 싶어서"라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이 방문한 것에 대해 "전두환이 나빴던 거지"라면서 "안 온 것보다는 낫다. 근데 해마다 오려나"라고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옆에 있던 72세의 정모씨(여·두암동)는 "이 맘 때만 되면 마음이 안 좋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대통령이 그래도 챙기는거 같아 다행"이라면서 "아직 우린 민주당에 표를 준다. (국민의힘이)앞으로는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광주 서구 상무중앙로에서 만난 김정진씨(29·남·치평동)는 윤 대통령이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 "취임하고 바로 온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한 번만 와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노무현 대통령 때는 5번 다 왔고 이명박이나 박근혜 때는 취임하고 한 번만 오고 그 뒤로는 안 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매번 왔는데, (윤 대통령도)이번만 올지 다음 번에도 올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긍정적으로는 보이는데 민심에 엄청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18일 한 낮의 나주 거리. 시민들이 길가에서 오늘 치러진 5·18 기념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사진=뉴스토마토)
 
나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30대 여성들은 "5·18에 대한 마음은 호남 사람들이면 다 같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모씨(31)는 "어려서부터 5·18에 대해 듣는 게 많다. 가르치는 분들이 다 산 증인이니까"라고 했다. 그는 "5·18에 대한 역사가 타 지역에 많이 안 알려진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그 당시 역사나 과정을 다 듣고 나면 현 여권을 곱게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민주당에 대한 각성도 촉구했다. 임씨는 "문재인정부 때 잘했으면 민심이 이렇게까지 돌아서지 않았을 텐데 기회를 많이 놓쳤다"며 "민주당을 지지하던 친구들도 집 값 폭등 이후 등을 돌렸다. 앞으로 정신 차려야 한다"고 했다.
 
광주·전남=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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