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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위도 아래도 날아갔는데…김태효만 건재

사실상 윤 정부 외교·안보라인 원톱

2023-03-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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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뉴스토마토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괴이합니다.
 
윤석열정부의 첫 외교·안보사령탑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전격 경질됐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4월 2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5월 11일~13일) 등 막중한 일정이 바로 코앞입니다. 도쿄 한일 정상회담(3월 16일~17일) 이후 독도 문제까지 포함해 온갖 요구를 다하고 있는 일본 문제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준비와 대응을 총지휘해야 할 안보실장이 갑자기 교체된 것입니다. 자칫 후임 조현동 주미대사 지명자에 대한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사전 동의) 발급이 빨리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미대사 공석 상태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28일 김성한 실장의 교체문제가 처음 보도되자 대통령실이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부인했고, 김 실장 본인도 “사의 표명은 사실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김 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과 예정에 없던 오찬을 하면서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바로 그다음 날 오후에 물러났습니다.
 
그는 ‘문책성 경질’을 당한 것입니다.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그의 사퇴의 변은 이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 서두르는 윤 대통령과 김태효외교부는 속도조절 주장”
 
<한겨레> 신문은 지난 8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 해법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외교부의 ‘협상 전략’을 뭉갰다고 보도했습니다. 외교부가 “지난해 11월 일본 외무성과 협상 시작 때부터 △일본 정부의 사과 △일본 가해 기업의 배상 참여를 최저요구선으로 삼았고, 최악의 경우에도 둘 중 하나는 관철해야 한다는 협상 방침을 막바지까지 고수”했다면서, 익명을 요구한 ‘한일관계 전문가’가 “2월 중순까지만 해도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일본 기업이 (피해자 배상) 기금에 참여하지 않으면 협상을 깰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3월 16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와 가해기업들의 사과도 배상참여도 없이 3자 대위변제안을 확정 지어버렸습니다. 윤 대통령의 방일을 6일 앞둔 10일,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돌연 물러났습니다. 정부가 12년의 한일 셔틀외교 복원이라고 애드벌룬을 높이 띄우는 상황에서 의전을 맡은 핵심 비서관이 물러난 이례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27일에는 이문희 외교비서관까지 대통령실을 떠났습니다.
 
이 무렵, 윤 대통령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주도하고 있는 대일 화해 드라이브에 외교부 쪽이 소극적이라는 말이 퍼졌습니다. 외교부 쪽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대통령실과 외교부 쪽의 의견 불일치 과정에서 두 비서관이 교체됐다는 것이었습니다. 2018년 일본 초계기 위협 비행(레이더 조사) 문제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이 일본에 유화적인 모습을 보여 국방부 쪽도 불만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돌았습니다. 그리고 김성한 실장까지 물러났습니다. 결국 김 실장 경질 문제는 의전비서관과 외교비서관 교체까지 한 덩어리 사안으로 봐야 합니다.
 
29일 물러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전날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블랙핑크-레이디가가 합동공연 문제로 경질?외교비서관실은 김태효 1차장 관할
 
대통령실은 김 실장 경질 이유를, 윤 대통령의 4월 방미 중 문화 행사 준비와 관련된 사안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한류스타 블랙핑크와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한미 정상회담 국빈 만찬 합동공연을 제안했는데, 안보실이 이에 대한 보고를 누락했고, 이 과정에서 7차례나 미국의 답변 요청이 묵살됐다는 것입니다.
 
이는 김 실장 경질의 부분적인 이유는 될 수 있으나, 핵심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외교비서관은 김태효 1차장 관할입니다. 블랙핑크-레이디가가 합동공연건이 문제가 된 것이라면, 부하인 외교비서관은 물론이고 상관인 안보실장까지 물러났는데, 김 차장만 건재한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김태효 차장은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윤 대통령의 머리 격인 인물입니다. ‘담대한 구상’을 명명하고 세부안 마련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대북 선제타격'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지론은, 일본 보수의 오랜 염원인 ‘전쟁 가능국가’를 현실화한 지난해 12월 일본 기시다 정부의 ‘3대 안보문서 개정안’과 싱크로율이 매우 높고, 윤 대통령도 이를 용인한 바 있습니다.

그는 한일 정상회담 직후 언론인터뷰에서 “주고받기식이 아니라 먼저 한국이 해나갈 일을 해 나가겠다”, “우리가 하나 뭘 할 테니 일본 정부는 이걸 해다오 하는 접근을 꾀하지 않았다”면서 자신이 대일 화해 국면을 주도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정에서 속도조절을 주장했던 박진 장관도 총선 대비 명목으로 교체 가능성이 높고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렇게 되면 김태효 차장이 윤석열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사실상 원톱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공교롭게도 조현동 주미대사 내정자와 이충면 신임 외교비서관 모두 이명박(MB)정부 시절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밑에서 근무했던 인사들입니다. 또 공교롭게도 김 차장의 선친은 윤석열정부가 선호한다는 고위 검사 출신입니다. ‘자위대 한반도 개입론자’인 강경파 김태효 차장이 유례없이 엄중한 국제정세 아래서 한국의 외교안보를 주도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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