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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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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온 건 '쉿'

2023-12-08 16:30

조회수 :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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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기업 총수들과 떡볶이 등 분식을 시식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윤 대통령,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회장이 찡긋하며 ‘쉿’하고 입을 가린 사진이 인터넷상에 밈을 뿌렸습니다. 세계적인 불경기 속에 국가 경제를 지탱해온 반도체와 삼성의 이미지가 이재용 회장에게도 호감을 심어준 듯 보입니다. 반기업 정서가 지나치게 팽배하다며 사회현상을 우려했던 경제인들에겐 다행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필자도 이재용 회장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수행 비서를 달고 다니는 게 흔해 보였던 재벌가 풍경 속에 가벼운 차림으로 홀로 해외출장에 나서던 젊은 총수의 모습이 담백해 보였습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겁니다. 사실 지금 삼성의 기류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승계를 위한 부당합병 의혹 등으로 이재용 회장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판결에 따라선 이재용 회장이 다시 구속될 수도 있습니다. 검찰이 5년을 구형했고 법원 판결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입니다. 그런 이재용 회장을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럼없이 부산 행사에 초대했습니다. 평소 대통령이 사법 이슈가 있는 총수를 모임에 부르지 않는다던 불문율이 재계에도 알려져 있었으나 이 또한 깼습니다. 대통령이 특유의 성격상 중시한다는 의리를 각별히 지킨 걸까요? 부산엑스포 유치활동을 비롯해 각종 해외 순방에서 이재용 회장이 팔방으로 활약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필터를 빼고 보면 사법 판결을 앞둔 총수와 대통령의 화기애애한 모습은 어딘지 부자연스럽습니다. 재판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조심스럽습니다. 국내 최고 권력자로부터 무언의 압박이라도 느낄지 모를 일이니까요. 재판부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면 광복절 특별사면부터 이어진 불평등과 차별의 사회적 논란를 의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조현준 효성 회장 역시 이번 부산 ‘떡볶이’ 행사 이미지에서 포착됐습니다.
 
대통령은 진정 부산엑스포 지원 활동이 너무 고마웠던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해도 갑니다. 실상 부산엑스포는 총수들이 세계 권역을 나눠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습니다. 이재용 회장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분주했습니다. 우리가 사우디에 비해 강점을 가진 게 글로벌 산업 경쟁력이었으니 회장들이 나서준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좀 지나쳤다는 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사우디에 참패한 결과 때문에 애꿎은 총수들만 굴렸다는 지탄도 큽니다. 단지 그런 것들이 미안해서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면 재판부는 신경쓸 필요 없겠습니다. 그런데 또 부산행사는 대동한 것인지 초대한 것인지 문득 다시 궁금해집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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