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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향

2017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한국의 씁쓸한 준우승

2017-08-08 11:43

조회수 : 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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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가 77일부터 86일까지 열렸습니다. 한국은 2그룹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여기서 그룹이란 미국, 브라질 등 배우 강국들이 속한 1그룹, 상대적으로 약한 팀들이 속해있는 2그룹, 최 하위권인 3그룹으로 나눠집니다. 한국은 원래 1그룹에 속해있었지만 2년간 대회에 불참하면서 2그룹에 잔류하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선전에 여자 배구 인기가 치솟았습니다. 한국 팀 경기 중계방송의 시청률이 프로야구 최고 인기 팀의 시청률과 맞먹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배구협회의 부실한 지원 문제 등 씁쓸한 해프닝은 애국심을 인질 삼아 선수들을 열정페이로 착취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김연경 이번 대회에는 이재영이 들어왔어야 했다. 팀에서도 경기를 다 뛰고 훈련까지 소화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에 빠졌다. 결국 중요한 대회만 뛰겠다는 것 아니냐”>


이재영은 한국여자배구 스타입니다. 데뷔 첫해 신인상을 차지했고 2016년 리우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혔습니다. 2016~2017시즌 V-리그가 끝난 후 무릎과 발뒤꿈치 부상으로 재활에 돌입한 이재영은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를 건너뛰었습니다. 이번 그랑프리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엔트리 14명에서 1명이 적은 13명만 합류했습니다. 수많은 경기를 주요 선수 6~7명이 뛰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선수들은 체력 저하와 부상의 위험을 안게 된 것입니다. 이재영 선수에 대한 비난은 사실 대표선수 수급 등 대표팀의 운영을 책임져야 할 대한배구협회가 행정적 뒷받침을 제대로 못한다는 점을 질책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남자는 전원, 여자는 절반만" 여자 배구대표팀의 '서러운' 원정길(오마이뉴스 단독)>


2그룹 1위를 기록하며 결선에 진출한 여자배구팀은 체코로 출국해 결승전 등을 치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오한남 현 배구협회 회장은 185cm 이상인 선수들에게만 비즈니스 석을 제공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대표팀 12명 중 185cm이상인 선수는 총 5명이었습니다. 남자배구 대표팀에게는 전원 비즈니스석 항공편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녀 차별 문제까지 뒤섞여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여자 프로배구 구단 IBK기업은행이 전원이 비즈니스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결정하면서 다행히 잘 마무리 됐지만 국가대표에게 걸맞는 대우도 해주지 않으면서 희생만을 강요하는 배구계 협회와 인사들의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국가대표 차출을 보이콧하는 선수가 나오면 어떻게 될까?>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고된 훈련을 견디고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합니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걸까요? 경기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 때문일까요? 그것보다는 한 나라의 국민이자, 국가의 명예와 위상을 드높일 기회를 가진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애국심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선수 개인보다 국가를 위에 두면서 희생을 강요하는 전근대적인 환경이 계속된다면 선수들이 당당히 보이콧함으로써 국가주의적 사고를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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