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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대법원 재판부, '진보' 앞으로 한 발짝(종합)

순수재야 노동 변호사·변호사 출신 여성법관…보수성향 고위 법관도

2018-07-0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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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김선수 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와 이동원 제주지법원장(17기), 노정희 법원도서관장(19기) 등 3명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이번 대법관 후보 임명제청은 ‘재판부 구성의 다양성’ 실현이라는 국민적 여망을 충실히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김 변호사는 법관이나 검사 출신이 아닌, 순수 변호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법관 후보로 제청됐다. 현재 재직 중인 김재형 대법관이나 양창수·박보영 전 대법관 등은 교수나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대법관으로 임명됐지만 모두 판사출신이다.
 
 
순수 재야 출신 첫 임명 제청
 
전북 진안 출신인 김 변호사는 서울 우신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1988년부터 현재까지 약 30년간 변호사로 활동해왔다. 사법연수원 수료 당시 충분히 판사로 임명될 수 있었지만 노동운동과 노동법에 심취해 변호사 길을 택했다. 이후 우리나라 대표적 인권변호사인 고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해 온 노동법과 노동인권 보호의 대가이다. 2002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으로 활동했으며, 2010년에는 민변 회장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때 사법개혁위원회 위원,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김 변호사가 임명될 경우 민변 출신 첫 대법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민변에 따르면, 1994년 7월 임명된 이돈희(고등고시 사법과 13회) 대법관이 민변 출신 첫 대법관이다. 이 전 대법관은 재임시 다소 보수적 성향의 판단을 내렸으며, 퇴임 이후에는 민변 활동을 중단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김 변호사가 문 대통령 대선캠프 법률지원단에서 활동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자·인권 보호 선구적 역할
 
법조인으로서 김 변호사의 활동은 노동자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 보호에 집중돼 있다. 1989년 ‘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 건설준비위원회’ 소속 화가에 대한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의 변론을 맡아 “접견교통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 조서의 증거능력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 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변호인의 접견교통권을 헌법상 권리로 격삭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1996년 사법연수원 교수들이 뽑은 10대 판결 중 하나로 선정됐다.
 
1992년에는 ‘ILO기본조약 비준 및 노동법 개정을 위한 전국노동자공동대책위원회’ 집회 사건을 맡아 집회·시위의 자유의 향상에 기여했으며, 1994년에는 변호인의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거부한 검사 처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변호인과 피고인이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에는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에서 통진당을 대리했다.
 
전형적 엘리트 코스 거친 고위법관 
 
이 법원장은 서울 출신으로 전형적인 엘리트 법관 코스를 거쳤다. 경복고를 졸업하고 고려대 법대에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을 17기로 수료한 뒤 서울형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민사지법 판사·서울고법 판사·대법원 재판연구관·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수원지법 평택지원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된 뒤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를 거쳐 올해 2월에 제주지법원장으로 취임했다.
 
국가적·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을 많이 다뤘지만 김 변호사와는 입장이 상반된다. 위헌정당해산 결정이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국회의원지위확인 사건을 맡아 최초로 위헌정당해산 결정의 효과로서 소속 국회의원이 당연히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고 판결했다. 2015년 재미동포 신은미씨가 전국 순회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한 내용이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와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북한을 인권·복지 국가로 오인하게 해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다”고 인정하면서 국내에서 강제퇴거한 정부 조치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국가의 이익을 위한 강제퇴거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적 약자 보호해 온 여성 법조인
 
여성후보인 노 관장은 판사와 변호사 생활을 고루 겪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장점이다. 광주 출생으로 광주 동신여고와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을 19기로 수료한 뒤 1986년 춘천지법을 시작으로 판사생활을 5년간 하다가 사회로 자리를 옮겨 변호사로 5년간 일했다. 이후 2001년에 판사로 재임용돼 각급 법원을 거치면서 민사·형사·가사 등 다양한 재판업무를 골고루 담당했다.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월 고등법원장급인 법원도서관장으로 취임했다. 여성법관으로는 첫 고법원장급에 오른 인사이다.
 
그동안의 다뤄 온 사건에 대한 판결은 대체로 사회적 약자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한 자녀를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종원으로 인정한 판결,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범죄 사건에서 그를 보호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이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법인 임원에 대한 해임을 인정한 판결, 전통시장 내 공영주차장 건설로 인해 폐업·휴업하게 된 시장 상인들의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한 판결 등이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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