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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미국에는 김영옥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2018-07-1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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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두절미하고...
'기억할 사람은 기억하자'는 주장입니다.
 
영화 암살에서 영감(오달수분)의
"어이 3000불, 우리 잊으면 안돼"
대사가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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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정치부 기자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원은 관내 연방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김영옥 대령 기념 고속도로’로 명명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독립운동가 김순권 선생의 아들로 미국에서 태어난 고 김영옥 대령은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에 참전해 불패신화를 이룬 전쟁영웅이다. 2차대전 후 전역했지만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재입대해 유색인 최초로 미군 야전대대장에 임명됐다. 미군 전투교본을 다시 쓰게 할 정도의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 역사상 최고의 전쟁영웅 16인’에도 선정됐다. 전후에는 가정폭력 피해여성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고아, 입양아 등의 인권증진을 위해 헌신했다.
 
지난 2011년 MSN닷컴이 선정한 전쟁영웅 16인의 면면은 김 대령 외에도 화려하다. 초대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필두로 남북전쟁 당시 남군 사령관이었던 로버트 리, 2차대전 당시 연합군사령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등을 거쳐 1991년 걸프전서 다국적군을 지휘한 노먼 슈워츠코프에 이른다. 미국인들의 정치 지형은 한국만큼이나 복잡하지만, 이들 전쟁영웅들을 기리는 지점에서만큼은 하나가 된다.
 
반만년을 이어온 우리 역사에도 전쟁영웅들은 수없이 존재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근·현대에 가까워질수록 그 수가 적어진다는 점이다. 창군 초기 군의 주역(특히 육군) 중 상당수가 일본군·만주군 출신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시작으로, 군을 둘러싸고 연이어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들에 이목이 쏠리며 영웅의 출현을 막아왔다. 이 과정에서 지청천·김홍일·손원일 등 탁월한 장군들의 이름 석자는 일반 국민들 뇌리에 각인되지 못한다.
 
이같은 인식이 개선될 계기는 없을까. 문득 지난 6월8일 육군사관학교에서 진행된 ‘신흥무관학교 107주년 기념식’이 떠올랐다. 1911년 신흥강습소로 시작한 신흥무관학교 졸업생들은 청산리·봉오동 전투를 비롯한 항일 무장투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윤경로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상임대표는 이날 “신흥무관학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조선혁명군, 한국독립군, 고려혁명군, 한국광복군 등에서도 핵심 역할을 했다”며 “국군의 정통으로 삼아야 할 가치를 지닌다”고 역설했다.
 
전쟁영웅을 기리는데 소극적이었던 군의 반응도 바뀌는 중이다. 김태진 육사 생도대장(육군 준장)은 기념식에서 “육사는 조국에 대한 뜨거운 사랑으로 항일독립전쟁에 앞장선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교내 충무관 앞에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우당 이회영 선생을 비롯한 5인의 흉상을 설치한 것에 대해서는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전쟁에 헌신한 선배들의 고귀한 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다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날 선조들의 희생을 기리는 노력들이 모이다 보면, 지금 세대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진정한 영웅들의 진면목이 다시금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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