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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세계 최고 세일즈맨과 기아자동차 영업맨의 차이는?

2018-07-18 13:19

조회수 :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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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발간된 ‘인생의 지혜가 담긴 111가지 이야기’라는 책에는 ‘세계 최고의 세일즈맨’이라는 제목의 자동차 판매왕의 사연이 담겨 있다. 이 이야기가 왜 눈에 들어왔느냐 하면, 책이 나온 그해 기자가 첫 차를 구매하면서 겪은 경험 때문이었다. 책의 내용과 기자가 겪은 사연을 비교해보면, 왜 한국 자동차 업계의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는 지를 간접적으로 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한다.
 
# 세계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불리는 조 지라드(Joe Girad). 그는 15년 동안 1만3001대의 자동차를 팔았으며 1년 동안 1425대(하루 평균 4대)를 판 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 성적은 기네스북에도 수록되어 있다. 이 놀라운 판매 비결은 무엇일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어느 날 한 중년 부인이 자동차 전시 판매장에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잠깐 구경 좀 하다 갈께요. 사실은 맞은편의 흰색 포드 자동차를 사러 나왔는데 그쪽 판매원이 한 시간 뒤에 다시 오라고 하는군요. 여기서 좀 기다렸다 가도 괜찮겠죠? 실은 오늘이 내 쉰 다섯 번째 생일이라오. 자축하는 의미로 자동차를 사러 나온 거라오.”

“생일 축하드립니다! 부인.”

나는 축하 인사를 전하며 그녀에게 마음대로 구경하라고 했다. 그런 다음 나가서 잠시 일을 본 후 다시 돌아왔다.

“부인, 기왕에 오셨으니까 저희의 투 도어 세단을 보여 드릴게요. 이 차도 흰색이랍니다.”

그녀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여비서가 장미 꽃다발을 들고 들어왔다. 나는 꽃을 부인에게 주며 말했다.

“부인,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제가 드리는 생일 선물입니다.”

뜻밖의 선물에 감동을 받은 부인의 눈가가 젖었다.

“오, 너무나 오랜만에 선물을 받아보네요. 그거 알아요? 맞은편 포드 자동차 판매원은 내가 낡은 자동차를 타고 온 걸 보고 새 차를 살 능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게 틀림없어요. 내가 차를 보기 시작하자마자 수금하러 가야 한다기에 여기에서 그를 기다리기로 한 거죠. 사실 난 흰색 자동차면 돼요. 사촌 언니가 포드를 몰아서 나도 같은 걸 사려고 했을 뿐 포드가 아니어도 상관없어요.”

결국 부인은 우리 매장에서 쉐보레 한 대를 사서 돌아갔다. 게다가 전액 수표로 지불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그녀에게 포드를 사지 말고 쉐보레를 사라고 권한 적이 없다. 그녀는 우리 매장에서 따뜻한 존중을 받았기에 원래의 계획을 바꾸고 우리의 차를 선택한 것이다.
 
기아자동차 K5. 사진/뉴시스

#. 2010년 가을, 미루던 차를 구입하기로 하고 기아자동차 영업사원을 통해 계약서에 사인했다. 당시 가장 잘 나갔던 중형 승용차 K5였다. 다리 수술을 받은 후 거동이 불편해 1년 가까이 집에만 계시던 어머니를 위해서였다. TV 광고에 나오는 K5 자태에 푹 빠지신 어머니는 다른 업체 제품은 거들떠보시지도 않은 채 114로 연락, 기아차 영업소 전화번호를 알아내고 직접 전화해 영업사원을 집으로 불러 계약 하셨다. 같은 회사인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이 밤늦게 찾아와 차 값을 수 백 만원 할인해 주겠다고 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하셨다.

당시 K5의 위세는 대단했는데, 현대차로 인수된 뒤 처음으로 영업사원이 의자에 앉아서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계약서를 건냈을 정도였다고 한다. 계약 후 석달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했고, 할부 이자율도 경쟁 차종에 비해 높았다. 물량을 빨리 빼내야 하니 영업사원은 처음부터 옵션을 덜 단 평이한 트림의 제품을 권했고, 심지어 자신이 제시하는 트림을 계약하면 인도일을 앞당겨 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어머니 안전을 생각해 측면 에어백은 달아야 한다고 얘기했건만, 영업사원은 계약서에 명기를 하지 않았다.

어쨌건 계약을 했다. 어머니는 석 달의 시간이 너무도 길게 느끼셨나 보다. 목발을 짚어야 겨우 걸을 수 있었던 어머니는 어느날 차를 보고 싶어 집 근처 기아차 영업소를 다녀오셨단다. 어떠셨냐고 물어봤다. 문을 열고 차 좀 구경하겠다고 했는데, 영업소 직원들 가운데 누구 한 명도 어머니를 안내해주지 않더란다. “네, 구경하세요” 한 마디만 하고. 영업소에는 K5 대신 K7이 있었는데, 덩지가 큰 차도 마음에 들어 그냥 겉을 만져만 보고 오셨단다. 그래도 칠십 평생에 처음 가본 자동차 영업소가 신기하고 재미있으셨다고 한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는 내내 기자의 기분은 왜 좋지 않았을까?

찜찜한 느낌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차를 판 영업사원, 어머니가 직접 연락한 그 영업사원은 계약 전에 수차례, 팔고난 뒤 한두 번 전화를 주고난 뒤 연락이 없다. 잊을 만하면 휴대전화로 단체 문자를 보내는 정도일 뿐. 차에 문제가 생겨 전화하니 영업사원은 기자의 이름도 모를 뿐더러 전화번호조차 저장해 두고 있지 않았다. 뛰지도 않고 거저 실적을 올렸으니 영업사원 휴대폰 전화번호 목록 리스트에도 못 끼는 기자는 기아차에겐 ‘싸구려 고객’이었다.

어쨌건 지금도 어머니가 어딜 가실 때마다 K5로 모셔다 드린다. 차는 만족한다. 비용은 들더라도 10년 이상 타고 다닐 것이니 마음에 드는 차를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도 주변 사람들에게 차를 판 영업사원과 어머니가 찾아갔던 영업소에서는 절대 차를 사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책은 조 지라드의 이야기를 통해 “진심은 판매원의 제일 중요한 조건이고, 진심을 가지고 탐욕을 부리지 않는 것은 판매원의 첫 번째 준칙이다. 명심하라. 다른 사람과의 좋은 관계가 주는 이점은 당신의 주머니도 불룩하게 만들 것이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고 했다. 모든 기아차 영업사원들이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기자가 만난 사람들은 이런 교훈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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