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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스모킹 건'은 없었다…한계 다다른 '드루킹 특검'

드루킹 일당 진술만 '무성'…특검 "다 못 물어봤다. 김 지사 재소환"

2018-08-0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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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드루킹 일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수사착수 41일 만에 불러 18시간 넘게 조사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지사 소환 전 “기억이 나게 도와줄 수 있다”라든지 “증거가 차고 넘친다”는 말들이 흘러나올 만큼 자신감을 보였지만 결국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가 공범임을 증명할 ‘스모킹 건’은 없었던 셈이다.
 
특검팀은 전날 오전 9시30분부터 7일 오전 0시까지 강도 높게 조사를 진행했다. 특검 조사시 통상 유력한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조사 전 특검이나 선임특검보가 간단히 차를 권하지만 김 지사는 출석과 동시에 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특검팀은 검사들이, 김 지사 측에서는 변호인 4명이 돌아가면서 조사에 참여했다. 특검팀 질문은 2016년 11월 김 지사의 행적에 꽂혔다. 당시는 드루킹(본명 김도원) 일당이 사무실로 쓰고 있는 경기 파주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 김 지사가 처음 방문한 때다. 드루킹은 이때 김 지사 앞에서 댓글조작 장치인 ‘킹크랩’을 시연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상황에 대한 기록을 담은 USB를 특검팀에 제출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사무실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 ‘시연 참관’ 사실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이날 조사에서도 같았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왼쪽)와 김경수 경남도지사. 사진/뉴시스
 
특검팀이 ‘킹크랩 시연’ 사실관계에 집중하는 이유는 이 사실이 드루킹 일당과 김 지사의 ‘댓글조작’ 공모관계를 형성하는 고리이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받고 있는 업무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등 모든 혐의가 이 고리에 달려 있다.
 
이번 조사에서 특검팀이 꺼낸 카드는 당시 ‘킹크랩 시연’ 상황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의 진술이 상당히 정확히 일치하다는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에 따르면 드루킹은 물론이고 ‘서유기’ 박모씨, ‘둘리’ 우모씨, ‘솔본아르타’ 양모씨 등이 각자 진술한 당시 장소와 김 지사의 위치, 행동이나 움직임이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검팀은 이들의 ‘진슬 증거’외에 김 지사가 킹크랩을 시연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이나 사진 등 확정적인 물증은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이 공범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킹크랩 시연’ 주장은 드루킹과 그 일당인 서유기와 둘리, 솔본아르타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고, 이들의 관계는 드루킹을 리더로 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이다. 이들 4명은 모두 수감 중으로, 입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오히려 부자연스럽다고 보는 분석이 적지 않다. 형사사건을 많이 다룬 판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약 1년9개월 전의 잠깐 동안의 상황을 정확히 기억한다는 것은 뭔가 부자연스럽다”면서 “‘킹크랩 시연’ 정황이 드루킹 측에서 특검에 제출한 USB에 담겨 있는 점, 김 지사와 드루킹을 포함한 나머지 네명이 적대적인 관계라는 점, 그 네명의 연대가 매우 강하고 공통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 또 오랫동안 함께 활동했다는 점 등을 종합해보면 그다지 신빙성이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특검이 진술증거에만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진술증거의 경우 실제 재판에서는 신빙성이 흔들려 깨지기 쉽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중견변호사는 "이런 쟁점들에 앞서서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시기가 2016년 11월이다. 당시 국회에서는 '국정농단 국정조사'가 한창이었고 검찰은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결과를 발표했을 때다. 정가에서는 이미 감각적으로 다음 대통령 후보가 누구인지 대세가 정해진 상황이었을 것"이라면서 "드루킹의 '킹크랩'이 김 지사의 이목을 얼마나 끌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이날 김 지사를 조만간 재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재소환 이유에 대해 “준비한 질문을 다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소환 시기는 김 지사 측 변호인단과 조율을 거쳐 결정된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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