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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사건' 30여년만에 전면 재판단"

검찰개혁위, 검찰총장에게 비상상고 권고…"인권침해 확인되면 사과해야"

2018-09-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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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군사정권 시절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미명아래 불법감금 등 인권을 유린한 '형제복지원' 사건이 31년 만에 법원에 의한 전면적 재판단을 받게 된다.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13일 검찰과거사위원회 및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참조해 해당 확정판결에 대해 비상상고할 것을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권고했다. 비상상고는 형사소송에서 판결이 확정된 후 그 사건의 심리가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했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불복신청을 하는 비상구제제도이다. 대법원은 그 원심판결이나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반되었다고 인정할 때에 판결 또는 소송절차의 법령위반 부분을 파기하게 된다. 
 
지난 2016년 4월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형제복지원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해생존자 박순이 씨가 눈물을 흘리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혁위는 이날 “이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의 유일한 근거가 되었던 내무부훈령 제410호는 그 위헌?위법성이 명백하다”면서 “관련 무죄 확정판결은 형사소송법 441조에 정한 '법령 위반의 심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의 검찰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 위원회의 1차 권고 취지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아울러 권고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87년 군사정권 동안 발생한 집단인권유린 사건이다. 당시 부산지검 울산지청에 근무하던 김용원 검사가 형제복지원 원생들의 강제노역 현장을 우연히 목격하고 이들을 조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부산에 본원을 둔 형제복지원은 수용인원이 3000여명이었으며 무연고자들을 데려다가 불법감금한 뒤 강제노역을 시켰다. 탈출하는 수용자들은 무차별 구타했고 암매장 당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12년간 형제복지원에서 사망한 것으로 2014년 3월 확인된 사람만 551명에 달한다. 김 검사는 폭행, 감금, 성폭행, 사망사건 등 사건 전말에 대한 수사를 주장했으나 당시 검찰 지휘부의 거센 압력 때문에 결국 좌절됐다. 
 
1심 법원인 부산지법 울산지원은 특수감금 및 업무상 횡령죄로 기소된 원장 박인근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인 대구고법은 ‘주간의 특수감금 행위 부분’에 대해 일부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야간의 특수감금 행위’까지도 무죄라고 판시했다. 복지원생들의 무단이탈을 막기 위해 박인근이 복지원의 출입문을 잠그는 등 이탈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은 정당행위라는 것이 대법원 논리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법적 근거가 없었다. 부랑인 등의 단속·수용·보호는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반드시 법률상의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어느 법에도 부랑인 등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었다. 
 
대법원은 당시 발령 중인 ‘내무부 훈령 제410호’를 근거로 들었지만 이는 단순히 정부부처의 훈령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고, 이 훈령이 근거하고 있는 법률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파기환송심에서 ‘야간의 특수감금 행위’에 대하여 다시 유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재차 무죄라고 판시하면서 거듭 파기환송했다. 결국 재환송 후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박인근에 대해 특수감금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박인근은 처음 선고됐던 징역 10년에서 업무상 횡령죄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6월의 형만 받았다. 이때까지 진행된 판결은 총 9번이었다.
 
당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훈령이나 보호기관인 부산직할시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 하더라도 수용인들의 의사에 반하는 한 위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면서 “하급심인 당심으로서는 대법원 환송판결의 사실상 및 법률상 판단에 기속되지 않을 수 없어 이에 따르기로 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로 한다”라며 대법원 판단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개혁위는 이날 발표에서 “내무부 훈령 410호는 위임의 근거가 되는 법률이 전혀 없다. 결국 경찰 및 행정기관이 오로지 이 훈령에 근거해 체포, 구금의 방법으로 부랑인 등의 신체의 자유 등을 제한했던 것”이라면서 “이는 법률의 위임 없이 신체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것으로 기본권 제한에 관한 헌법상의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혁위는 이날  '형제복지원' 사건 확정판결에 대한 비상상고 권고와 함께 검찰권 행사에서의 '사회적 소수자 등에 대한 인권보호 강화 방안' 마련과 일선청 재량 확대 등 '검찰 조직구조 개혁 등 검찰기능 실질화 방안'을 권고하고 1년여간의 활동을 이날 마무리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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