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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연

GOOD FRIENDS가 되겠다는 BGF리테일

2018-11-23 10:22

조회수 :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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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추운 날씨에도 퍼포먼스를 위한 소품까지 준비해온 이들은 본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요구안은 간단했다. 상생, 같이 살자. 과다출점이 본사 이익으로 이어지는 사업구조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피해사례를 들어보니 점주들이 똘똘 뭉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본사에서 제시한 높은 예상 매출액의 반토막에 불과한 실제 매출. 개별 점주가 감당하는 장시간 노동의 대가로 본사가 로열티 250만원을 가져간다는. 본사 아래 많은 점포를 둘수록 본사 이익은 늘고 그만큼 점주 이익은 줄어드는 기이하면서도 편리한 구조.

한 피해자는 애초에 없는 권리금을 내야 했다는 하소연도 했다. 본사는 본인이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다고 탓했다고 한다. 본사의 얘기가 전혀 틀렸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경험이 있다. 대학생때 엄마가 주변에 편의점 운영하는 사람들을 보고 없는 돈을 투자해 가게를 열고 1년?정도 버티다가 넘긴 적이 있다. 자본의 속성을 의심해온 사람으로서 엄마한테 본사 말 그대로 믿고 계약하면 안된다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니가 뭘 아냐는 것. 물론 아는 건 없었고 지금도 딱히 아는 건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본사의 예상매출, 장밋빛 전망을 크게 의심하지 않는다. 선택지가 많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대기업 간판을 단 사람들이 설마 사기칠까, 막연한, 하지만 근거 없는 신뢰도 작용하는 것 같다. 그들이 쌓아온 신뢰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BGF리테일의 BGF는 BE GOOD FRIENDS의 약자라고 한다. 고객, 가맹점주, 지역사회의 좋은 친구가 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CU 편의점주들은 본사가 본인들을 친구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이 쌓아온 신뢰가 허술하다면, 그 신뢰는 금이 가서 결국 깨져야 하는 것 아닌가.


22일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가맹점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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