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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금융당국의 헷갈리는 카드사 실적발표

감독규정·IFRS 기준수치 달라…기자들 "뭘 쓰라는 건지"

2019-03-2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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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28일 8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실적을 공개했다.

자료를 받아본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한 수치에서 카드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1511억원(12.3%) 늘어났다면서,
다음장에는 다른 수치에서는 4772억원(21.5%) 감소했다고 쓰여 있었다.

앞선 수치는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이하 감독규정)이고, 뒤 이은 수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이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걔 금융당국이 발표하는 실적자료에는 이같이 상반된 수치가 나오지 않는다. 비교 기준을 대걔 하나로 정해서 실적을 내기 때문이다.

왜 당국이 안하던 짓을 할까? 고민해본 결과,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금감원은 지난해 상반기 카드사 실적을 발표하며 전년 대비 50% 이상 순이익이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료는 곧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의 근거로 작용했다. 당시 금감원이 발표한 수치의 기준은 감독규정이었다. 

이에 카드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카드사들은 "상반기 순이익이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금감원이 발표한 수치가 일방적인 기준으로 작성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과 언론의 질타를 받은 금감원은 해명을 통해 "감독규정이 IFRS보다 오랫동안 사용한 기준"이라면서도 "오히려 마케팅 비용 증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금감원은 당시 자료에 마케팅비용에 대해 자세한 자료를 첨부했다. 여기에서 금감원은 "2014년~2017년 기간중 순이익은 감소하고 있으나 마케팅 비용은 지속 증가하면서 카드사 수익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멘트를 달았다.

이렇게 보면 당국 입장도 이해가 간다. "수수료율 인하(중소 영세가맹점)를 위해 카드사의 실적이 비교적 견실한 반면, 마케팅비용이 과다해 수수료율 인하 여력이 있다" 이말을 하고 싶었던거 아니었을까?

그런데 예상외로 반발이 심하다보니 이번에는 "니네(업계)에서 원하는 수치(IFRS기준)도 넣어줄께 그리고 마케팅비용 관련해서는 세세히 넣지는 않을께"이런 생각을 한게 아닌가 싶다.

결국, 카드업계와 당국간의 줄다리기로 피해를 볼만한 곳은 '국민'이 됐다. 기사를 읽어보면 수치가 두개여서 헷갈리고, 누구말이 맞는건지 정확히 알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자의 질문에 금감원의 답변이 맘에 걸린다. 

기자:삼성카드처럼 상장된 카드사의 경우 두개의 수치가 나오면 시장에서 혼돈이 오지 않을까요?

금감원:그럴수도 있지만 투자하는 사람은 이런거 구별 잘합니다.

금감원 전경.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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