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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한미 퍼스트레이디 외교, 한반도 비핵화 물꼬 터줄까

1박4일 방미 강행군에 김정숙 여사가 함께하는 이유

2019-04-0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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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0~11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에 임한다. 최근 북미 비핵화협상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풀기위한 분수령이 될 회담이다. 특이한 점은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초청을 받아 미국 순방에 동행한다는 점이다.
 
말이 좋아 10~11일이지 사실상 1박4일의 강행군이다. 서울에서 미국 워싱턴까지는 대략 14시간 정도 소요된다. 14시간 비행기 타고 워싱턴에 도착해 하룻밤자고 바로 다음날 정상회담을 한다. 하루 더 쉬고 간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정상회담을 마친 다음 바로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해 5월22일 한미 정상회담이 그랬다. 나도 당시 순방에 취재차 동행했지만, 시차적응을 마치기 전 바로 비행기를 타서 귀국 후 며칠간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강행군에 왜 김 여사도 함께할까. 그 배경에는 한미 퍼스트레이디간의 특별한 케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1월 1박2일 일정으로 국빈방한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25년 만이다. 당시 언론은 한미 정상간 교류를 집중보도했지만, 한미 퍼스트레이디의 교류도 예상 그 이상이었다는 평가다.
 
평소 멜라니아 여사는 낯선 이들과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 주로 듣기 때문에 환담이 길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김정숙 여사와는 차담과 산책을 함께하며 1시간 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에 멜라니아 여사의 보좌진들은 우리 측에 “놀랍다. 두 분은 대단한 화합(Great Chemistry)을 보여줬다”며 “사실 긴장했는데 굉장히 안도했다”고 밝혔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한미 퍼스트레이디들은 ‘영부인 자리의 어려움’을 중심으로 ‘오미자차와 떡’, ‘공식 환영식’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김 여사가 한국인들의 전쟁에 대한 고통의 경험과 우려를 멜라니아 여사에게 자세히 전달했고, 이를 멜라니아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전달했다는 점이다.
 
박수현 당시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한미 정상 내외가 상춘재에서 차담을 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에게 김 여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물었고 멜라니아 여사는 “김 여사께서 한반도 문제를 걱정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때때로 잠도 못 이루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도 아름다운 부인을 두셨다”고 덕담을 건넸고, 김 여사는 북한에 가족을 두고 내려온 피난민이었던 시어머니의 아픔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께서 우리 나라 평화 정착을 위해 좋은 말씀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며 평화에 대한 한국민의 절실한 소망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군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들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정상 간의 외교는 논리가 우선한다. 정서적인 측면이 개입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적다. 일종의 ‘하드파워’의 논쟁이다. 그런데 퍼스트레이디간의 외교에는 정서적인 부분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소프트파워’의 작용이다.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는 상호영향을 준다. 하드파워가 노골적인 힘이라면 소프트파워는 은은한 힘이다. 그래서 하드파워가 일견 앞서는 것으로 보이지만, 소프트파워도 하드파워의 움직임에 충분한 영향을 준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논리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북미 대화 필요성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맞춰 김정숙 여사도 멜라니아 여사와 만나 한반도 평화 필요성을 정서적인 측면에서 이야기 하지 않을까? 그러한 이야기는 어떠한 형태로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것으로 전망되며,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반도의 운명이 걸린 이번 한미 정상회담, 김정숙 여사의 역할에도 주목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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